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앞세우지 않으려 나섰는데…"

조승호 YTN 정치부·노조 공정방송점검단장/해고


   
 
   
 
“후배들을 앞세운 비정한 선배가 되지 않으려고 함께 나선 것인데, 돌아온 건 해고라는 칼부림이었어요. ‘하늘도 참 무심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조승호 기자(정치부 취재기자·국회반장)는 6일 자신의 해고 소식을 처음 접한 뒤 헛웃음을 지었다. 그는 먹먹해진 가슴을 부여잡고 무작정 걸었다. “해고가 될 만큼 그리 무지막지한 일을 했던 건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 기자는 가족들과 울산에 계신 부모님 얼굴을 떠올렸다.

인사 발령 사실은 쉽게 인정되지 않았다. 7일 자신을 포함해 6명의 사원을 해고한다는 방이 나붙은 것을 보고도 현실을 애써 외면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8일 오전 그는 YTN 사옥 ID카드를 출입문에 여러 차례 대 보았지만 굳게 잠긴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그는 인정하기 싫었던 자신의 해고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했다.

조 기자는 “지난 7월 거리에 나설 때만 해도 노조의 투쟁이 이렇게 장기화될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후배들에 대한 보복성 인사, 경찰 고소 등이 단행돼 말로만 듣던 ‘정권에 의한 언론 장악’을 직접 목도하면서 쉽지 않은 싸움임을 비로소 절감했다.

조 기자는 그러나 전혀 외롭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가 YTN을 위해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는지를 아는 동료기자들이 있고 YTN 안팎의 많은 기자들도 지지를 보내주고 있어서다. 특히 조 기자의 부인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그의 부인은 지난 1일과 7일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억울해서 눈물이 흐르지만 이것이 정의로운 일에 대한 대가라면 꿋꿋이 버텨나가겠다”고 남편을 응원했다.

어떤 마음으로 투쟁해나가겠냐는 질문에 조 기자는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라는 글귀를 종이 위에 꾹꾹 눌러 썼다. 그는 “YTN이 바른 길을 가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감수하며 앞을 보고 나아가겠다”면서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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