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진보세력, 오바마에게 배워라"
'오바마 전문가' KBS 박성래 기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8.11.12 14:30:59
‘오바마를 잡아라!’ 국내 정계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낯이 익은 사람을 찾느라 분주하다. 그렇다면 기자들 중에 오바마 전문가는 누구일까. 많은 사람들은 KBS 박성래 기자라고 입을 모은다. 그가 단순히 ‘역전의 리더 검은 오바마’(랜덤하우스 펴냄)의 저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박성래 기자가 오바마에게 처음 주목한 것은 2004년 3월 미국 대선 때. 당시 미국대선특별취재팀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한 박 기자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낯선 흑인 정치인을 발견했다. 그는 ‘담대한’ 연설로 미국인은 물론 멀리 한국 땅에서 날아온 한명의 저널리스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인상은 깊었다. 올해 초 국제팀으로 옮긴 박 기자는 무엇에 이끌리듯 오바마라는 ‘양파’를 벗기기 시작했다.
“오바마의 연설을 들으면서 ‘정말 달변가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특유의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말만 잘하는 사람은 아닐까.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의 ‘스토리’를 추적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오바마라는 양파는 ‘까면 깔수록’ 흥미로웠다. 그는 말만 잘하는 정치인이 아니라는 게 결론이었다. 삶의 내공이 있고 뭔가 새로운 것을 갖고 있는 인물이라는 매력을 느꼈다.
“오바마의 가장 큰 무기는 ‘공감’입니다” 진보주의자라면 누구나 변화를 말한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저항은 거세다. 그것을 극복하는 게 진보의 숙제다. 오바마는 그 열쇠를 가졌다. 너나 나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의 변화를 주창했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만인의 공감’으로 변화시켰다. 부지불식간에 인종과 이념의 벽을 허물고 진보의 가치에 손을 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 것이다.
박 기자는 그 비결을 두 가지에서 찾는다. 우선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인 진리에서 출발한다. 그것은 누구나 평등하다는 미국 헌법의 기본정신이다. 또한 ‘내가 원치 않는 일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황금률의 원칙이다.
특유의 통합능력은 그의 성장과정에서 비롯된다. 흑인이지만 백인 외조부모 손에서 자랐다. 집에서는 백인이지만 집을 나서면 흑인이라는 2차원의 세계에서 살아야 했다. 그는 그런 고난을 극복하고 갈등을 통합시키는 힘을 얻었다. 박 기자의 표현을 빌리면 “위인전에서 걸어나온 듯한 사람”인 것이다.
그는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이 오바마의 당선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단언한다, MB의 인기가 아무리 떨어져도 진보정당의 지지율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다.
“한국의 진보세력은 오바마를 배워야 합니다. 한국의 진보는 공감능력을 잃었습니다.” 그는 진보의 가치는 이상에 있다고 했다. 이상만이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상을 실현하려면 냉철한 현실감각과 정치력이 필요하다. 오바마는 민주당 상원 의원 중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으로 꼽혔다. 그런데도 공화당 지지자까지도 민주당 후보에게 왜 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는지 한국의 진보주의자들은 성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