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으로 뉴스 차별화"

취임 1백일 맞은 MBC 김성수 보도국장


   
 
   
 
요즘 MBC 보도국장실은 항상 ‘회의중’이다. 팔걸이 의자에 걸터앉아 토론을 벌이는 사람들, 뚫어져라 자료를 분석하는 사람들. 몸짓은 자유롭지만 표정은 진지하다. 대선이라는 거대 이벤트를 눈앞에 둔 여느 언론사의 편집국 역시 같은 모습이겠지만, MBC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 보인다. 그래서일까. “취임 1백일?”이라며 되묻는 김성수 보도국장에게 날짜를 세는 일은 사치인 듯 싶었다.

김성수 국장은 취임과 함께 ‘깊이있고 어젠다를 제시하는 뉴스’를 내세웠다. 그는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한마디로 갈무리했다. 주변 환경 탓도 있었다. 국장 취임 직후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가 터졌다. 남북정상회담이 이어지더니 이제는 후보들이 연달아 기사거리를 제공하면서 완연한 대선 국면에 들어갔다. 아직 MBC뉴스의 본격적인 변화의 계기를 포착하기에 세상의 숨결은 가쁘다. 그 와중에서도 놓치지 않으려는 원칙은 있다.

“선택과 집중의 기조를 유지하려 합니다. 뉴스데스크가 어떤 뉴스를 집중해서 보도할 것인가가 중요하죠. 이를 통해 다른 뉴스들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시청률’의 족쇄를 끊어버리겠다는 것도 김 국장의 약속이었다. 그는 보도국에서 시청률 표를 아예 보지 못하게 했다. 더 이상 시청률이 보도국의 가치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단조롭게 획일화된 수치보다는 스스로 내리는 판단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가 원했던 뉴스를 지향했는가, 언론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는가 자체적으로 냉정히 평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KBS 뉴스9와 경쟁은 숙명이다. 지금까지 시청률에서는 열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김 국장은 “좋은 경쟁을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MBC뉴스에서 사건사고 중심으로 흥미유발을 노린 리포트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이 방송뉴스의 질적 향상을 이끄는 길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방송사들의 공감대는 무언의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그것은 시청률로 대표되는 수치의 싸움보다 더 치열하다.

그러나 판가름은 대선 보도에서 날 수 밖에 없다. 후보들 이상으로 방송사 보도국은 전력투구하는 태세다. 편파시비를 무력화하기 위한 철저한 중립성, 정책 검증의 강화가 MBC 보도국이 내건 방향이다. 이회창 후보의 등장, 정동영·이인제의 단일화 시도 등 돌발 이슈가 연달아 터지는 상황은 예사롭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시청자들이 냉정한 시각을 갖도록 돕는 뉴스가 절실하다”고 김성수 국장은 강조한다.

희끗희끗한 그의 짧은 머리칼은 24년 기자생활의 징표다. 연륜을 풍기며 절도 있게 요점을 꼬집는 그의 답변에서 급변하는 기자 사회에 대한 시각 또한 궁금해졌다. “기자는 일반 직장인과 다릅니다. 사회적 책임감과 소명의식이 있어야 하죠. 스스로를 샐러리맨화해서는 안됩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