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10% 선에서 막겠다"

[기협 인터뷰] 한국언론재단 고학용 이사장

큰 틀에서의 지원기관 통합은 찬성, ‘재단 준정부기구화’는 반대
기협 인터뷰 한국언론재단 고학용 이사장





오는 26일로 고학용 한국언론재단 이사장이 취임한 지 한 달이 된다. 언론재단은 관련기관과 통합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적지 않은 변화가 일 전망이다. 고 이사장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각종 회의 및 빡빡한 일정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를 만나봤다.





   
 
  ▲ 고학용 이사장  
 
-정부의 언론진흥재단의 준정부기관화 방침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이사장 임면권이나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 구성의 모호성 등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 지원기관 통합은 찬성한다. 유사한 기관이 불필요하게 난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재단의 위상 변화가 우려된다. 언론재단은 현재 기타 공공기관, 즉 민간기구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고 있다. 준정부기구가 되면 자율성과 독립성을 상당 히 잠식당할 수 있다. 그럼 지원을 받는 쪽도 불편하지 않겠느냐. 문체부 장관의 임면권의 경우 임명권으로만 돼 있어도 면직권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본다. 임면권으로 바꾸는 게 큰 의미는 없다. 기금관리위원회는 기구를 설치하게 되면 구체적인 구성을 논의해보겠다.

-이번 신문법 개정안에는 언론진흥재단의 사업 대상에서 방송이 빠져 있다.

방송까지 포괄해야 한다. 지금 신문·방송 겸영도 허용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 아닌가. 새로운 매체질서로 볼 때 방송과 신문을 구별할 필요가 없어진다.

-언론사와 언론단체들이 대부분 경영 위기에 맞닥뜨려 있다.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재단의 지원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언론사만 어려운 게 아니다. 기업과 국민이 다 힘들다. 언론재단도 마찬가지다. 무엇이 최선인지 모색해야 한다. 지원 중에서 필요한 지원은 유지하겠다. 불요불급한 지원은 재고할 것이다. 새로운 지원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한정된 예산에서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필요로 하는 대상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

-지원의 기준이라면.
이사장으로 온 이후 지난 10년 동안 정권의 문제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원이 한 쪽으로 편중된 면이 있다. 이는 고쳐야 한다. 그러나 편중을 해결하겠다는 것이지 지원을 끊겠다는 것은 아니다.

-해외연수가 메이저 언론사에 편중됐다는 지역 언론의 불만도 있다.
최근 연수 내용을 보니 방송사 중심이고 메이저 신문사도 별로 없었다. 지역언론 지원은 지역신문발전위가 중심이다. 지역언론 역시 다 어렵다. 그 중 희망이 있는, 자구 노력을 하는 언론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 다 같이 생존할 수는 없다. 정리 과정도 필요하다. 건전한 언론으로서 지향점이 있는 곳에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그동안 언론재단이 언론계를 지원하고 봉사한다기보다는 군림하는 기관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런 비판이 있다면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언론재단은 지원기관이지 군림하는 곳이 아니다. 건전한 언론의 육성과 지원의 역할에 그쳐야 한다. 그 위에 올라서서 호령해선 안된다.

-직원들은 재단이 통합될 경우 인적 구조조정이 있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직원들로서는 10년 전 기관 통합 때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3대 기관이 통합되면서 인원 40%가 감축됐다. 그런 ‘쓰나미’를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이사장으로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도록 노력하겠다.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때처럼 황당한 사태는 없을 것이다. 지금 인적구성으로도 업무량이 과다한 편이다. 10% 정도면 모르겠으나 그 이상은 막아보려고 한다.

-언론재단 역시 보이지 않는 계파 간 알력이 있다. 곧 단행될 인사의 원칙은 무엇인가.
아직 속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재임 기간 동안 파악이 안 될 수도 있다(웃음). 과거 3개 기관이 통합된 만큼 인적 구성이 세 갈래로 나뉜다는 원천적인 문제가 있다. 그 후 10년 동안 여섯 명의 이사장이 거쳐갔다. 자기 성향의 사람들을 골라 쓰기도 했다. 정권에 대한 기여에 따라 인사를 하는 등 복잡한 요인이 있다. 이를 모두 감안해서 하기는 어렵다. 다만 능력 위주로 할 것이다. 필요한 자리만 바꾸는 정도가 될 것 같다. 조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활성화·능률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다.

-예전에도 언론재단의 병폐에 대해 쓴 소리를 자주 한 것으로 안다. 이사장으로서 이것만은 고치겠다는 것이 있다면.
특별히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다(웃음). 다만 언론재단의 모체는 언론 3단체(기자협회, 신문협회, 편집인협회)다. 단체 대표들이 재단 이사로 참여하기도 했고 지원이 많았다. 지금은 대폭 깎였다. 그런 것은 잘못됐다. 내용을 파악해서 문제가 있다면 개선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동기 동창이다. 실제 어느 정도 친분을 갖고 있는지.
대통령은 경영학과 출신이다. 나는 행정학과를 나왔다. 학교 다닐 때는 몰랐다.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할 때 가끔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사장이 된 뒤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은 없었다.

-이사장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은.
언론재단 비상임 이사, 감사도 했다. 관훈클럽 총무와 편협회장을 하면서 재단을 많이 지켜봤다. 그때는 이사장은 오르지 못할 나무, 나와 무관한 자리로 생각했다. 이사장이 됐으니 나로서는 영광이다.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사장으로서 재단을 키우는데 전심전력하겠다.

-취임 후 직원들에게 무엇을 강조하고 있나.
직원들을 만날 때마다 “조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돼라”고 강조한다. 조직에 필요한 사람이 되면 어떤 경우라도 살아남는다. 통합을 앞두고 직원들이 불안해한다. 그럼 내가 이 조직에 필요한 사람인가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아니라면 열심히 해서 그런 사람이 돼야 한다.

-올해로 언론인으로서 40년을 맞았다. 평생 신조라면.
기자 생활 할 때도 “남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자”는 게 원칙이었다. 누구든 다시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이었다. 그건 그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닌가. 그럼 자연스레 인간관계가 형성되고 일이 생산적으로 풀린다. 저는 그렇게 살아왔던 것 같다.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적(敵)도 거의 없다. 1970년대 말부터 문교부 출입기자를 했다. 그때 사귄 사람들을 지금도 만나며 소중한 인간관계를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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