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과학뉴스 어린이 눈높이 맞춰 쉽게 써야죠"
어린이과학동아 윤신영 기자 미국AAAS 과학언론상 수상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08.11.19 15: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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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과학동아 윤신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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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이 대형 사고를 쳤다.’ 동아사이언스 기자들의 반응은 그랬다. 입사 1년차인 윤신영 기자가 한국인으론 처음으로 미국과학진흥협회(AAAS)가 제정해 시상하는 ‘2008 과학언론상’ 어린이과학뉴스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다.
그는 6월15일자 특집기사 ‘길 위의 공포-로드킬(Roadkill-Horror on Roads)’로 이번 상을 수상하게 됐다. 도로를 건너는 야생동물들이 달리는 차에 치여죽는 ‘로드킬’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어린이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 기사다.
“우리나라 과학기자들이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들이 해외에서 인정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번 수상의 기쁨을 자신보다는 지난 십수년간 과학언론에 천착해왔던 선배기자들에게 돌렸다.
로드킬은 어린이에게 적합한 소재가 아니었다. 사진만 해도 차에 치인 야생동물들의 잔혹한 모습이 많았기 때문. 어린이 정서와 맞지 않다는 내부 반론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야생동물이 찻길에서 사고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성적으로 부각하기로 했다.
이른바 발상의 전환이었다. 기사 도입부를 멸종위기 동물인 ‘삵’의 내레이션으로 이끌었고, 잔인한 장면을 넣지 않으면서 로드킬의 충격을 경험할 수 있도록 그림과 사진자료를 풍부하게 활용했다. 그러면서도 생태 상식 등 과학적인 요소는 빼먹지 않았다.
그는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려고 만든 길 때문에 동물이 수난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을 어린이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며 “국내에서 진행된 로드킬에 대한 체계적 연구 덕분에 깊이 있는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용어가 많은 과학기사의 특성상 어린이들에게 차근차근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가장 큰 과제. 어린이 말투를 썼고, 어려운 용어는 비유를 들어 알기 쉽게 이해시키는 것에 공을 들였다. 이번 기사도 제목에만 로드킬이 들어갔지 본문에는 어린이들을 배려해 ‘찻길동물사고’로 표현했다.
그는 최근 전문성의 벽을 부쩍 느끼고 있다고 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학, 도시계획, 생물학, 환경을 공부해 과학 분야에 대한 수용성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기자생활을 해보니 쉽지 않더라는 것. 전문성을 갖춰야 하는 과학기자가 전문성의 벽을 느끼고 있다는 솔직한 고백이었다.
“과학기사는 쉽게 쓰고, 중립을 지키면 된다는 생각을 많이들 합니다. 교육을 강조하는 어린이 쪽으로 오면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집니다. 거기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는 불편부당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발상의 전환이 드러나는 그런 기사를 쓰겠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