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리스트' 아닌 '저항세력'으로 불러야"

국제분쟁 전문기자 김재명 프레시안 기획위원


   
 
   
 
김재명 프레시안 기획위원(성공회대 겸임교수)은 국내 몇 안 되는 국제분쟁 전문기자다. 13년 경력의 메이저 신문사 기자 생활을 접고 강산이 한번 변할 동안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팔레스타인,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발칸반도의 보스니아와 코소보, 북중미의 볼리비아, 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등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유혈 분쟁지역을 누볐다. 최근에는 팔레스타인 현지 취재의 기록을 집대성한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프로네시스)을 펴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재명 기획위원은 국내 언론의 국제 분쟁 관련 보도를 거의 보지 않는다고 한다. “서방 국가 외신에 의존도가 크고 대부분 깊이 없이 일회성으로 접근한다”는 비판이다.

김 위원은 국내 주류 언론에서 공식화된 ‘아랍 테러리스트’라는 표현부터 옳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 용어에는 미국 및 이스라엘 등의 입장이 실려 있으며 ‘아랍 저항세력’이라고 하는 것이 객관적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 주류 언론 중에서도 저항세력(Resistance Group)이라고 쓰는 곳이 있다”며 “테러라고 하더라도 배경과 동기를 보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도 언론이 다른 차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미국과의 관계만이 절실한지, 에너지 자원이 무기화될 미래를 생각할 때 이슬람권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중요할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중동 분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에 대한 국내 언론의 시각도 달라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스라엘은 ‘중동의 깡패국가’라고 전 세계적으로 비판받는 상황”이라며 “식민지 피억압의 경험을 가진 한국의 언론이 아랍-이스라엘 분쟁에 중립적인 보도 태도를 취한다면 결국 진실을 가리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스라엘인들의 애국심, 근면성을 평가하기 이전에 자신들이 나치에게 당했던 탄압을 중동국가 민중들에게 똑같이 반복하고 있는 사실을 먼저 지적해야 한다”는 주문도 잊지 않았다.

김재명 위원이 분쟁지역 취재에 열정을 품게 된 것은 오래됐다. 분단 문제에 관심이 컸던 그는 다른 지역의 비극에도 눈을 돌렸다. 결국 44세의 나이에 주류 언론 기자의 자리를 포기하고 유학을 결심,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면서 분쟁지역 취재에 나섰다. “각국의 분쟁 역사에서 한반도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인지 배우는 게 제 취재의 목적입니다.” 그 결론은 “절대 군사력을 통한 해결은 안 되며 더디게 가더라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게 57세의 나이에도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의 생각이다.

김재명 위원은 올겨울에는 내전의 여파가 가시지 않고 있는 스리랑카로 떠난다. 팔레스타인 취재 때 이스라엘 군의 조준 사격을 받은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는 그는 “저널리스트에 대한 생명의 위험은 지구촌 어디에나 있다”며 “오히려 이주 노동자로서 한국에서 받은 설움을 잊지 못하는 현지인들의 시선이 더 괴로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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