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베테랑으로, 정치부 루키로
강원도민일보 박지영·지은 자매기자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8.03.19 14: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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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민일보 박지영, 지은 자매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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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고성, 속초에서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다녔어요. 그리고 춘천에서 대학까지. 그것도 모자라 기자생활도 같이 하고 있어요. 저희들도 가끔 신기해 하곤 해요.”
강원도민일보 문화부 박지영(29·왼쪽) 기자와 정치부 박지은(26) 기자가 봄날 활짝 웃었다. 춘천시 의암호 부근의 바람 좋은 어느 카페에서다. 이들은 자매다.
한 사람은 7년차 문화부 공연예술 담당기자로, 한 사람은 4년차 정치부 정당출입 기자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모두 미혼. 한 집에 살면서 아웅다웅하지만 언니가 있어서, 동생이 있어서 든든하다. 피곤에 취해 잠든 모습을 보면 서로 마음이 짠해 지기도 한단다. 그런데 자매가 어떻게 한 언론사에 있게 된 걸까?
“기자생활하는 언니모습에 반해 출장간 사이 몰래 지원했죠”사실 동생은 대학 초반까지도 언론에 관심이 없었다. 중국어에 능통해 다른 일을 하려고 했다. 이게 다 언니 탓. 대학시절 라디오를 켰더니 문화계 현안을 설명하는 언니의 목소리가 또랑또랑하게 들려왔고 그때부터 기자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2005년 가을, 동생은 언니가 일하던 언론사 공채에 원서를 던졌다. “알았으면 당장 뜯어 말렸을 것”이라고 말하는 언니가 해외 출장을 간 사이였다.
그리고 당당히 합격, 사회부 경찰출입 기자를 거쳐 현재는 정치부 기자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유일한 정당 출입 여기자다.
언니는 그런 동생을 두고 “처음엔 일이 힘들어서 말리고 싶었죠. 그런데 이제는 저보다 일을 더 잘하는 것 같아 보기 좋아요”라며 웃는다.
다만 언니에게 동생의 수습시절은 곤혹스러움, 그 자체였단다. “등 뒤에서 동생이 혼나는 소리가 들리면 식은땀이 다 나더라고요. 내색할 수도 없고….(웃음)”
“수습시절 혼나는 동생 보면 제 등에서 식은땀이 나더라구요”하지만 그런 동생을 감쌀 수는 없었다고 한다. 언니이기 이전에 선배였으니까. 그래서 더 딱딱하고 냉정한 선배로 대했다. 자매라는 주위의 시선도 있었고 무엇보다 동생이 기자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매로 한 언론사에서 근무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의식적으로 눈도 마주치지 않을 만큼 부담도 있었다. 자매기자의 비애다. “지금도 개인적인 얘기는 잘 안해요. 서로 폐 안 끼치려고 눈치도 보고요.(웃음)”
이렇게 두 기자는 벌써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며 서로 충고하고 위로하며, 꿋꿋이 강원 언론계를 지켜가고 있다.
언니는 베테랑 문화부 기자로 통한다. 문화계 인사 치고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일주일에 한번 TV에서 문화계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동생은 루키 정치부 기자로 각각 실력을 인정을 받고 있다. 이젠 강원도 정치판을 한눈에 꿴다.
그래서다. 그들이 앞으로 펼쳐갈 미래가 궁금해지는 이유는. 혹시 한국 최초의 자매 편집국장이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봄날, 오랜만에 선후배가 아닌 자매가 되어 그들이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