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우리나라를 위해"
이동식 KBS 부산총국장의 '동산현관'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8.07.16 15:00:40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처럼 풍요로운 인터넷의 한 공간이 있다. 가이아 이론, 갈 브레이스와 맬더스의 경제론, 한국사와 문학, 음악, 정치, 미디어, 먹을거리 문화에 이르기까지 인문학과 현실 세계의 속살을 매끈하게 비춰내는 지성의 향연이다. 결례를 저지르는 네티즌의 댓글에 “그래도 제게 반말하실 권리는 없죠?”라며 사뿐히 즈려밟는 한마디에는 기품마저 있다. 사나흘에 한번 이상은 꼬박꼬박 업데이트되는 글 숲 속에서 길을 잃다 보면 어느새 중독이 되고 만다. 프로필을 클릭해보니 블로그의 주인장은 KBS 이동식 부산총국장이다.
그의 KBS 홈페이지 기자칼럼 ‘이동식의 동창을 열면’과 블로그 ‘동산현관’은 이미 많은 언론인의 ‘즐겨찾기’ 목록에 올라있다. 회사에서 정책적으로 기자 블로그를 권장하기 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안팎의 많은 주목을 끌었다. 문을 연 지 5년이 된 이 공간의 매력은‘지식의 백화점’ 이상이다. 자칫 회색이 되기 쉬운 지식을 초록의 현실로 이어가는 솜씨가 남다르다. 강파른 주장만이 앞서기 십상인 기자들의 자의식적 글쓰기를 넘어선 윤택한 글쓰기가 숨쉬고 있다.
최근 이명박 정부의 불교 폄하 논란을 꼬집는 데도 동서양 음악의 공존을 꾀한 존 블레킹의 종족음악 이론과 현악4중주단 크로노스 콰르텟의 음악관에서부터 풀어간다. “우리가 서양음악이 절대가 아니고 세계의 모든 이들이 만들어 온 음악이 모두 다 중요하고 의미있는 것이라는 인식이 들면 세계는 아름다워지고 전쟁이 없어진다. 우리가 자기가 믿는 종교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종교도 다 나름대로 의미있고 가치있는 종교라는 것을 인정하면 결코 자그마한 권력에 있는 사람들이 그 권력을 자기 종교를 알리는 데만 쓰는 소심함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천안문을 열고보니’ ‘길이 멀어 못갈 곳 없네’ '청명한 숨쉬기' '찔레꽃과 된장' '다섯 계절의 노래' 등 이미 다섯 권의 책을 쓴 이 국장은 상당한 독서량을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주위에서 술자리에서는 두주불사이면서도, 시간이 나면 남몰래 기른 손톱으로 클래식 기타를 즐겨 치는 ‘보기 드문 기자’라고 사석에서의 모습을 소개한다.
이 국장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주로 문화부 기자로 활동하던 1983년께부터. 방송에 담아내지 못한 수많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펜을 들게 만들었다. 그의 가슴 속에 새겨둔 가르침이 있었으니 바로 백범 김구의 ‘나의 소원’에 나와 있는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구절이다. 이후 그의 새벽녘은 글을 낳는 자기 성찰과 생산의 시간이 됐다. ‘동창’과 ‘현관’은 이를 향한 조용한 실천의 장이다.
“아름다운 나라는 문화적으로 강한 나라입니다. 지금은 방황의 시대입니다. 그 이유는 민족의 문화를 제대로 전수받지 못했기 때문이죠. 우리 문화의 매력을 찾아내 공유하는 일을 계속 해보고 싶습니다.” 아직은 주제가 난삽하다며 좀더 세분화된 블로그를 만들 욕심도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