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김동해 농민신문 사장 |
|
|
지난달 초 농협중앙회 전무이사 출신인 김동해 사장이 농민신문 신임 사장으로 선임됐다. 말단직원으로 출발, 최고 자리까지 올라본 그는 신문 경영에 있어 인터뷰 내내 자신감을 보였다. 다른 CEO같으면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를 걸었을 법한 말도 거리낌 없이 할 정도로 소신이 있었다. 지난달 30일 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취임 소감은.
1988년 후반부터 1993년까지 근무했다. 당시 같이 일했던 기자들이 현재 국장,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반갑기도 하고 세월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신문도 그 때와 많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내용상 현장 중심의 기사라기 보단, 정부 중심이나 농협 중심 기사였다. 지금은 주재 기자가 지방에서 많이 활동하면서 현장중심으로 바뀌었고 내용이나 형식상으로도 풍부해졌다.
-취임사에서 ‘재미있는 신문’을 강조했다. 재미있는 신문이란.
비타민이 많다고 해서 귤을 먹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맛있어서 먹는 것이다. 아무리 몸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먹지 않게 된다. 모든 텍스트, 그중에서도 신문이 지식·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면 흥미를 끈 뒤, 그 속에서 정보·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사를 보고) 나도 한번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도록 해야 ‘읽히는 신문’이 될 수 있다.
-농민신문은 일간지를 검토한 바 있다. 향후 추진 방안은.
검토는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신문이라는 것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영이라는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면 추진하기 힘든 것은 이치다. 현재까지는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배달문제도 걸림돌이다. 지역 배달망이 어렵다. 우리는 도시가 아닌 농촌 도서·산간벽지를 위주로 하는데 직배를 추진하기에 문제가 많다. 일간지인데 영상 매체에서 다 발표된 것, 중앙지에서 발표된 것을 2~3일 뒤에 알려주면 안되지 않는가. 인력 문제는 필요하다면 스카우트 등 외부에서 조달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역발상으로 고급화 주간지로의 전환은 어떠한가.
고급화 주간지 역시 고려대상 중 하나다. 농민신문은 전문지라고 하지만, 종합전문지에 가깝다. 축산만 다루는 것도 아니고 원예, 미작 등 농업관련 분야를 망라해 다루고 있다. 앞으로 농업 분야가 발달해 세분화되면 더욱 세밀한 관심을 요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진정한 전문지로 가기 위해서는 화훼·과수 등을 세분화해 전문 잡지를 발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고민도 있다. 사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선 경영적인 측면에서 뒷받침돼야 하는데 어떻게 이윤을 창출할 것인가를 명쾌하게 해결하지 않으면 시도하기 어렵다.
-전문가 육성 부분을 강조했다. 전문가는 어떤 사람을 말하는가. 전문가는 스스로 되어야 한다. 스스로가 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고 투자해야 하며 회사는 그런 직원들을 ‘서포트’ 해주는 역할을 담당하면 된다. ‘과수전문 기자’라면 마케팅, 진행상황을 다 알고 있어야 한다. 화훼, 쌀, 양돈 등은 국제적 마인드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쌀 하면 농민신문 모 기자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전망도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농민신문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가고 기자와 신문의 질이 향상된다.
재정적인 능력은 좋지 않지만 그런 욕심 있는 직원이라면 얼마든지 지원할 생각이다. 최선을 다하고 농민신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람에게는 성과에 상응한 보상을 해 줄 것이다. 예를 들어 관리부서 직원이 기존 시스템 변화를 통해 연간 얼마의 절감을 가져오면 당연히 보상을 해주어야 한다. 신문의 위상을 높이고 경영상 능력을 발휘한다면 연말 종무식 때 1억원의 수표라도 줄 수 있다. 그런 직원이 나오길 바란다.
-막내가 5년차다. 터울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사의 로테이션은 적당히 빠지고 새로 들어오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농민신문은 정년이 보장돼 있어 좀처럼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다.
다른 사업을 구상하는 데에는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한 것도 한 이유다. 인쇄사업, 신매체 창간 등을 논의 중이다. ‘디지털농업’ ‘월간축산’ 등 출판 쪽을 독립법인화 해 인력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점들은 사내 동의구조가 먼저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또 분리했을 때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 가능하다. 아직은 안을 놓고 검토하는 단계다.
-구체적으로 어떤 신문을 만들고 싶은가. 중앙회 근무 당시 5백여명 앞에서 교육을 한 적이 있다. 40~50분 동안 지시사항을 말했다. ‘우리가 나태했다’ ‘어떤 길로 나가야하는가’ 등을 운운하며 직원들을 질책하고 독려했다. 그 날부터 전국 지점장, 지부장으로부터 응원의 메일이 쏟아져 들어와 저 역시 힘이 났었다.
농민신문도 독자들로부터 “잘했다” “잘못했다”는 내용으로 전화가 걸려오도록 해야 한다. 사장이든, 편집국장이든, 담당기자든 신문이 나오면 즉각 반응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신문이 인기 있는 신문이다.
-외부 칼럼리스트 등 외부 충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 역시 고민하던 바다. 편집국에 외부에 명망 있고 실력 있는 칼럼리스트를 동원해 신문의 질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농민신문은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변화를 주려 한다. 하지만 맨 뒤에 위치한 오피니언면 만큼은 고급 읽을거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농민신문에서 특별히 강화해야 할 분야는. 그동안 농민신문이 소홀히 다룬 분야가 있다. 바로 농업 자재 부분이다. 농자재는 농업과 밀접한 분야인데 정보제공이 미약했다는 반성이 있다. 생산에만 집중했었다. 농약, 피복 등 친환경농경이 트렌드이고 그 분야와 관련한 친환경 농업 자재들도 나오고 있는 만큼, 이러한 정보를 좀 더 담아내려 한다.
식품 부분도 구체화하지 못했다. 어느 국가든지 산업구조상 식품 산업이 제일 규모가 크다. 그 다음이 의류, 자동차, 반도체 순이다. 식품은 곧 농·축산물이다. 하지만 농민신문은 그동안 가공, 유통, 안정성, 품질 등 시장에서 농·축산물 취급의 일체인 식품분야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 분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주재기자 문제는 없나. 농민신문은 주재기자들이 열심히 뛰어주어야 한다. 현재 도·시별로 10여명이 활동을 하고 있다. 각 도 별로 한명씩 두고 있으며 경기와 부산·경남 지역만 2명이 배치돼 있다. 중앙지에 비해 주재기자가 강조되는 편이나 충분하지는 않은 실정이다. 이를 채우기 위해서 ‘통신원제도’를 활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미미한 형편이다. 농업 분야는 늘 새로운 소식이 나오지 않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주재기자 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농민신문이 다뤄야할 어젠다가 궁금하다. 농민신문은 국내 농민을 지키는데 주로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시장이 글로벌화 되면서 식품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과연 저 식품이 안전한가 △라벨에 적힌 대로 구성성분을 갖추고 있는가 △유통경로는 어떠한가 △친환경적인가 △수입농축산인가 등. 이런 측면에서 믿음을 줄 수 있는 생산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농업 자체가 죽을 수 있다. 더욱 적극적인 보도를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자재 나오는 것에 대해 다양한 기사를 확보하고 가공·유통·판매 등 모든 분야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FTA는 농업계 최대 현안이다. 체결됐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농민 입장과 국민, 정부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한미FTA 뿐만 아니라 EU FTA도 협상중이며 정부는 계속 다른 국가와 체결을 시도해 갈 것으로 보인다. FTA를 체결하는 것이 국가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농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은 당연히 법으로 보장된 권리를 받아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농업계에 대한 피해 대책은 당위적으로 마련돼야 할 것이다. 국가적 문제라면 도시민, 기업체가 도와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경영목표가 궁금하다. 농민신문은 농협중앙회 등 농협 전 계통 조직에 직·간접적 지원을 받아온 게 사실이다. 이런 관계는 오래 지속되면 안된다. 독자적인 자립능력을 갖춰야 한다.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는 입장이 아니라 농협 입장에서도 다른 매체와 협력하는 것 보다 농민신문과 일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는 평가를 받아야 ‘비즈니스 파트너’로 지속될 수 있다.
농협조직과 농민신문 간의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가 설정되고 유지되면 농민신문의 독자생존도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만들어내야 한다.
지난해 농민신문의 매출은 7백34억원이었다. 순이익은 14억5천억원에 달했다. 임기 내 1천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현재 인수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내·후년경에는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35년간 일을 해오면서 결국 조직이 발전하고 내가 발전하려면 조직 내에서의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것은 내 것이다, 내 일이다, 남에게 미룰 수 없다’는 생각, 즉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무소장, 지부장 등을 거치는 동안 30여명이 내 식구라고 여기게 되면서 ‘내 책임 하에 이들이 웃고 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자, 모든 게 달라졌다.
주인의식이 없다면, 머슴의식이 자리한다. 이런 마인드로는 절대 조직이 발전하기 힘들다. 언젠가는 내가 이 조직의 수장이 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조직이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모든 문제는 나한테서 나온다는 인식을 품어야 한다. 농민신문 독자가 줄어든다면 그것은 신문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신문은 완벽한데 부수만 줄어드는 것이라고 여기면 결국 원인이 ‘남’에게 있다는 것인데, ‘남’은 절대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 내부에 문제가 있다면 요인을 찾아낼 수 있지만 외부 요인에는 해결방안이 없다. 우리 농민신문 조직원들이 이러한 점에 있어 공통된 인식을 가져주길 바란다.
대담=본보 김신용 편집국장 trustkim@journalist.or.kr
정리=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