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마다 다른 풍광들 잠시 잡아두고 싶었습니다"

이호준 서울신문 뉴미디어국장, 출사여행 담은 블로그 책으로 펴내


   
 
   
 
기자로서 40대 후반에 비로소 자신을 찾을 수 있다면 늦은 것일까. 서울신문 이호준(49) 뉴미디어국장은 그 해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30대를 회상하면 피곤하다는 핑계로 휴일엔 침대에서만 머물렀습니다. 만약 되돌아 갈수만 있다면 그 때처럼 침대에서만 머물지 않을 것입니다.”

이 같은 후회가 이 국장이 그토록 추억과 회상이란 단어에 집착하게 된 이유가 됐을지 모른다. 그는 매주 휴일이면 어김없이 새벽기차에 몸을 맡긴 채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3년 전 갑자기 혈압이 높아져서 삶의 전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샀습니다. 그런데 마냥 찍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서 사진기도 업그레이드하고 옛 풍경과 추억에 대한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이 국장은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자아내는 고향 모습을 찍기 위해 같은 장소를 계절마다 찾았다. 때론 시골 산간에서 길을 잃고 헤맨 적도 많았다.

특히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사진과 글을 엮어 블로그로 소통하면서 또 다른 결실을 보고 있다.

“주무 국장으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뿐만 아니라 새로운 소통 통로로써 블로그를 시작했습니다. 1년간 블로그 활동을 하다 보니 부수적으로 책 한권이 나오게 됐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책은 다음 달 중순이면 세상에 선보이게 된다. 그의 블로그를 먼저 접한 출판사에서 책 출간을 제의하면서 생각보다 빨리 빛을 보게 됐다.

“이 같은 기록은 동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세대의 역할이자 의무입니다. 섶다리 대장간 초가집 시민아파트 이발사 전통혼례·장례 굿 간이역 등 옛 풍경과 사람을 담은 ‘사라져 가는 것들, 잊혀져 가는 것들’은 그동안 소홀했던 것을 육감적으로 기록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도 가족에 대한 미안함은 감출 수 없는 모양이다.

“아내는 건강 때문에 시작한 일이라서 많이 이해 줍니다. 그런데 늦게 본 중학교 2년 막내는 아무래도 아빠와 함께 할 시간을 필요로 할 텐데, 오히려 학교 사진부에 가입해 아빠가 하는 일을 이해줘서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는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잊혀가는 시간과 추억을 붙잡는 활동에 매진할 예정이다.

“향후 3~5권 정도의 책을 출간할 예정이며 여건만 허락된다면 북한과 중국 등에서도 이 같은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러한 작업들이 언젠간 교과서에서 나올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이 국장은 후배 기자들에게도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여백 시간’을 당부했다.

“자기 본분이나 제대로 하라는 식의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기 환경에서 벗어날 때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떠날 때 기자이니깐 세상에 대한 소통자로서의 역할을 기억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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