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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이진곤 주필 | ||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으로 정권이 4번 교체되는 동안 논설위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1988년부터 19년간 국민일보 논설위원실을 지켜온 이진곤 주필이 이달 말 정년퇴임한다. 국가권력에 칼을 대길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혹여나 상처를 받은 분들이 있다면 미안하다고, 중책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관심과 비판의 전적인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 주필은 다만 없는 사람의 편, 그리고 가진 자의 오만을 비판하는 언론인이 되길 원했다고 했다. 최근 펴낸 칼럼집 ‘오만한 마부(馬夫)들’과 ‘풍차와 기사(騎士)’에 실린 글들은 이같은 주필의 소신이 담긴 책들이다.
그는 언론인이라면 이념과 상관없이 사안별로 쓴 소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권력과 정치권력은 아무리 부드럽고 친절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야수의 본성’을 지닌 위험한 존재라고 진단했다.
노태우 정부와 민정당, 김영삼 정부와 신한국당, 김대중 정부와 국민회의,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 등을 성역 없이 비판하며 견제했던 이유다.
그런 그는 언론을 간관에 비유했다. “고려·조선시대 때는 간관제도가 있었습니다. 간관은 5품관 정도 됐는데 왕의 정치를 직접 공방했죠. 왕이 마음에 안들면 재상에게 압력을 넣어 파직하기도 했습니다. 언론도 간관과 같아야죠. 나아가 청와대 안에서도 대통령의 의중을 헤아리는 가신이 아닌 권력을 비판할 수 있는 간관이 필요합니다.”
소크라테스가 ‘살찐 말을 깨우는 등애’로 남길 원했던 것처럼, 그는 후배 기자들이 등애로 남아주길 바랐다. 삼성 비자금 의혹과 BBK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 주필은 부산일보 정치부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해 40대 초반에 국민일보에 입사했다. 언론사 최초의 파업이었던 부산일보 파업 당시 성명서를 쓰던 솜씨를 눈여겨 본 홍성환 논설실장의 추천으로 처음 논설위원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칼럼을 써야했던 터라 스스로 가치판단을 하기보다는 고사를 통해 뜻을 폈고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가미한 칼럼 덕에 명성도 얻었다.
그는 퇴임 후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학 강단에 설 계획이다. 고별칼럼은 국민일보 28일자 1면에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