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과 사회정의 지키는 노조되겠다"

이근행 MBC 신임 노조위원장


   
 
  ▲ 이근행 MBC 신임 노조위원장  
 
2009년은 MBC 창사 이래 최고의 격동기가 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공감한다. 이런 막중한 시기에 노조위원장이 느낄 무게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4일 95.3%의 지지로 MBC 제8대 노조위원장으로 당선된 이근행 PD의 결의 또한 남달라 보였다.

“MBC 구성원들의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강합니다. 그리고 MBC를 지키겠다는 의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노조가 공영방송 MBC를 사수하는 굳건한 축이 되겠습니다.”

여의도 광장 너머 국회에서는 미디어관련법을 놓고 전운이 감돌고 있다. 공식 임기는 3월부터지만 ‘이근행 위원장’의 첫 행보는 아스팔트 위에서 시작될 운명이다.

그러나 정부 여당은 여러 차례 “MBC와 KBS 2TV의 민영화는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거짓말”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영방송법 제정 자체가 MBC의 정체성에 큰 혼란에 줄 수밖에 없습니다. 민영미디어렙 도입의 결과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모순된 주장은 일단 저항을 잠재우고 보자는 립 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오는 8월이면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진이 전원 교체된다.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사를 임명하는 현 제도상 친 여권 인사가 다수가 될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민주화 시대 이후 결과물로 탄생한 방문진이 MBC 지분의 70%를 갖는 현재 소유구조상 선거에 따른 민의가 이사진에 반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새 이사진이 특정 정당의 대변인이 되거나 상식에 어긋난 점령군 식 행태를 보인다면 절대 묵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MBC 노조를 향한 도전은 이 뿐만은 아니다. 얼마 전 선임자급 사원들로 구성된 MBC 공정방송노조는 여론조사 결과 조합원 다수가 민영화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진은 현안마다 오락가락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 위원장은 단호하게 일갈했다. “일부 선배들은 대다수 구성원들의 뜻에 반해 후배들과 회사의 미래를 팔아 앞날을 보장받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또한 MBC의 위기에 노사가 따로 없습니다. 경영진은 개인의 야심과 보신을 위해 정치적 줄타기를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올해로 언론인 생활 19년을 맞았다. 시사교양국 PD로서 ‘프로그램으로 말한다’는 임무에 충실했던 그는 MBC 8대 노조라는 일생일대의 프로그램 제작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철학은 위원장으로서의 철학으로 온전히 전이됐다. “시사 프로그램은 시시비비를 가립니다. 결국 무엇이 대의인가가 중요합니다. 공영방송의 할 일은 약자와 사회적 정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이런 가치를 실현하는 노동조합이 되겠습니다.”

인터뷰 전 그와 ‘근행(近行)’했던 동료들에게 “이근행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선택된 표현은 달랐지만 결국 하나의 꼭짓점을 이뤘다. “원칙과 정석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신임 위원장의 각오가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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