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든 곳, 잘 해결될 겁니다"
박진수 YTN 영상취재팀·노조 쟁의부장/정직 3개월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 | 입력
2008.10.15 15:34:49
‘이길 수 있을까. 아무도 안 다칠 수 있을까.’
박진수 영상취재팀 기자는 이런 생각으로 90일 동안 매일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했다. 입사 13년 차, 평범했지만 만족했던 그의 인생에 불현듯 불청객이 찾아들어 그와 동료들에게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 그에겐 말 그대로 불청객이었다.
스스로를 ‘게으른 기자’라고 말한 그는 아침마다 열리는 ‘구본홍 출근 저지 집회’에 참석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나가지 않으면 동료가 다친다”는 생각으로 철근 같은 몸을 일으켰다. “상황이 악화되어 공권력이 투입됐는데 그 자리에 제가 없다면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았어요.”
해고와 다를 바 없는 ‘정직 3개월’이라는 비보는 그에게도 충격이었다. 박 기자는 하지만 해고자들 앞에서 감히 불평을 할 수 없었다. 가슴은 뜨겁게 달구어진 쇳덩이를 얹은 것처럼 답답하고 격정적인 감정으로 소용돌이쳤지만 겉으로는 웃으며 속울음을 우는 것이 당시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그에게 YTN이란 어떤 곳일까.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과 YTN이 한 몸임을 밝힌 박 기자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성공은 YTN 기자가 된 것이며 가장 큰 보람은 YTN의 오늘을 있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그에게 YTN은 11개의 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보답했다.
상당수 사람들은 과거 ‘코드 인사’는 묵과했으면서 ‘낙하산 인사’는 안 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박 기자는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5~10년이 흘러 우리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게 되어서 주장하는 것뿐이다. 과거에 그랬던 이들은 지금도 같다”고 답했다. 징계 결정 이후 그는 매일 핸드폰에 1백자 감정 기록을 남긴다. 원치 않는 결과로 귀결되면 그는 지금까지 적은 글을 남기고 호젓이 떠나겠다고 했다. “두려운 것은 구본홍도 징계도 아닙니다. YTN을 사랑하는 마음이 전과 같지 않아서 예전처럼 일하지 않는 저를 보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