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상호 실체 인정해야 해법 찾을 수 있어"

정영근 YTN 신임 보도국장


   
 
  ▲ 정영근 YTN 보도국장  
 
‘구본홍 사장 선임’이 빚어낸 상처는 깊고 아팠다. 재승인의 파고는 가까스로 넘었지만 해결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영근 신임 보도국장에게 지워진 무게가 남달라 보이는 이유다.

그는 취임 두 달 만에 어렵게 입을 열며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필요하다면 갈등 해소를 위해 소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9일 오후 남대문로 YTN타워 19층 보도국에서 정 국장을 만났다.

그는 조금 긴장된 표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노사 양측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 상황에서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사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험한 산길을 걷는 심정입니다. 중차대한 시기에 참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정 국장이 생각하는 최우선 과제는 ‘보도국 정상화’다. 이를 위해서는 해·정직자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정 국장이 이 문제를 손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그러나 “사측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은 그간 재승인과 부·팀장 인사, 사원 인사 등 일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 앞으로 노조와도 적극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

YTN 사태의 해법에 대해서는 “지금과 같은 갈등과 반목이 더 이상 반복되어선 안 되며 상호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노측은 경영진을 인정하고 사측 역시 해고·징계 문제를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거에 해결하기는 어려우나 사전에 충분한 교감이 이뤄진다면 어려운 일도 아니라는 분석을 폈다.

취임 직후 있었던 부·팀장 인사와 사원 인사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았다. 특히 노조에서는 ‘편파적이었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능력 위주의 인력 배치’라는 원칙 아래 대부분 인사를 제가 했습니다. 노조와는 약간 시각이 다른 것이 있었는데 후배 기자들을 지켜보며 그런 간극을 좁혀가겠습니다.” 공정방송위원회 강화와 돌발영상 복구도 노조와 약속한 사안인 만큼 조속히 해결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정 국장은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의 결렬을 선언하며 ‘총파업 투표’에 돌입키로 한 데 대해 안타깝게 여겼다. 하지만 YTN 기자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기에 ‘정파’, ‘파업’이라는 방법을 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일갈했다.

1984년 연합뉴스에서 시작해 국민일보를 거쳐 YTN에 이르기까지 25년째 기자생활을 이어온 그는 YTN의 모든 갈등이 해소되면 YTN만의 특색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하는 등 도약의 계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본격 토크 프로그램도 그중 하나다. 워싱턴 특파원 시절을 값진 경험으로 꼽는 그는 그때 보고 느낀 해외 언론들의 보도 양태와 스타일을 언젠가 YTN에서 구현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일이라면 해 나가겠습니다.”

정 국장은 11일 보도국 설명회를 열어 YTN 본연의 위상을 되찾기 위한 각종 방안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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