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출신 북한학 박사 잇따라 탄생
중앙 고수석·동아 신석호 기자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08.01.23 14: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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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수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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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석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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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BS 안정식 기자에 이어 기자출신 북한학 박사가 2명 더 탄생을 앞두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고수석 기자(차장)와 동아일보 신석호 정치부 기자. 경남대 북한대학원(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사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오는 2월 박사학위 수여식을 앞둔 가운데 기자출신 북한학 전공 박사 2, 3호를 기록할 예정이다.
고 기자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북한학과에서 ‘북한·중국 동맹의 변천과 위기의 동학’이란 논문으로, 신 기자는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북한과 쿠바의 경제위기와 개혁’이란 논문으로 각각 박사 학위를 받는다.
고 기자의 논문은 동맹이론을 기초로 북·중 우호조약 이후 2006년까지 북한과 중국의 동맹 모델이 어떻게 변화 왔는지를 다뤘다. 반면 북한 및 남북관계 전문기자로서의 포부를 지닌 신 기자는 1990년대 소비에트 블록의 붕괴 이후 북한과 쿠바가 겪은 경제 위기와 이에 대한 대응으로서의 개혁 정책을 비교·분석했다.
이들이 북한학과 인연을 맺은 길은 엇비슷하다. 고 기자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통일문화연구소 유영구 팀장의 권유로 2001년 3월부터 경남대 북한대학원에서 석사 과정(북한 IT)을 밟게 됐고, 신 기자 역시 2002년 7월 첫 방북 취재를 한 이후 같은 해 9월 당시 동아일보 고승철 경제부장의 도움으로 같은 대학원에서 북한학(경제·IT 전공) 석사 과정에 입학하게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이 박사학위를 받기까지의 과정 및 배경 등은 사뭇 다르다.
현직을 병행하면서 박사학위를 받은 고 기자는 “지난 1년 간 시간과의 싸움이 가장 어려웠다”며 “퇴근 후 새벽 2~3시까지 공부하는 게 힘들었지만 학위 때문에 회삿일을 등한시한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일에 더욱 집중할 수가 있었다”고 말했다.
신 기자는 “지난 6년 동안 기자의 유일한 휴일인 토요일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점이 힘들었다”면서 “그러나 공부를 하면서 지적인 활력소를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전문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업과 병행해 코스워크를 마치고 회사 배려로 지난해 1년간 국내연수를 하면서 논문을 집필했다.
이들은 기자 재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고 기자는 “공부를 업무와 별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엄연히 업무의 연장일 수밖에 없다”면서 “기자 입장에서 다른 선택의 길이 많지 않기 때문에 배운 것들을 신문의 콘텐츠에 다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기자 역시 “기자가 특정영역에서 전문성을 쌓으면 다른 어느 직장이 제공할 수 없는 훌륭한 비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며 “언론사가 고급 콘텐츠를 만드는 가장 쉽고 중요한 방법은 기자를 공부시키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도록 경력을 관리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두 기자는 배운 지식을 콘텐츠의 질을 높이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고 기자는 “이번 논문을 가지고 어떻게 부가가치를 만들 것인가가 최대 고민”이라면서 “북한과 관련된 질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한편, 사내 브레인 역할을 하면서 일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신 기자는 “북한 관련 박사는 많고 북한 담당 기자도 많지만 북한학 박사 기자는 드물어 희소성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문기자로서 또 연구자로서 은퇴할 때까지 북한과 남북관계가 변화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지켜보며 기사와 논문과 책으로 기록하는 일에 남은 인생을 바치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