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역학조사로 원인 규명해야"
'한국타이어 연쇄돌연사' 대전일보 김형석 기자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8.02.13 14: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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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일보 김형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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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직원들이 최근에 많이 죽었다는데?”
대전일보 입사 7개월 차인 노형일 기자가 우연히 술을 마시다 들은 얘기다. 그리고 그 한마디가 한국타이어 돌연사 사건 보도를 낳은 첫 출발점이 됐다.
다음날 노 기자는 선배인 김형석 기자에게 지나가듯 술자리에서 들은 얘기를 전했고 김 기자는 희한한 일이다 싶어 곧 취재에 들어갔다고 한다.
단순한 산업재해 일수도 있지만 일단 내용은 확인해 보자는 심산에서였다. 김 기자는 당시 이 사건을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확인됐다. 사망자는 한두 명이 아니었다. 확인된 인원만 모두 8명. 이 가운데 순수하게 안전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단 1명. 나머지는 심근경색(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사망, 일명 ‘돌연사’였다. 특종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김 기자는 당시 1년 동안 8명이 한 회사에서 죽는다는 게 믿겨지질 않았다고 한다. 확인이 필요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유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
입사 1년 만에 숨을 거둔 한 연구원의 아버지. 그에게서 1년 사이 2명이 같은 방에서 몇 개월 차로 숨졌다는 충격적인 제보를 받을 수 있었다.
그가 한 방송사에 이 일을 제보했지만 묵살 당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로써 첫 보도의 요건은 모두 갖춰진 상태였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타이어였다. 공장 규모, 근로자 수, 생산유발 효과에서 한국타이어는 국내 굴지의 기업이자 대전을 상징하는 대규모 사업장이다. 취재 사실이 알려지면 기사를 막으려는 시도가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망자 이름, 사망 날짜, 장소, 사망 경위 등을 모두 입수할 때까지 한국타이어 측을 대상으로 한 확인 취재를 미뤘다. 첫 기사를 쓰던 8월 16일에서야 한국타이어에 전화로 확인 요청을 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대자 한국타이어 측은 당황했고 잠시후 편집국으로 한국타이어 측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무슨 이유에선지 편집국 방문도 있었다.
김형석 기자를 비롯한 대전일보 경제팀이 전화를 끄고 자리를 피한 후였다. 그렇게 첫 보도가 나갔다.
파장은 컸다. 독자들의 반응도 상당했다. 돌연사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대전일보와 타사의 후속보도도 이어졌다. 솔벤트 등 타이어 성분이 돌연사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지만, 한국타이어측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김형석 기자는 “유가족의 아픔을 완전히 덜어주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다”며 “원인규명을 위한 철저한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