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무예 지킴이 되고 싶습니다"
무예 전문서 펴낸 조선일보 조민욱 기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7.09.19 15:2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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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조민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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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3년차에 활동 반경이 넓지않은 편집부 기자. 디스크, 만성 소화불량 등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기 쉬운 조건이다. 그러나 조선일보 조민욱 기자의 몸과 마음에는 그런 기미가 없다. 대학 시절 몸매와 건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아니 오히려 졸업 이후 키까지 계속 자랐다는 그의 비결은 무엇일까. 틈틈이 닦아온 전통 무예 덕분이다.
십팔기 공인 6단인 조민욱 기자는 현재 서울 인사동 십팔기 수련관 사범이다. 스스로 운영하는 인터넷카페 ‘무예사랑방’은 무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보금자리가 된지 오래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수십 차례 무예 시연을 했다.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전국 초등학교를 돌며 십팔기의 진수를 선보이기도 했다. 조 기자는 “우리의 무예를 알리고 싶은 작은 바람일 뿐”이란다.
최근에는 전설 속 무예 고수들의 이모저모를 다룬 책 ‘칼끝에 천하를 춤추게 하다’(황금가지)를 내놓았다. 5년에 걸친 자료 수집과 집필 끝에 빛을 봤다. 2002년 쓴 무예 에세이집 ‘달마야 장풍 받아라’ 이후 두 번째 무예 서적이다.
이 책은 일종의 ‘무예 역사 바로잡기’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었던 무예에 대한 역사적 사실들이 우리의 무관심을 일깨워주고 있다.
참선만으로 득도의 길을 닦은 것으로 알려진 달마. 그는 무예로 심신을 단련해 소림사에까지 영향을 줬다. 역근세수경(易筋洗髓勁)과 십팔나한수(十八羅漢手)를 연마했다. 괴팍한 인물로만 알려진 사도세자가 십팔기의 시조라는 것도 아는 사람이 흔치 않다.
이 책은 태권도의 뿌리가 일본 가라데(空手)라는 논쟁적인 주장도 전해준다. 일제시대 가라데를 배운 조선 유학생들이 해방 이후 조국에 도장을 열었고, 발차기를 가미해 우리 태권도의 기틀을 닦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라데 역시 일본인과 다른 민족인 유구국(현 오키나와)의 전통무예였다는 점도 밝힌다. 그는 “무술에는 흐름이 있다”며 “역사적 맥락을 무시하고 어느 나라 것이라고 나누는 일은 부질없다”라고 말한다.
조 기자가 처음부터 무예의 길에 빠졌던 것은 아니다. 어려서는 교과서 사이에 무협소설과 만화를 끼워 읽으며 삼매경에 빠지던 소년이었을 뿐이다. 오히려 통통한 체격에 몸치에 가까웠다고 한다. 서울대 입학 뒤 캠퍼스 노천극장에서 도복을 입은 수련인들의 풍모에 매료되어 동아리 ‘전통무예 연구회’에 가입한 게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렇게 접어든 무예의 길이 어느덧 20년. 노동 강도 높은 편집부 기자로 일하면서도 꾸준히 수련을 멈추지 않았다. 대학시절 즐겨 찾던 서울 신림동 뒷산 무덤가부터 산이든, 들이든, 사무실이든 그에게는 발 딛고 있는 모든 곳이 도장이다. 튼튼한 몸과 마음은 기자로서의 역량 역시 유감없이 발휘하게 해준다.
“무예에 우열은 없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센지에만 관심이 있죠. 하지만 우리가 전통 무예를 아끼고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우리의 무예를 보존하는 데 한 몫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