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문제, 한국경제 위해 딛고 넘어야할 시점"
한겨레 김종구 편집국장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08.03.06 11: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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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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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제작은 ‘즐거운 스트레스’
좋은 신문 위해 분투하는 구성원들에 감사지난달 28일 한겨레 편집국장실에서 만난 김종구 편집국장은 자신에 차 있었다. 재신임 소감을 꺼내자 “소감은 무슨”하고 손사래를 쳤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고 했다. 핵심만 물고 늘어지는 기자의 습성은 여전했다. 그런 측면에서 그에게 따라붙는 ‘시경캡’ ‘인파이터’라는 수식어가 절묘하다. 강한 리더십으로 사건기자를 지휘하는 시경캡, 사각의 링에서 황소처럼 밀어붙여야 하는 인파이터. BBK 의혹, 삼성 문제 등에 결기 있게 대처했던 한겨레와 닮았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스탠스를 묻자 “위축되거나 움츠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잘하면 잘한다 하고, 못하면 못하는 거라고 정확하게 시시비비를 가려 지적하겠다”면서 “옳은 방향으로 간다면 괜히 비판할 이유가 없다. 많은 대목에서 한겨레가 추구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많다보니까 지적하는 기사가 많게 느껴지는 것”이라고 했다.
삼성 보도는 ‘성역 없는 보도’란 한겨레의 창간정신을 구현한 좋은 사례로 꼽힌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 삼성이 4개월째 광고를 싣지 않으면서 상당한 경영 압박을 받고 있다. 고민의 지점, 한가운데 있는 김 국장은 스스럼없었다. “광고를 준다고 덜 쓰는 것도 아니고 안준다고 더 쓰는 것도 아니다. 삼성 문제는 삼성 자신을 위해서나 한국경제를 위해서 언제 한번은 딛고 넘어가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삼성 특검이 종료되는 시점에 기사를 어떻게 펼칠지를 고민하고 있다.
김 국장은 지면 쇄신을 꾀하고 있다. 각종 현안을 힘 있게 전달하면서도 읽을거리도 함께 제공하는 유연함을 겸비하겠다는 복안이다. 한겨레가 그동안 ‘한겨레다운 기사’를 원하는 독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는데 성공했지만 다양한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의 욕구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굵직한 기사에서부터 생생한 생활밀착형 기사, 톡톡 튀는 발랄한 기사가 어우러져야 한다.” 체제가 정비되는 대로 지면을 평가하고 전략을 짤 방침이다.
올해는 한겨레 창간 20돌이 되는 해다. 공교롭게도 한겨레의 존재 가치가 다시 주목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김 국장은 요즘 창간정신을 쉼 없이 강조한다. 그래서 더욱 기본에 충실하고자 한다. 지난 1년간 해온 일이지만 5판 대장 정도는 보면서 퇴근하며 매너리즘을 경계한다. 편집국장이 적성에 맞는다는 김 국장은 “신문 만드는 일은 ‘즐거운 스트레스’”라며 “구성원들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좋은 신문을 만드는데 분투하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