모래폭풍 헤치며 이뤄낸 사하라의 꿈

파이낸셜뉴스 안상미 기자 사하라 울트라마라톤 성공


   
 
   
 
파이낸셜뉴스 안상미 기자(30·자본시장부)가 극한의 인내를 요구하는 울트라마라톤대회인 ‘사하라 레이스 2009’를 국내 여기자 중 최초로 성공했다.

국내 참가자 10명 중 유일한 홍일점인 안 기자는 지난달 25일부터 31일까지 6박7일간 이집트 사하라 사막에서 펼쳐진 이 대회에서 2백50㎞를 69시간06초의 기록으로 통과해 전체 참가자 1백30여명 중 87위, 여자 선수 중 16위를 차지했다.

그는 귀국 다음날 “시차 적응은 제대로 됐느냐”는 질문에 “원래부터 시차적응은 별로 필요하지 않은 체력”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안 기자는 대학교 시절부터 새벽 5~6시면 어김없이 일어나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길러왔다. 그러나 ‘철녀’보다는 순정만화에 나올 법한 이미지였다. 가녀린 몸으로 어떻게 이번 레이스를 도전했을까 궁금했다.

안 기자는 “대학시절 사하라 레이스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30살 때 꼭 도전해 보겠다고 생각했다”며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30살에 새로운 이정표를 만들고 싶었는데 우리나라 여기자로서 최초로 이 대회를 완주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회 3개월 전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들어간 안 기자에겐 장거리의 경험이 없기 때문에 무모하게 비칠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이 대회는 참가자가 배낭에 자신이 먹을 음식을 비롯해 침낭 구급약품 구명장비 등 족히 10㎏이 넘는 필수휴대품을 지니고 하루 40~1백㎞를 열사와 거센 모래 폭풍을 헤쳐 나가며 정해진 시간 내에 완주해야 한다.

특히 ‘죽음의 코스’라고 할 수 있는 제5구간은 밤낮으로 1백㎞를 달려야 한다. 이 때문에 대회 기간 중 하루에도 수십 명이 중도 포기했을 정도다.

안 기자는 “대회 첫째, 둘째 날은 한낮 온도가 섭씨 51도까지 올라가는 열기로 10분을 뛰다가 쉬길 반복할 정도로 힘들었고 근육통 때문에 고생했지만 이틀 동안 뛴 게 아까워 오기로 레이스를 끝까지 펼쳤다”며 “오히려 제5구간에서는 밤이라 시원해 하늘의 별똥별을 보면서 회사 선후배들의 소원을 하나씩 빌어줬다”고 밝혔다.

가족에게는 출전 사실을 귀국 전까지 비밀에 부쳤다. 반대가 뻔했기 때문이다.
안 기자는 “부모님의 마음을 안심시키기 위해 장기 해외출장을 간다며 본의 아니게 속이고 갔지만 돌아와서 사실대로 말씀을 드렸더니 황당해하면서도 뿌듯해하셨다”며 웃음지었다.

또 “회사에도 먼저 대회 참가를 등록하고 나서 허락을 받았는데 다행히 선배들이 흔쾌히 승낙해 줬을 뿐만 아니라 전폭적인 지원을 해줘서 보름동안 휴가를 쓸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번 도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에게 다음 도전이 궁금했다.
3년차인 안 기자는 “다음 도전은 그동안 회사에 민폐를 끼친 만큼 내적 도전을 하고 싶고 그 중 하나가 기자상을 타는 것”라며 “나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준 직업이기 때문에 평생 기자생활을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