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독성·편의성 높아 파괴력 있을 것"
중앙일보 이하경 신문혁신에디터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09.03.18 14:2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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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경 중앙일보 신문혁신에디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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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경 편집국장대리 겸 신문혁신 에디터는 베를리너 판 전환 이후 시장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에디터는 지난해 ‘신중앙판 추진본부’ 신문혁신TF 팀장을 맡으면서 실무 부문을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유럽, 미국 등 선진국에선 유력 신문들이 판을 줄이는 게 트렌드가 되고 있다”며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77개국의 ‘톱10 신문’ 60% 이상, 1백여 개 신문이 판을 바꿨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기존 대판의 경우 가독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 에디터는 “포맷은 콤팩트하고 내용은 임팩트가 있으며, 그런 디자인과 콘텐트를 바탕으로 한 메시지 전달은 비할 수 없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독자들이 원하고, 도움이 되는 기사를 쓰고 타 매체와 차별화된 정확하고 깊이 있는 기사로 채우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이미 지면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그는 “본지 48면의 경우 뉴스의 심층성을 강화하기 위해 매일 2면 혹은 3면에 대기자와 전문기자, 선임기자들이 쓰는 뉴스 분석을 고정 코너로 신설했다”며 “또 기사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국내 최초로 팩트체커 시스템을 도입,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기자 3명을 내부 체커로, 외부 전문가 20명을 외부 체커로 위촉했다”고 설명했다.
또 주말섹션에선 독자들이 원하는 바를 꼬집어 내는 ‘족집게’식 콘텐트를 선보였다. 매일 2면씩 들어가는 ‘뉴스클립’도 교양과 상식을 전해주는 지면으로 독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에디터는 “월화수목금 섹션 16페이지는 독자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맞춤형 기사로 채워진다”며 “요일별로 건강 일자리 공부 주말판 스타일 기사로 채워지며 특히 취업과 창업 섹션은 10대 기업 인사 책임자가 직접 구직 컨설팅을 해주는 지면으로 취직을 하려는 사람에게 실질적으로 힘이 되어주는 섹션”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중앙은 ‘가로쓰기’와 ‘한글전용’ ‘섹션신설’ 등 기존의 시도들과 달리 이번 변화를 ‘콘텐트의 혁신’으로 자평하고 있다.
그는 “중앙은 한국 신문의 역사를 바꿔 온 트렌드 세터, 혁신 리더였다”며 “과거의 시도가 주로 하드웨어 측면에서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콘텐트까지 혁신한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고 상당한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지면이 작아지면서 광고주에 대한 불만이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시선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닐슨컴퍼니와 한국리서치 두 곳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광고 인지율의 경우 베를리너 판은 52.9%인 반면 기존 대판은 43.9%에 불과했다”며 “지면이 늘면서 광고의 비중이 50% 대에서 40% 초반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혼잡도는 낮아지고 광고의 주목도는 높아졌다”고 말했다.
중앙은 판 전환 준비를 2003년 디자인센터 출범과 함께 시작했고 지난해 1월 초부터 본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편집국과 논설위원실 간부 67명이 동원돼 각계 전문가를 한 명씩 심층 인터뷰를 했고 독자·비독자 6백명의 의견과 내부 구성원 3백명의 의견도 수렴했다.
이 때문에 베를리너판에 독자와 내부 구성원의 ‘DNA’가 그대로 녹아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는 “뉴스 콘텐트 안에 배경과 전망(Why & Next)을 어떻게 담을 것인지가 신문의 승부수이고 그 다음은 독자와의 연관성”이라며 “우리 신문업계 전체가 선진화가 되어야만 이종매체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향후 중앙일보 판 변화가 신문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