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로 못다한 이야기 블러그에 풀어내

이해용 연합뉴스 강원지사 기자의 'DMZ'


   
 
   
 
연합뉴스 강원지사 이해용 기자의 블로그 ‘DMZ’를 둘러보고 반한 독자들이 많다.

그가 전하는 ‘기사로 못 다한’ 취재현장의 뒷이야기들이 그만큼 생생하고 인간미가 넘치며 무엇보다 재미있어서다. 그의 글에 반한 많은 독자들은 “맛깔스러운 글솜씨가 정말 마음에 든다”며 방명록에 응원 글을 남기기도 한다.

취재현장을 꼼꼼하게 기록한 ‘스토리가 있는’ 사진도 볼거리고 정치인들과 강원 도정을 향한 촌철살인도 따끔하다. 그래서인지 강원도 기자들과 취재원들 사이에서도 그의 블로그는 꽤 알려져 있다.

취재원들이 “기사 말고 블로그에 써달라”고 말할 정도다. 형식적인 스트레이트 기사가 사건의 한 단면만을 전한다면, 블로그에 쓰는 글들은 그 이면과 마음까지 비출 수 있어서다.

춘천마임축제 때 하반신이 절단된 장애인에게 동전을 건네는 사람들을 보며 “마음을 전하는 것이 진정한 마임”이라고 쓰고, 태국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유족은 올 수 없는 형편이었고, 밭에서 일하는 동료들은 혹시라도 단속반에 걸릴까 봐 올 처지가 못됐다”고 썼다.

이런 진솔한 글귀들이 독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촌철살인의 정치 풍자도 발군이다. 가령 지난 2007년 7월 블로그에는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3수’에 관한 글이 실렸고 김진선 강원도지사가 봤다면 매우 뜨끔했을 것이다.

“8년 동안 ‘땡동김’ 뉴스(9시 뉴스 시작과 함께 동계올림픽이나 김진선 지사로 시작하는 리포트)에 지친 강원도민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8년 동안 동계에 밀려 사실상 모든 지역개발 사업이 발목을 잡혀왔는데 동계올림픽 3수가 희망인지, 아니면 정치인과 상업언론 등 특정층이 화려하게 포장해 놓은 허망인지. 부유한 집에서야 3수를 하든, 100수를 하든 돈 쓰는 재미에 시간을 때우면 그만이지만, 가난한 집은 먹고사는 것이 벅차 3수는커녕 당장 일당이라도 벌어야 하는 현실”이라고 꼬집은 것.

강원 도정이 그간 한 일은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 그리고 실패’라는 기자들 사이에서의 우스개가 그의 글에도 녹아 있었다.

이 기자는 동료 기자들에게도 블로깅을 권유한다. 기사가 딱딱한 정장 차림인 데 반해 블로그는 평상복 차림이라는 것. 기사처럼 근엄한 방식이 아니라 자유로운 방식으로 기자의 시각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사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효과도 있다.

이 기자는 “나를 과시하려는 것에서 벗어나 낮은 곳에서 낮춰서 보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고 했다. 그가 블로그를 통해 자신을, 그가 본 이야기를 진솔하고 맛깔스럽게 풀어놓을 수 있는 이유다.

이해용 기자는 1996년 연합뉴스에 입사해 현재까지 강원도 언론계를 지켜오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DMZ 보고서-비무장지대를 찾아서’라는 책을 펴낸 DMZ 전문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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