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여부 정해놓고 요식적 회의 진행"

엄주웅 방통심의위 상임위원


   
 
  ▲ 엄주웅 방통심의위원회 상임위원 (사진=서울신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검열기관’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올 초 방송통신위원회와 함께 출범했던 방통심의위는 10여 차례의 회의를 진행해 오는 동안 많은 논란을 낳았다. 최근 MBC의 ‘PD수첩’과 관련한 심의를 진행하던 중 민주당 몫으로 추천된 위원 3명이 퇴장하면서 위원 간 갈등의 불씨도 남아 있다.

본보는 민주당 몫으로 추천된 엄주웅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을 전화인터뷰해 심의문제와 심경 등을 들어봤다. 그는 지난 16일 PD수첩 관련 심의를 하던 중 제일 먼저 회의장을 나왔다. 그는 “심의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현 상황에서 심의를 진행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고 밝혔다.

엄 위원은 “지난 1일 9차 회의에서 PD수첩을 심의하던 중 위원 간 주된 공방은 ‘의견진술’을 들을지 여부였으며 이것이 전체 회의의 80%를 차지했다”면서 “제재 조치를 정하기에 앞서 무엇이 문제인지를 따져야 하는데 ‘의견진술’만 논하는 건 이미 제재를 하기로 마음먹고 절차만 거치겠다는 것이다. 11차 회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퇴장키로 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번 11차 PD수첩 관련 심의는 모두 9명의 위원 중 3명이 퇴장한 상태에서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돼 ‘밀실 심의’라는 비판을 받으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PD수첩 관련 ‘사과’  결정이 내려지면서 위원들이 어떠한 근거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여부를 알기 위해 ‘회의록’에 담긴 내용이 중요했으나 4시간 동안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아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엄 위원은 “회의는 공개해야 한다. 물론 ‘공개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엔 비공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가급적 모든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공개로 남은 4시간의 회의 내용에 대해선 추후 회의에서 안건을 내고 방송통신위원회 등 상급 기관에 행정 처리상 문제는 없었는지, 질의를 해보자는 의견을 제시할 계획이다.

엄 위원은 “요식행위로 진행되는 방통심의위의 시스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합의제 민간 기구인 만큼 ‘다수결’의 원칙이 채택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소수의 의견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앞으로는 “소수의 의견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소수자의 의견을 병기하든지, 일부 반영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심의위의 위원이 여야 추천 구성으로 따져보면 6대 3이 되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많다. 하지만 엄 위원은 “정치권의 외압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다기 보단, 위원간 세계관과 언론관의 차이가 큰 데서 생기는 문제”라고 해석했다. 다만 최근 ‘시국’ 관련 심의를 통해 생각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발견한 만큼 더 많은 논의를 진행하면서 의견 차를 좁혀야겠다고 느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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