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여행은 영원한 진행형입니다"

'로마제국을 가다' 펴낸 최정동 중앙선데이 기자


   
 
   
 
‘로마인 이야기’부터 ‘글래디에이터’까지. 로마가 우리 문화의 중심이었던 적이 있었다. 아니, 로마는 사실 인류의 영원한 흠모의 대상이자 연인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방인들의 눈에 비친 로마를 답습하기에 바빴던 것은 아닐까. 중앙선데이 최정동 기자의 ‘로마제국을 가다’ 3부작은 그래서 반갑다. 현역 기자가 우리의 정서로 사진에 담고 글로 살려낸 로마제국의 함성은 무언가 색다른 울림이 있다.

최정동 기자의 3부작은 따지자면 10여 년이 걸린 노작이다. 그와 로마와의 인연은 1996년 이탈리아 포로 로마노에서 시작됐다. ‘로마인 이야기’로 한창 주목을 받고 있던 작가 시오노 나나미를 그곳에서 만났다. 단순한 기자와 취재원의 만남을 넘어서서 어느덧 그의 가슴은 로마를 향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로마에 대한 모든 자료와 서적을 섭렵했다. 3년에 걸쳐 모든 휴가 기간을 투자한 끝에 로마제국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그리스와 서유럽 기행을 마쳤다. 첫 번째 결산으로 ‘로마제국을 가다’ 1권이 탄생했다. 얼마 전 출간된 2편은 지중해를 감싸고 있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이집트에 묻어 있는 로마의 숨결을 호흡한 결과물이다.

최 기자는 어려서부터 여행을 사랑했다. 그는 법학도 출신이다. 하지만 법전의 근엄함보다는 인간의 냄새가 더 그리웠다. 그래서 그의 여행은 허영의 증명서를 찍어내듯 단체 사진과 기념품에 매달리는 ‘관광’과는 다른 차원이다. 인간을 탐구하는 사색과 기록의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글을 읽다 보면 저자와 독자가 일체화되는 순간을 맞이한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게 된다. 로마 함대의 위용으로 가득 찼던 비블로스의 장엄한 낙조 앞에 자아가 불그스레 물들어가는 감흥에 젖는다. 그리고 역사와 철학, 문학, 미술, 건축을 아우르는 인문학의 가나안 땅에 초대받게 된다.

여행이 매력적인 것은 오늘의 감동에서 내일의 혜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기자 역시 그랬다. 로마와 함께 한 시간은 그에게 세상을 보는 지평을 넓혀줬다. 로마의 명장 스키피오가 불타는 카르타고를 보며 흘린 눈물은 그의 뺨에도 흘러내렸다. “세계를 제패했던 로마제국도 이제는 유적지의 기둥으로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역사는 그런 것이죠.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로마는 제국의 멸망 뒤 1천5백년이 지난 지금 인류의 삶과 정신에 영원히 살아있다. 각 국가의 체제, 법률, 예술, 사상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자랑했던 몽골의 오늘과는 무언가 다르다. 그는 “로마제국은 국가란 무엇인가, 어때야 하는가, 국가를 경영하는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준다”고 말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나 영원한 것은 있다’는 패러독스일까.

최정동 기자는 내년까지 터키를 시작으로 도나우강을 따라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입성’한 뒤 ‘로마제국 3부작’을 마무리하고 나면 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조국, 독일로 떠날 생각이다. 그의 여행은 ‘영원한’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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