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확대 언론이 나서야죠"
정보공개법 개정 앞장선 KBS 성재호 기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8.02.28 1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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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재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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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재호 기자를 만나러 가는 길은 혼잡했다. 여의도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길가에 즐비한 경찰의 대열 사이를 비집고 KBS 별관에 들어섰다. 보도국의 모니터들 역시 새 대통령의 얼굴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렵게 합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새 정부 들어 교착상태에 빠진 지금, 아이러니가 느껴졌다.
“정보공개의 확대는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길입니다. 누구보다 언론이 앞장서서 이뤄야 할 일이죠.”
성 기자는 3년째 탐사보도팀에서 일하고 있다. 팀의 특성상 정보 공개를 청구할 일이 잦았다. 그때 마다 속 시원히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정부기관이 대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나하나 기록하고 따져봤다. 문제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정부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단체 대표들이 구성한 정보공개법 개정 TF에 참여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후 그는 지난 16일부터 3회 연속으로 우리의 정보공개제도를 심층 분석하는 시리즈물을 KBS 뉴스9에 내보냈다. 19일 방송된 ‘시사기획 쌈’의 ‘‘그건 몰라도 돼!-정보공개율 91%의 허상’편을 연출했다.
지난 10년 동안 국민들이 공공기관의 정보 비공개 결정에 맞서 제기한 소송은 모두 3백91건. 이 가운데 청구인인 원고가 승소·부분승소한 경우는 53%에 달한다. 우리보다 30년 먼저 정보공개법을 시행한 미국은 한해 주 정부를 뺀 연방정부에만 청구되는 정보공개가 2천만 건에 달한다. 아직 우리는 15~20만 건 수준. 우리 정부 관료들은 자신이 취급하는 정보의 주인이 바로 국민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되도록 감추려 든다. 권력이 이런 버릇을 스스로 고치기 어렵다. 언론이 먼저 나설 수밖에 없다. 성 기자는 “기자들이 꾸준히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안되면 절차를 밟고, 소송이라도 가서 판례라도 남겨야 한다”며 더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지난해 취재지원선진화방안 논란 속에 어렵게 정보공개법 개정이 시도됐다. 오랜 산고 끝에 신속하고 저렴한 재심 절차를 집행할 행정심판기구를 정부 위원회로 설립하도록 했다. 부당하게 정보공개를 거부하거나 게을리 한 공무원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정부 기관이 소유한 정보목록도 모두 공개토록 했다. 꽤 진일보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 노력이 관료의 서랍에서 잠자고 있다. 대선 이후 모든 것이 ‘일단 멈춤’ 상태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성 기자가 인수위에 물은 결과 돌아온 것은 “검토한 바 없음”이라는 짧은 대답이었다.
“계속해서 정보공개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 정부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의원입법을 통해서라도 개정안을 추진해야죠.”
민주주의의 한 척도는 정보의 투명성이라고 역설하는 성 기자. 기자실 복원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는 정보공개의 확대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