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의 사투' 현장에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전하다

에베레스트 등정 보도한 동아일보 황인찬 기자


   
 
   (사진=동아일보)  
 
오후 6시, 인터뷰 약속시간이 됐다. 동아일보 사옥 1층의 엘리베이터의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바삐 내리는 사람들 가운데서 황인찬 기자(스포츠레저부)를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거칠게 그을린 얼굴은 그가 지난 두 달 동안 맞섰던 에베레스트의 강파른 공기를 여전히 머금고 있었다.

황 기자는 3월26일 세계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정에 나선 박영석 원정대에 합류, 지난달 28일 귀국하기까지 63일간 취재와 사투의 나날을 보냈다.

박영석 원정대는 20일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코리안 신 루트’를 개척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숨막히는 순간을 타전했던 황 기자. 그러나 기자 특유의 ‘마감 본능’ 탓에 그에겐 감동조차 사치였다.

“등정 성공 소식을 오후 3시에 들었어요. 그런데 초판 마감을 앞두고 기사 고민에 제대로 기뻐할 틈도 없었네요.”

박영석 원정대가 깃발을 꽂은 에베레스트의 정상은 해발 8천8백50m. 황 기자가 머문 베이스캠프는 5천3백64m 지점에 위치했다. 원정대와 취재진을 포함해 20여명이 베이스캠프에 오르는 데만도 꼬박 10일이 걸렸다.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다”고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황 기자. 그러나 구토와 두통은 기본이고 심하면 폐부종과 죽음까지 각오해야 하는 자연과의 싸움을 이겨낸 자만이 베풀 수 있는 겸양 같았다.

스포츠레저부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그에게 히말라야의 현장은 야구장과 농구장과는 다른 새로운 체험이자 도전이었다. 7년차 기자의 바쁜 일상에 평소 등산도 자주 하지 못했고, 등정을 위해 별다른 준비를 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나 에베레스트 취재를 자원한 것은 콘크리트 숲에서 벗어나 한계상황에 처한 인간의 희로애락을 전달해보고 싶다는 ‘젊은 기자 정신’의 발로인 듯했다.

차분히 에베레스트에서의 시간을 되짚던 황 기자에게는 더 오르고 싶은 산이 많았다. “등정의 순간을 직접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다음엔 꼭 현장에서 독자들에게 소식을 전하고 싶어요. 등정의 처절한 순간을 어떻게 좀더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겠습니다.” 또한 아직 공식 데이터베이스화가 미진한 국내 산악계의 기록도 자신의 힘으로 정리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황 기자는 히말라야의 냉기와 싸우면서도 “일손이 빠져 편집국 동료들이 고생할 텐데….”라며 걱정이었단다. “얼굴이 장난 아니다. 피부과부터 가보라”며 복귀한 그를 짓궂게 맞이했던 선후배들이었지만 조촐한 축하연이 인터뷰를 마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훈훈한 동료애가 청계천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되어 얼굴에 부서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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