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관리, 인권이 우선해야"
'여수참사 200일의 기록' KBS순천 임병수 기자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8.02.14 14:05:22
“아저씨 문 잠그지 마요. 문 잠그면 아무도 없어. 아무도 안보여”
여수참사의 생존자인 이란 청년 유세비씨. 그의 시간은 여수 참사의 절규 속에 멈춰있다. 동료 10명이 불에 타 숨졌고 눈을 감아도 악몽 같았던 그날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자살 시도도 2번이나 했다.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것 같다.
KBS(순천) 임병수 기자의 ‘여수참사 200일의 기록’은 죽은 자의 슬픔, 살아남은 자의 아픔을 기록한 45분짜리 다큐 형식의 보도다.
임 기자는 7개월 남짓 사망자와 생존자, 또 그들의 가족과 동료들 곁을 맴돌며 취재를 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이란 청년 유세비씨와 중국에서 온 서뢰 씨였다. 그들은 모두 불길에서 살아남은 댓가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가혹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중국인 서뢰 씨는 사람들 속에 있어도 말 한마디 건네지 않는다. 기억도 잃어가고 있다. 목사가 꿈인 그가 줄줄 외우던 성경 구절도 이제는 겨우 읽어나갈 수 있을 뿐이다.
2007년 2월11일 여수출입국사무소에서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년. 하지만 여수참사는 벌써 잊혀져 가고 있다. 이중 쇠창살 속에서 비명을 지르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기억 말이다.
임 기자는 처음 ‘여수출입국사무소 화재’를 흘러간 사건이 아닌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취재를 진행하면서 이 사건을 기본 틀로 우리 사회 외국인 노동자와 그들의 인권문제를 뜯어보고 다시 꿰맞춰보고 싶다는 욕심도 들었다고 한다.
외국인 1백만명 시대, 그 가운데 불법체류자가 22만명, 더구나 그 수가 계속 증가하는 현실은 그런 욕심의 바탕이 됐다.
임 기자는 먼저 한국의 불법체류자 관리 시스템과 외국의 사례, 특히 네덜란드 ‘스키폴 외국인보호소 화재사건’과 여수 참사를 비교했다.
같은 참사를 겪었지만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관리시스템은 한국과 판이했고 결국 문제는 인권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인권의 부재, 그것이 ‘여수참사의 불씨’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은 요원하다. 부상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고 출입국관리소를 구금시설이 아닌 보호시설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여전하다.
임 기자는 “‘여수참사 2백일의 기록’이라는 프로그램이 이주노동자 인권을 말하는 작은 판단의 근거가 됐으면 한다”며 “한국기자상 수상이 있기까지 도움을 준 순천방송국 기자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