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의 잠재력은 인적 자원, 능력 중심의 회사 만들겠다"

[기협 인터뷰] 경향신문 송영승 사장



   
 
   
 
임금 문제 절박한 책임감 느껴…내년 최단 시일내 정상화


경향신문 송영승 사장은 자신감이 넘쳤다. 평소 모토인 ‘사즉생’의 각오로 회사를 이끌겠다는 자세다. 송 사장은 23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5층 사장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적재적소’의 인력배치와 ‘일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만큼 조직의 역량을 집중시켜 위기를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는 구조개혁 로드맵을 비롯해 삼성광고 문제, 임금정상화 계획 등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편집국장과 사장의 역할은 여러 면에서 다를 것 같은데.
편집국장은 세상을 정의의 잣대로 바라보지만 사장이라는 직책은 현실과 효율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것 같다. 회사 동료를 보는 눈부터 달라졌는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변화라고 본다.

-솔직하게 말하겠다. 언론계에선 경향신문의 해법으로 구조조정과 수익 증대밖에 없다고 말한다.
수입증대는 경향신문뿐만 모든 언론사의 우선 과제다. 광고수입 증대는 기본적으로 노력해야겠지만 사업영역에서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그 부문에 비중을 두고 역량 있는 인력을 배치할 것이다. 모든 일에 있어 사람이 중요한 것 같다. 경향신문의 경우 나름대로 잠재력이 있고 인적 자원도 있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실현의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 여기에 포인트를 둘 생각이다.
구조조정 문제의 경우 소유 구조나 문화로 볼 때, 일거에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사원들이 몸체를 정비해야 한다는 데 공감을 하고 있다. 효율적인 조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준비할 것이다.
우선 일하는 조직을 만들면서 신상필벌의 원칙을 세우겠다. 일하지 않는 사람들이 조직에서 견딜 수 없도록 만들 것이다. 그 다음 단계로 여건이 된다면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조직을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다.

-회사 개혁에 대한 로드맵은 있는가.
확정된 로드맵은 아직 없다. 또한 연내에 가시화하는 것도 힘들 것 같다. 내 생각으로는 내년 상반기까지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 다음 과감히 효율화 작업을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효율적인 조직 조건을 만드는 게 우선 과제다.

-‘경영합리화’를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그동안 사내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는데 동기부여를 통해 이를 적극 발굴할 것이다. 역시 중요한 것은 인사다. 적재적소의 인력배치가 중요한데 그동안 사장선거 결과가 인사에 영향을 미치면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를 불식시키고 능력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광고 의존도도 너무 높은데 사업 쪽에서 다양한 구상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 자산의 경우 역대 사장이 다 고민한 부분이지만 본격적으로 외부 자문을 거쳐 경영의 토대를 마련하는 프로젝트를 수립할 것이다.

-경향의 잠재력은 무엇인가.
인적 자원이라고 본다. 편집국 인력의 이탈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 경향은 중요한 고비나 위기 국면에서 늘 그래왔다. 우리 신문을 살릴 수 있고 또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구성원들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차제에 그런 생각들을 회사의 발전에 연결시키는 역할을 내가 할 것이다. 아마 내가 경영경험이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사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이해된다. 다소 추상적일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포인트다.
또한 역량이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른 구성원들도 자연스럽게 동기부여를 받거나 혹은 정리될 수 있는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장으로서 리더십도 이러한 틀 안에서 발휘할 것이다.

-향후 신문 기조 변화 여부가 궁금하다.
기조에는 변화가 전혀 없을 것이다. 우리는 굳이 진보적인 가치를 표방한 적이 없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 언론구도를 ‘조·중·동’ 대 ‘경향·한겨레’ 분류법을 가지고 생각하다보니, 흔히 그렇게 생각하게 한다. 또 우리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또 이를 넘어 정치세력의 수호대나 전위대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많은데, 경향신문은 언론의 잘못된 양태에서 벗어나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신문을 만들자는 게 기본 방향이다. 기본 목표에는 변함이 없고, 정권이 바뀌어도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하는 데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신임 박노승 편집국장도 언론에 대한 생각이나 기본 틀에 있어 나와 큰 차이가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삼성광고 중단 사태가 30일로 만 2년을 맞는다. 해법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는가.
특정 매체에 대해 2년간 광고를 주지 않았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내가 알기론 삼성도 이 문제에 대해 상당히 고민을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최근 흐름으로 보아 당연히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방향으로 갈 것으로 기대한다.
또 삼성광고 문제는 단순히 특정 언론사와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이슈이기 때문에 풀릴 수밖에 없다. 비정상은 정상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신문사 대표로서 광고주를 만나는 게 의무이기 때문에 삼성 관계자를 직접 만날 의향도 있다.

-경향신문은 31일자로 지령 2만호를 맞는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매일신문에 이어 5번째이다.
2만호가 됐다고 점에서 감회가 새롭다. 한 신문이 2만 번이나 찍었다는 자체로서 큰 의미가 있다. 경향은 현대사의 여러 굴곡을 지켜보고 또 이를 감당해 온 신문이다. 독립 언론으로서 10년 넘게 지나오면서 마침내 2만호 지령까지 왔다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꽤 의미 있는 일이다. 이를 바탕으로 해서 원론적인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정말 좋은 언론으로 갈 수 있는 전기가 됐으면 한다.



   
 
   
 
-상림원 일괄매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를 위해 임시 국실장 회의를 열고 우리사주조합과 노조 등에 설명하는 자리를 가진 걸로 알고 있다.

모든 방안을 고려해 회사에 이익이 최대한 나는 방향으로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상림원의 스트레스’에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그동안 자산 처리를 둘러싼 내부 지적이 있었던 걸로 알고 있다. 예컨대 경향하우징페어를 2007년 매각할 당시 손해를 보고 매각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런 지적이 있어 직접 알아봤는데 당시에는 최선을 다한 선택이고 계약이었다. 다만 그후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가면서 초기 취지대로 안 된 측면이 있다. 당시 사장이나 정책 결정자들의 실책은 없던 걸로 알고 있다.

-직원들에게 임금 정상화는 시급한 과제다. 어떤 계획을 하고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해 절박한 책임감을 느낀다. 현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조직 유지가 안 된다. 기본적으로 삶의 문제다. 아무리 신문사의 보람을 강조해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선거 과정에서도 많이 질문을 받았는데 시기는 확정할 수 없다. 다만 내년 최단 시일 내에 임금을 반드시 정상화하겠다. 정상화되지 않으면 조직이 제대로 돌아 갈 수도 없고 좋은 신문을 만들 수도 없다. 이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기 초반의 승부수 중에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
회사 경영 중 몇 가지 시급한 과제가 풀리면 수익증대를 위한 경영계획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구체적인 복안은 말할 수 없다.

-임금 정상화는 어느 선까지를 말하는 것인가.
1단계는 노사주협의체에서 지난 4월 합의에 의해 줄인 것을 원상회복하고 형편이 나아지면 더 나은 처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ABC제도 참여와 관련해 입장은 무엇인가.
공정거래위원회 신문고시를 비롯해 공정한 시장의 룰이 지켜진다면 우리의 경우 유가부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ABC 가입을 무조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판매조직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과 현재를 비교했을 때 판매에는 큰 변화가 없다. 경향의 변화 중 하나는 독자들의 충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독자들’이 많아졌다.

-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궁금하다.
정부와의 관계는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지 신문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다. 이는 경향의 존재이유이자 독립 언론의 존재 이유다.
예를 들어 이명박 정부라고 해서 더 비판을 하고 또 어떤 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우호적으로 하는 한국 신문보도 형태에 대해 경향신문은 그동안 비판을 해왔다.
다만 소위 진보·개혁 진영 인사들 중에는 지난 2년 동안 현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를 보면서 ‘공허하다’ ‘독자들이 좀 식상해한다’ 등의 얘기를 했다. 나도 편집국장일 때 똑같이 느꼈다. 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계속하지만 방식에 대해선 유연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새 편집국장도 똑같은 인식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와의 관계를 갑자기 우호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정부를 비판하는 방식을 놓고 정리·정돈을 해볼 시기가 왔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우리 신문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정부와 불편한 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 결과적으로 외부 시각도 그렇고 경향에 주는 정부 광고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정부도 현재와 같은 언론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 측에선 촛불집회 당시 많이 데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대하는 자세가 덜 예민해져야 한다. 건전한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금도를 정부가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진행= 김신용 본보 편집국장
정리=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송영승 사장은>
송영승 사장은 1982년 경향신문에 입사한 뒤 대부분 기자생활을 정치부 기자로 지냈다.
송 사장은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 논설위원실장, 미디어전략연구소장 등을 거쳐 2006년 5월 편집국장에 취임한 뒤 지난 7일까지 3년5개월 동안 국장직을 수행했다.
2006년 조용상 사장 2기 출범 당시 편집국장을 제안 받았으나 끝내 거절했다.
내부에선 편집국장 재임 시절 강단 있고 소신 있는 국장으로 평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특유의 추진력으로 대형 기획 등을 진두지휘했다.
이번 사장 선거에선 고심 끝에 타천으로 출마했으며 당초 경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와 달리 경쟁 후보를 누르고 신임 사장에 당선됐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