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부패시스템 파헤쳐야"
"리스트 앞자리에 언론 있다는 것 명심" /김인국 신부 인터뷰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 입력
2007.11.08 11:57:12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김인국신부는 6일 본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 민주화’를 강조했다. 또 “삼성그룹 일가의 욕망과 세습이 경제 민주화를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인국 신부와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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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국 신부(사진=오마이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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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기자회견을 마치셨다. 소감은?
언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해줘서 고맙다. 하지만 앞으로 얼마나 언론들이 이 사건을 충실하게 전달할지 솔직히 회의적이다. 워낙 전국가적인 문제이고 수사의 주체가 수사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보니 좀 암담하기도 하다.
-언론 보도에 대해 말해 달라. 광고의 느낌이 많이 났다. 그리고 여전히 증거 타령을 하던데 엄밀히 말해 김변호사가 어떻게 다 가지고 있나. 배신과 고발을 위해 수십 년간 준비해온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반박자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무 한꺼번에 내용을 공개하면 한국사회가 소화하기 힘들다.
언론들은 단순히 ‘다 내놔라’ 이런 식인데 기자들이 연구도 기획도 안한다. 자꾸 내놓으라고 하는데 신정아 사건 때처럼 하면 지금 같을까. 국가적 기강 흔들고 국민의 의혹을 받고 있는 일 아닌가. 국민들도 묵시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던 사안이다. 사제단도 김 변호사가 전혀 다른 주장을 했다면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이 이런 부패를 다 알고있고 김 변호사가 살만 붙인 것이다. 이것을 훨씬 더 잘 알고있는 언론이 이 시스템을 파헤쳐야 하는 것 아닌가.
진실게임으로 공방 위주로 흥미위주로 다루는 것 같다. 황색저널리즘 같기도 하다. 언론이 검찰리스트를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리스트의 맨 앞자리에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경제민주화 운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제들이니까 단순히 생각해서 노동과 소비가 거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금 삼성그룹 일가와 그 가신들의 횡포가 너무 심하다. 그 횡포들이 대한민국의 경제 문화를 가로막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주장하는 소위 삼성 문제는 기업으로서의 삼성과는 별개의 문제다. 기업으로 따지면 삼성은 건실하다고 본다. 그런데 기업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것은 이씨 일가의 끝없는 욕망과 세습, 그리고 세습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 경영시스템을 무너뜨리고 망가뜨리는 데 있다.
그래서는 경제 민주화가 안된다. 건강한 재투자와 공동선을 위해 환원되고 투명화 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과정이 투명할 수 있도록 국가 시스템의 감시가 강화돼야 한다는게 사제단의 소박한 생각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을 삼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든다. 대한민국의 영혼 자체를 타락하게 만든다.
- 참여연대와 민변이 삼성 이건희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향후 계획은? 큰 의미에서 같이 가는 것이다. 역할이 다르니까. 저희는 저희대로 가고 민변이나 참여연대같은 분들은 그분들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 끝으로 언론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어떤 할머니가 울면서 전화를 해왔다. 이병철 회장 때부터 삼성 협력업체를 운영해 온 할머니였다. 그 할머니 말이 삼성이 얼마나 악질적으로 대금 결제도 안해주고 물건 값을 깍아대는 지 그 통에 회사를 다 날렸다고 한다.
그분이 기자회견을 보고 얼마든지 지원해 주겠다고 하더라. 많은 분들이 전화를 해주셨다. 삼성의 불법 편법이 중소기업을 파괴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결코 삼성 같은 대기업의 효율을 떨어뜨리자는 것이 아니다. 투명하게 가야만 경제 효율도 살아난다. 언론도 이를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