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더 강력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

최상재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동아·조선·중앙  아닌 경향·한겨레였어도 신방 겸영 반대했을 것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이 한나라당의 미디어관련법 강행 처리를 반대하며 지난해 12월26일부터 13일간 총파업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애초 방침을 바꿔 야당과 첨예한 쟁점을 이루고 있는 신문·방송법 등은 “이른 시일 내에 합의 처리한다”는 선에서 타협하고 한발 물러났다. 그러나 이번 총파업을 진두지휘한 최상재 위원장은 여전히 긴장감을 풀지 않고 있었다. 인터뷰한 날, 새벽까지 MBC 100분토론 생방송에 출연을 해 피곤할 법도 한데 그의 눈빛은 여전히 강렬했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했다. 문득 언론노조 사무실 그의 책상 뒤에 걸려 있는 ‘국민에게 항복하라’는 붉은색 바탕의 소형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면서 총파업이 일단 중지됐다. 애초 KBS 노조가 빠져 MBC만의 파업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으나 전국적인 규모로 벌어졌다. 이번 총파업을 평가한다면.
언론노조는 오래 전부터 파업을 준비해왔다. 이미 한나라당의 법령 개악이 예상돼 있었다. 언론노조 사상 신문·방송을 총망라해 총파업 지침이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디어관련법은 물론 여러 가지 악법들을 일단 저지한 데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2월 임시국회가 다시 격전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원만하게 풀리기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시간을 조금 늦춘 상황일 뿐이다. 정부·여당이 입장을 바뀔 것 같지 않다. 전선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 강력한 총파업으로 맞서겠다.

-한나라당이 법안을 발의하기 불과 보름 전까지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대기업과 신문사에 지상파·종합편성채널을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갑자기 이렇게 강경한 법안이 나온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나.
배후에는 청와대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법안 강행 처리 과정에서도 나타났다. 정병국 의원, 나경원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도 말을 바꿨다. 최시중 위원장까지도 열흘 전엔 다른 말을 했다. 한나라당 문방위 의원들도 법안 내용을 잘 몰라 오히려 언론노조에 자료를 요청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대기업과 조·중·동의 압력도 있었을 것이다. 밀실에서 극소수의 권력자들끼리 꾸며낸 법이다.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더라도 여론독과점 방지 장치를 둔다거나, 지분율을 조정하고 규제 완화 대상에서 지상파 방송 제외하는 등 한나라당이 타협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
지금 분위기상 타협안을 내세울 것 같지 않다. 강행하겠다는 태세에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설령 그런 타협안을 내더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다. 문제는 조·중·동과 대기업이 보도 방송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역 신문·방송의 겸영은 열악한 지역 언론의 현실 타개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현실적으로 방송에 투자할 만한 여력이 있는 곳은 어찌됐든 대기업과 조·중·동 뿐이다. 무엇보다 여론 독과점 방지와 여론 다양성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는 만약 한겨레·경향 등 진보적 신문이 신문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더라도 신문사의 방송사 겸영을 반대했을 것이다.

-정부는 진입 규제 완화로 투자를 늘려 방송산업을 살리겠다고 주장한다.
거짓말이다. 이미 대기업이 보도 방송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진입할 수 있다. 신문사 중에서도 중앙일보가 중앙방송을 통해 3개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도 투자가 특별히 늘거나 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의 방송시장이 어느 정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방송 뉴스를 원하는 것은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재벌은 이미 입법·사법·행정 각 분야에서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 국가권력조차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보도 방송까지 갖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1990년대 초 정부가 지상파 민영방송인 SBS를 허가할 때도 KBS와 MBC 노조는 반대했다는 비판이 있다. 즉 자신들의 독과점 구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라는 주장인데.
당시 민영방송을 허용할 때는 대기업을 배제했다. 중소기업의 컨소시엄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대기업이 방송에 진출했을 때의 폐해를 인정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모체가 되는 정당에서 만든 법의 정신도 어기고 있다. KBS와 MBC 노조가 그때 민영방송 허가를 반대하기는 했다. 그러나 지금처럼 파업을 하거나 단호하게 나서지는 않았다. 입장을 밝힌 수준이었다.

-파업 기간 동안 MBC의 미디어관련법 보도 건수가 KBS, SBS에 비해 5배가량 많았고, 일방적인 의견만 전달하는 등 편파적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보도 건수를 갖고 MBC가 편파적이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미디어관련법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클뿐더러 지난 2주 동안 가장 큰 국민적 관심사였다. KBS와 SBS의 보도건수가 적었던 것이 오히려 문제다. 조·중·동은 얼마나 많이 보도했는가. 일방적인 의견만 전달했다는 것도 옳지 않다. 충분히 반론권을 보장했다. 그리고 명백히 비판을 할 만한 사안에 대해서 언론이 비판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조·중·동에 비해서 MBC가 훨씬 균형적인 보도를 했다고 생각한다.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이 8월 교체된다. 친 여권 인사가 다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MBC 민영화의 수순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금 방문진법(방송문화진흥회법)을 바꾸기는 어렵다. 또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상황이다. 적절한 인사가 이뤄지는지 지켜보겠다. 문제가 있다면 국민들에게 호소할 것이다.

-KBS노조의 앞으로 행보가 관심이다. 언론노조를 탈퇴한 KBS의 언론 노동자들을 동참시키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가.
한나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공영방송법까지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관련법은 물론이고 공영방송법이 현실화되면 MBC만의 문제가 아니다. KBS도 심각해진다. 산별 소속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않다. KBS 내에도 미디어관련법에 대해 반대 투쟁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임 KBS 노조 집행부가 언론노조의 투쟁에 새해부터 앞장서겠다고 다짐도 했다.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다.

-KBS노조 징계 문제가 산별 탈퇴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이것이 재론될 여지는 없나.
그것은 이미 지난 이야기다. KBS 노조 쪽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도 없다.

-프랑스의 공영방송 노동조합도 사르코지 대통령의 저녁시간대 광고 폐지에 항의해 총파업에 들어갔다. 전 세계 미디어노동자들 모두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연대활동을 강화할 계획은.
언론노조가 가입한 국제사무금융노동조합(UNI)에서 이번 총파업은 물론 언론노조의 활동에 대해 여러 차례 지지 의사를 밝혔다. 현재는 국내 활동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서 국제 연대활동을 요청할 계획도 있다.

-2월로 임기가 공식적으로 끝나는데.
제가 연임하기보다는 새 집행부를 구성하는 게 여러 가지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뜻을 안팎에 전달하기도 했다. 신임 집행부가 현 집행부의 성과를 받아 안았으면 한다.

-총파업 기간 동안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가족들의 걱정이 클 것 같다.
총파업 기간에 한 번도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내도 아이들도 이제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다만 잡혀가더라도 당당히 잡혀가라는 말은 있었다.(웃음)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사진=윤민우 기자 mwyoo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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