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의 노선은 '실사구시'"

김교준 신임 편집국장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중앙일보가 편집국장을 바꿨다. 중앙 언론사 중에 처음이다. 불확실성 속에 정중동(靜中動)인 언론계. 중앙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김교준 신임 편집국장은 바빴다. 인사를 하러 찾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자신감일까. 그는 얼마든지 맞이하겠다는 자세였다.

김 국장의 23년 기자 생활의 ‘8할’은 정치부였다. 국제부 6개월, 기획취재팀 6개월을 빼고 정치 분야를 떠난 적이 없었다. 논설위원 때도 정치담당이었다. 서울신문 시절 사회부와 스포츠서울을 거쳤지만 ‘정치통’이라 불리기 모자람이 없다. 뭔가 의미하는 바가 있어 보였다.

“제가 정치부를 오래했다고 해서 지면에 미치는 영향은 별로 없을 겁니다.”
김교준 편집국장은 자신의 이력에 비춰 중앙의 변화를 읽는 시각에 반대했다. 그의 일성은 “에디터 중심제의 확고한 실현”이다. 에디터에게 지면과 인사의 전권을 맡기겠다는 것. 1년 동안 에디터들이 자기 분야에서 낸 성과로 자신 또한 책임지고 평가 받겠다는 것이다.

“에디터 중심제의 취지는 시니어 기자들이 오래도록 현장에서 땀을 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뜻은 대부분 이해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운영을 쇄신해 도입 취지에 한 걸음 다가서려 합니다.” ‘기자는 기사를 쓸 수 있을 때까지 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 “현장에서 뛰는 시니어 라이터가 많다는 것이 중앙일보의 경쟁력”이라며 바로 여기부터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이다.

이른바 ‘실용주의’를 표방한 새 정부의 등장 이후 중앙의 행보 역시 관심거리다. 중앙은 그간 ‘열린 보수’ ‘중도 보수’ 이념을 외쳐왔다. 현실에서는 크게 다를 바 없다는 비판도 많았다. 새 정부를 맞아 이는 어떻게 나타날까. 김 국장은 “중앙의 노선은 실사구시이며 좌·우 논쟁은 이제 소모적”이라는 말로 정리했다.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이념논쟁에서 쉽게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나 그런 구도에서 되도록 빨리 졸업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중앙은 판형 변화를 전사(全社)적인 의제로 들고 나왔다. 김 국장의 확신은 뚜렷했다. “판형의 변화는 신문의 미래”라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콘텐츠이며 기사작성, 취재 방식부터 새 판형에 맞는 틀을 구상해내는 것이 앞으로 일 년 동안의 과제라고 밝혔다.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편집국 기자들에게 김교준 국장의 인상을 물었다. 대부분 거론한 것은 ‘부드러움’이었다. 아직 새 주인에 덜 길들여진 편집국장실에 두 벌의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이 눈에 띄었다. 그는 평소 바쁜 기자 생활 중에서도 책을 가까이하기로 유명하다. “국장 된 뒤엔 시간이 없었습니다. 앞으론 계속 읽어야죠”라며 역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편집국장으로서는 좀 더 강한 리더십을 선보일 듯하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은 대한민국의 물 먹은 기자입니다. 우리 기자들이 물을 안 먹는다면 저는 계속 부드러운 사람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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