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틱했던 삶' 사관의 담담함으로 기록
경향 김택근 논설위원, DJ 자서전 대표집필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09.08.26 14:13:17
기자는 늘 역사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런 의미에서 경향신문 김택근 논설위원(현재 유급휴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 직전까지 역사적인 현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 본 기자일 것이다.
김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대표 집필하고 있는 김 위원이 김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4년 4월 자서전을 쓰는 일을 부탁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잘 모르겠지만 김 전 대통령께서는 책, 신문, 잡지 등을 다독하시는데 제 글을 읽고 선택하신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공개된 일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분은 직설적이면서 함축적인 단문 스타일의 글을 좋아해 저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 역시 자서전 편집위원을 맡는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떠벌리고 다닐 필요성은 더욱 느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럽고 유용한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특히 대통령 입장이 되어서 글을 써야 하는데 워낙 삶이 드라마틱해서 감정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고 각 사건이 지닌 의미를 글로 녹여 쓰는 게 가장 어려웠습니다.”
좌절할 때마다 그에게 영감과 용기를 북돋아준 것은 김 전 대통령이었다.
“김 전 대통령께서 겪은 역경과 고난을 제대로 옮기지 못하느냐고 스스로 많이 자책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김 전 대통령께서 많은 영감과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을 항상 진실되고 한결같이 말에 흐트러짐이 없는 인물로 회상했다.
“지난해 총선 직전 한 야당 관계자가 자서전을 내서 야당을 도와주시면 안 되겠느냐고 부탁했는데 김 전 대통령께서는 그런 쪽으로 이용되는 것에 대해 단호하셨습니다. 본인의 삶이 자서전을 통해 역사에 정확히 남길 원하셨습니다.”
김 위원이 생각하는 김 전 대통령이 남긴 가치는 ‘평화’다.
“그 분의 삶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는 민주나 정의 등에 대한 상위 개념인 ‘평화’입니다. 김 전 대통령께서는 지난 50년 동안 이뤄해 놓은 가치가 퇴보하면 땅속에 묻힌 수많은 열사나 의사들이 통곡하기 때문에 병들었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김 위원은 지난 5년4개월 동안 김 전 대통령이 재임하기 전 ‘전반부’를 맡았고 지난 4월 말 3천장 분량(원고지 2백자 기준)의 원고를 탈고했다.
그러나 지난달 9일 자서전 편집위원 임명장을 받고 재임 이후의 삶도 조명하는 역할(2천장 분량)을 또다시 맡게 됐다. 김 위원은 이르면 올 연말쯤 자서전 집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전반부가 도전과 응전, 그리고 감동의 삶이 콘셉트라고 하면 후반부는 재임기간 중 철학, 소신, 비화, 그리고 민생을 위한 정리와 미래에 대한 바람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길 예정입니다.”
민주주의 상징인 김 전 대통령을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는 김 위원의 눈에는 기자로서의 예리함보다 사관으로서 담담함이 느껴지는 것은 역사의 주요 한 획을 홀로 기록할 수밖에 없다는 역사의식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편 김 논설위원은 1981년 청록파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했으며 1982년 경향에 입사, 매거진X팀장 종합편집장 문화부국장 출판본부장 미디어칸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