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자 알몸사진 찾아내 살인사건 확신"

'해상 연쇄 살인사건' YTN 김범환 기자


   
 
  ▲ YTN 김범환 기자  
 
2007년 9월3일 전남 고흥 앞바다에서 여자 시신 1구가 떠오른다. 외상이 전혀 없는 전형적인 익사체. 그리고 2일 뒤 전남 보성 앞바다에서 남자 시신 1구가 다시 떠올랐다. 부검 결과 발목 골절에 직접 사인은 불명.

광주 경찰청에 있던 YTN 김범환 기자는 해경에서 나온 보도 자료를 검토하던 중이었다. 단신으로 처리할까?

그러던 중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죽은 남자가 수영같은 운동에 능한 만능스포츠맨이라는 제보였다. “범환아, 이거 아무래도 이상해. 그렇게 쉽게 죽을 리가 없다는데…” 설마했다.

그런데 한 달 뒤 같은 바다에서 20대 여행객 2명이 실종, 1명이 변사체로 떠올랐다. 이 중 한 여성은 긴급 구조 메시지를 보낸 상태였다. 게다가 죽은 4명의 휴대전화 마지막 위치가 율포해수욕장 앞바다…. 뭔가 이상했다. 동일범 소행이라는 예감도 들었다. 김 기자는 관할인 보성경찰서로 급히 차를 돌렸다. 

경찰은 여성 2명을 배에 태웠다는 늙은 어민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러나 안전사고라는 용의자의 말만 되풀이 했다.

“성범죄 아닐까”하는 생각이 김 기자의 뇌리를 스쳤지만 용의자는 70대 노인이었다. 성범죄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을 탐문 취재한 결과 용의자가 힘이 장사고 단골식당 아주머니를 배에 태우고 나가서 반 나절만에 돌아오는 등 여성 편력이 심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중요한 것은 물증 확보. 김 기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경찰서 주변 사진관을 뒤졌다. 경찰이 조서에 넣기 위해 혹시라도 맡겨놓았을 필름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온 몸이 꼬집힌 용의자의 알몸 사진을 찾아냈다. “살인사건이다….”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선에서 여성의 머리카락도 다수 발견됐다.

그리고 타살 가능성을 제기한 첫 보도가 나갔다. 보도가 나가자 유족들의 제보가 이어졌다고 한다. 강력팀장이 단순히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실족사 쪽으로 사건을 몰고 갔다는 경찰 내부의 제보도 받았다.

이렇게 4명의 젊은이가 무참하게 살해된 희대의 연쇄살인극이 세상에 알려졌다. 단순 변사로 그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김 기자는 3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에 한국기자상 수상이라는 낭보를 받았다고 한다. 고향집에서 제주를 올리던 그 날, 돌아가신 아버지께도 이 수상 소식을 전했다.

김 기자는 “안타깝게 숨진 고인들 생각에 지금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며 “다만 과학자가 꿈인 큰 아들 건도, 건축가가 꿈인 작은 아들 건민, 그리고 아내에게 자랑스런 기자이자, 아빠, 남편이 된 것 같아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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