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중심 되는 협회 만들겠다"
정책실 신설 등 내부 혁신 추진…언론인 공제회 조속히 추진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07.12.27 09:31:37
김경호 41대 기자협회장은 지난 4일 선거가 끝나고 편히 쉬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도와준 사람들을 만나 인사하는 대신 회원들 속으로 들어갔다. 지방도 계속 돌았다. 회원들과의 접촉면을 다각도로 넓히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주인인 기자들에게 기자협회를 돌려줘야한다는 소신에서다. 그는 인터뷰 내내 기자가 중심이 되는 협회를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자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는 조직으로 거듭나겠다고 했고, 회원들 위에서 군림하는 조직이 아닌 봉사하는 조직으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김경호 기자협회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회의실에서 있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우선 소감을 말해 달라. 기쁘다기 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 하는 마음이 무겁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보여줬던 회원들의 의견을 잘 받아서 기자협회의 발전과 도약을 위해 밑거름이 되도록 하겠다. 현 회원들의 의견, 말씀, 참 많이 들었다. 지난 2주 넘게, 그야말로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많이 들었다. 질책도 많이 받았고, 격려도 많이 받았다. 뜻을 모아서 차기 기자협회가 신뢰받도록 노력하겠다. 막중한 책임과 함께 변화와 혁신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기협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소중한 말씀들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17대 대선이 끝났다.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나왔다. 기자협회가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기자는 항상 비판과 견제, 감시 기능이 최우선 역할이다. 권력이 어떤 형태로 나오든 권력에 대해선 항상 비판적인 그리고 긴장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그런 입장에 있다. 따라서 대통령이 어떤 언론관련 정책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기자협회의 일이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회원인 기자들의 입장에서 현상을 보고 분석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방송 구조 개편에서 기자실 통폐합, 지역언론 활성화 등 문제들이 산적해 있고,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기 때문에 여러 변화가 있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많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수위가 내놓을 여러 정책을 보면서 회원들, 회원사의 뜻을 모아 하나하나 풀어갈까 한다.
-언론노조, PD연합회 등 현업언론단체들과 공조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선거 과정에서부터 언론노조가 제시한 11개 언론개혁 과제를 오려가지고 다녔다. 하나하나 봤을 때 기자협회와 뜻이 그렇게 차이 난 부분이 없다. 언론노조나 PD연합회와 공조하지 않을 이유도 없고, 뜻을 같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기자협회와 두 단체는 언론과 관련된 과제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입장을 조율하겠다. 언론노조와 기자협회의 존재 이유는 다르다. 기협은 회원이 중심인 협회다. 그 존재의 이유를 떠받치는 테두리 안에서, 회원들의 뜻이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에서 공조하겠다. 맹목적 공조가 아닌 합리적 공조를 통해서 거듭 말하지만 회원들의 권익을 보장하고 언론자유를 담보하는 방향속에서 공조할 것이다. 이미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언론의 발전을 위한 방향성이라면 얼마든지 논의하고 공조하고 협력할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언론정책에 대한 우려가 적잖다. 특히 신문·방송 겸영 허용, MBC와 KBS 2TV의 민영화 추진설 등이 그렇다. 언론정책의 변화는 그야말로 언론의 자유, 바람직한 언론이 공론을 창출하는 공기로서 역할을 하는 방향에서 정책이 추진돼야 할 것이다. 언론은 다른 산업과 달리 사회 여론을 형성하고 변화시켜가고, 국민들에게 바람직한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것이 기본 과제다. 따라서 어떤 정책이든 이것을 벗어나선 안된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이나 MBC 민영화 부분들은 깊이 연구되거나 하는 공약은 아닌 것으로 본다. 다만 어떤 언론정책이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언론 자유를 담보하는 틀 안에서 수립돼야 한다. 이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제약하는 부분이 있다면 옳지 않다. 구체적 언론정책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다 저렇다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기협은 기자들의 권익, 언론의 자유를 담보하는 그 안에서 문제를 바라볼 것이다. 새 정부가 어떤 식으로 언론 정책을 마련해나갈 것인지 예의주시하면서 그에 따라 회원들의 뜻을 모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
-기자실 통폐합 문제는 국방부의 어두컴컴한 기자실이 상징하듯 현재 진행형이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에 대한 입장은.미국 수정헌법은 어떤 경우에도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제약하는 법을 만들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정부는 총리훈령으로 기자들의 취재를 제한하거나 알권리를 제약할 요소가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 기자실 통폐합 부분은 어떤 경우에도 권력이 재단하고 개입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논의하겠다. 그동안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놓고 회원인 기자들과 기협 집행부, 정부 측과 괴리가 있었다. 그동안 그렇게 접점이 없었던가 하고 생각해볼 수도 있었다. 어떤 경우든 기협은 회원인 기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렴해서 가야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선 기협이 상당 부분 역할을 못했다.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가 취재지원 방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모르지만 현재로는 원점에서 다시 논의하고, 접점을 찾아가겠다. 사실 기자실에 대한 국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잘못된 관행은 있을 수 있고 오해받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은 어디까지나 언론내부의 자율적 개혁과제이지 권력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차기 기자협회는 기자실 통폐합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놓고 갈 것이다. 새 정부 인수위와 충분히 논의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것이다.
-회장 선거가 끝난 뒤 많은 회원들을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목소리가 주로 나왔나. 대부분 ‘기자협회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의문점을 던졌다. 그러면서 굉장한 질책을 했다. 심지어 듣기 껄끄러울 정도의 얘기도 많이 나왔다. ‘하는 일 없이 회비만 받아가는 조직 아니냐. 경조사일 때 경조사비 한번 준적 있느냐. 지역이라서 관심조차 준적 있느냐’ 이런 얘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작은 권익이나 복지 부분에서 기자실 통폐합 등 큰 문제까지 엄청난 이야기를 쏟아내더라. ‘이대로 가선 안된다. 이대로 가면 기협을 탈퇴하겠다’는 과격한 얘기가 있었다. 그런 거침없는 목소리를 듣고 기자협회를 회원인 기자들에게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자협회장 선거 과정에서 기자협회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상당했다. 기협은 어떤 조직이어야 하나. 기자협회는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다. 기협은 과거와 달리 상당 부분에서 변화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기협의 과거 정체성은 군부독재 정권과 맞서면서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는 쪽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60년대, 70년대를 넘어서 80년대까지 우리 기자협회의 존재 목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독재 투쟁과정에서 수많은 선배들이 모진 고문과 협박을 당하면서도 기자정신을 지켜온 덕에 오늘날 기자협회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우리 사회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기협은 가장 올바른, 실천적 지향점을 모색하고, 국민들의 뜻을 반영하는 그런 새로운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기협은 너무 한 방향으로 치우쳐오지 않았나하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협을 기자가 중심이 되는 조직으로 본다면 이념적으로, 지역적으로 전혀 편향성이 존재해서는 안된다. 메이저와 마이너, 서울과 지방, 방송과 신문, 뉴미디어와 올드미디어, 이런 구분은 이제 더 이상 있어선 안된다. 이런 분열적인 모습은 기협 정체성에 가장 위협적인 요인이다. 기협은 회원인 기자가 자긍심을 갖고 전문인으로서 역할을 해나가고, 사회 발전을 주도하는 전문직 단체로 거듭나야 한다.
-기자 연금제인 언론인 공제회 도입 등 회원들의 퇴직 후 안전망 구축을 공약했는데.언론인 공제회는 기자들이 퇴직 후 안전망을 확대하자는 차원에서 나왔다. 회원들이 매달 불입한 일정액과 정부나 기업의 출연금으로 모은 종잣돈을 운용해, 거기서 나온 수입으로 퇴직 언론인들에게 매달 일정한 금액을 지급한다는 게 주요 골자다. 군인공제회나 교원공제회가 비슷한 개념이다. 언론 공제회 설립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정부 지원금과 기업 기부금을 모으는 데 주력하겠다. 취임 후 곧바로 스터디에 들어가고, 연금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가능하면 빨리 추진하겠다.
-기자협회보 편집권 독립에 대한 입장은.선거 과정에서 지금까지 수없이 들은 얘기가 기자협회보에 대한 얘기다. ‘기자들이 회비를 내서 발행하는 기자협회보가 기자들을 비판하는데 일관하고 있다. 협회보가 특정 사안이나 특정 부분에 대해 지나치게 함몰했고 균형 감각을 상실했다’는 지적들이었다. 편집권 독립은 개인적인 소신이다. 협회보도 회장을 비롯한 특정인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지 않도록 편집권을 독립해야 한다. 편집권은 취재기자와 편집국장, 편집인까지 공유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들이 기사 가치에 대해 토론하고 공유하고, 그걸 토대로 지면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 명망 있는 분을 편집인으로 모시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외 연수를 비롯해 기협이 주관하는 각종 행사 등에서 지역회원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해외연수의 경우 배정 인원은 적은데 비해 가고자하는 회원은 많다. 당연히 여러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다만 지역회원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은 문제다. 정확한 실태조사를 통해 구조적 개선책을 내놓을 것이다. 국내외 연수에 많은 지역회원들이 참여하도록 지역할당제 도입을 검토하겠다. 다만 어학실력 등 자격이 안되는데도 할당제에 매달려 가는 것은 옳지 않다. 국내외 연수는 기본적으로 기자의 재교육 프로그램이다. 연수 가서 한번 쉬고, 골프 치고 오는 그런 연수가 돼서는 안된다. 자기 전문화, 자기 재교육을 위해 연수를 떠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 특히 연수인원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볼까 한다. 비공식적으로 가는 연수를 기협이 주도하거나 언론유관단체와 기업 등이 연수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책을 찾아보겠다.
-지역신문은 구조화된 경영위기, 지역민방은 열악한 제작환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언론 생존의 길은 없나. 지역 저널리즘은 사실상 고사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역신문이 재정자립의 기틀을 다지고, 기자들은 취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볼까 한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연장을 위해 노력하겠다. 지역언론의 위기는 신문으로 그치는 게 아니다. 거대 자본들이 미디어 시장에 들어와 있고, 특히 IPTV라는 새로운 미디어를 앞세워 이미 방송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지역민방도 로컬리즘이라는 부분에서 너무 열악한 환경에 있다. 전주방송 등은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민방의 구조적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할 생각이다. 미디어 전문가를 부회장으로 위촉해 기협 차원에서 지역언론 활성화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안을 만들 것이다. 그 안을 가지고 문화관광부를 시작해서 국회, 방송위, 언론재단 등을 찾아가 대책을 촉구할 것이다. 생존의 길이 없다면 만들어내고, 있다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
-회원들에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저의 개념은 변화와 혁신이다. 기협 내부 혁신은 물론 안팎의 모든 조직도 변화시킬 것이다. 기협 내부에 정책실도 만들어질 것이다. 향후 정책기능까지 하면서 가겠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없는 집에 우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똘똘 뭉쳐간다면 기협과 회원사, 회원들은 잃어버린 자존심을 찾고,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자협회를 가장 합리적인 투명한 조직으로 탈바꿈 시키겠다. 그리고 모든 것을 경쟁시스템으로, 회원들을 섬기는 그런 조직으로 바꾸겠다. 협회 사무실 공간 배치부터 상당한 변화를 줄 것이다.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회원들이 언제든지 소통할 수 있는 수평적 조직으로 변화시키겠다. 회원들이 와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열린조직으로 만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