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이서와 자동차 저널리스트
그 꿈을 향해 시동을 건다

'언론인 레이서' 동아 석동빈 기자


   
 
  ▲ 석동빈 기자  
 
‘스타 탄생’이라는 오래됐지만 기억에 생생한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자동차와 한 여인을 뜨겁게 사랑하다 결국 길 위에서 생을 극적으로 마감한다.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로망, 그건 자동차와 여인에 대한 사랑이다.

그런 로망을 실현하고 있는 기자가 있다. 현역 기자가 프로 레이서들이 자웅을 겨루는 레이싱 대회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여인은 모르겠지만, 최소한 자동차에 있어서는 확실한 듯했다. 그가 바로 동아일보의 석동빈 기자(산업부)다. 인터뷰 내내 자동차를 말할 때마다 그의 눈은 초롱초롱 빛났고 미소는 저절로 피어났다. 새삼 ‘열정이 있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느끼게 해주는 그였다.

석 기자는 지난 12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파크에서 열린 슈퍼2000대회에서 6위에 올랐다. 등수는 그리 중요치 않다. 레이싱 경력 1년 남짓한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사실은 ‘뉴스’였다. 게다가 레이서로서는 젊지 않은 40대의 나이, 현역 기자로서 충분한 연습시간을 갖지 못했던 점을 따져보면 가치는 더했다. 지난해 처음 참가했던 대회에서는 비록 웜레이스(본 경기 전에 시범 차원으로 하는 레이스)이긴 했지만 3위까지 올랐다. 그 뒤 매달 아마추어 선수들이 출전하는 레이싱에 참가하다 올해 프로 대회 도전을 권유받고 당차게 시동을 건 것이다.

그는 현장에서 자동차 전문기자로도 유명하다. 동아닷컴에 연재하는 ‘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는 이미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필수 북마크가 된 지 오래다. 3년 전 산업부에 오면서 자동차 부문을 맡은 이후 시승해본 차만 해도 3백대가 넘는다. 아직 국내에서는 척박한 ‘자동차 저널리즘’을 일구는 주역인 것이다.

석 기자의 자동차 사랑은 초년병 기자 시절 ‘마이카’를 사면서 시작됐다. 우연히 사고를 당해 정비소에 다녀온 애마(愛馬)는 좀처럼 원기를 회복하지 못했다. 남의 손을 믿을 수 없어 직접 차를 고치고 손때를 입히자 차에 대한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해가 거듭되자 스스로 튜닝까지 할 수 있는, 이른바 ‘마니아’ 반열에 들게 됐다. “그동안 차에 들인 돈을 모으면 집 한 채를 사고도 남을 겁니다. 수입 대부분이 고스란히 차로 들어갔으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무욕의 경지’에 들어섰다는 그다. 그동안 수많은 차를 접하다 보니 새로운 세계가 보이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차에는 존재의 이유가 있고, 자신에게 가장 편안한 차가 가장 훌륭한 차”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에게는 두 가지 꿈이 있다. 레이서 석동빈의 꿈은 프로대회에서 시상대에 서는 것이다. ‘무서운 아마추어’가 아닌 진정한 프로 레이서로서 트로피에 입맞춤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기자로서는 우리나라 언론계에 진정한 ‘자동차 저널리즘’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가장 공정하고 정확한 자동차 정보를 신문, 방송을 넘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전달하고 싶다는 것이다. “석동빈 기자가 쓴 자동차 기사라면 믿을 수 있다”는 평가가 상식이 되는 날을 위해 그는 오늘도 자동차와 함께 호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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