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언론으로 오랫동안 남아주길"
문정우 시사IN 초대 편집국장 퇴임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8.09.24 15:12:55
“3개월도 못 버틴다고 했어요. 금방 망할 거라고. 하지만 1년이 넘도록 살아있습니다.”
지난 11일 시사IN 창간 1주년 기념행사를 마지막으로 퇴임한 문정우 초대 편집국장. 그는 ‘살아남았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정신없이 마감에 쫓기다 보니 벌써 1년. 힘든 일도 많았고 동시에 기쁜 일도 많았다. 그래서 마지막 편집국장 편지에 이렇게 썼다. “고생 끝, 행복도 끝”이라고.
홀가분해 보였다. 이제 시사IN이 두 발로 당당히 섰다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1주년을 맞아 제 구실을 할 수 있는 매체로 평가 받은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독립 언론의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고 문 국장은 말했다.
실제로 기자들이 만든 매체가 이렇게 빠른 시간 안에 정상궤도에 오른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소액주주 8명, 발기인 63명, 정기구독자 3백37명으로 시작해 이제 수만명의 열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주요 매체가 됐다. 게다가 언론계에는 독립언론의 중요성을 환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꼭 1년8개월 전인 2007년 1월22일, 문 국장과 시사IN 기자들은 거리에 내몰려 있었다. ‘노조원 26명 중 23명이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업무가 중단돼 파업 해소 시까지 직장폐쇄를 한다’는 것이 당시 금창태 사장의 말이었다. 2006년 6월부터 삼성 기사 삭제에 줄곧 항의해온 대가였다.
기자들은 천막농성으로 맞섰고 숱하게 가슴을 쳤다. 결국 파업 1년 만인 6월26일 서울 충정로 1가 청양빌딩 시사저널 편집국을 찾아가 국화꽃을 바쳤다. 그게 시사저널과 마지막이었다. 문 국장에게 당시 일을 물었더니 “옛날일은 다 잊었다”며 웃었다.
결국 3개월 뒤인 9월15일 시사IN은 산고 끝에 창간호를 세상에 내밀었고 커버스토리는 독립언론이었다. 특종도 터뜨렸다. 신정아씨 단독 인터뷰가 그것. 거의 모든 언론에서 이 기사와 사진을 받아썼다.
그 후부터 시사IN은 삼성 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 인터뷰, BBK 에리카 김 단독인터뷰,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주면 형량을 낮춰주겠다는 검찰의 회유와 협박이 담긴 김경준씨 메모 등 큰 건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자연히 시사IN이라는 시사주간지에 대한 관심도도 급등했고 정기구독 문의가 쇄도했다. 거리편집국 시절부터 제 일처럼 기자들을 도운 열혈독자단도 큰 힘이 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시사IN은 독립언론으로 거듭났다. 광고 수입, 배달망 문제 등이 아직 골칫거리지만 꾸준히 늘고 있는 독자 덕에 앞날은 희망적이다.
시사IN은 이제 제2의 시즌을 맞았다. 문정우 편집국장이 퇴임하고 남문희 편집국장이 새로운 선장이 됐다.
문 국장은 “남아 있는 후배들이 앞으로 더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일단은 좀 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