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 주변에 머물고 있는 '전두환'을 보여주고 싶었다"

'만화 전두환' 펴낸 서울신문 백무현 화백


   
 
  ▲ 서울신문 백무현 화백  
 
백무현 화백(서울신문)이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정면 비판한 ‘만화 전두환(시대의 창)’을 펴냈다. 지난 2005년 5월 ‘만화 박정희’에 이어 두 번째 현대 인물 비평서다.

전작 만화 박정희는 ‘인물’에 초점을 뒀지만 만화 전두환은 ‘시대’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는 만화 전두환에서 1980년대 비뚤어진 시대상을 조명했다. 12.12사태부터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되기까지 장작 15년에 이르는 역사를 두 권에 담아냈다.

“5월 광주에 대한 부채의식에서 출발했어요.” 백 화백은 이번 만화 전두환의 집필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뜨겁게 투쟁하지도, 죽지도 못한 1980년 5월의 지식인들이 그렇듯 저 역시 마음 한 구석이 늘 무겁고 미안했다”며 “이제야 20년 넘게 짓눌려온 그 부채의식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만화 전두환’이 강조하는 역사도 단연 ‘5.18 광주항쟁’이다. 백 화백은 최근 개봉한 영화와 동명인 1권 ‘화려한휴가’에서 1백5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광주항쟁을 기술했다.

그는 우리 주변에 아직 머물고 있는 ‘주변의 전두환’을 보여주고자 했다. 백 화백은 “5공에 부역해 부를 축적한 지식인들, 경쟁이라도 하듯 전두환을 찬양한 언론도 또 하나의 전두환”으로 규정하며 “이들 모두가 공동체를 파괴하는 우리시대 전두환”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만화 전두환’에는 부끄러운 언론의 모습들도 등장한다. 5.18 광주항쟁 당시 사실을 왜곡 보도한 언론, 전두환 전 대통령의 나팔수가 된 언론, 청와대에서 술자리를 가지던 주요 언론사 대표들의 난투극 등이 표현돼 있다.

그러나 그는 언론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1980년대에는 지사적·투사적 기자들이 시대를 선도하기도 했지만 전체 1만 명의 언론인 중 이런 언론인은 채 5명이 되지 않았다”고 그는 지적했다. “후배로서 이런 선배 언론인들을 고발했어야 했는데 미흡했어요. 80년 언론은 지금도 ‘진행형’인데 말이죠.”

대통령 선거가 불과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민감한 주제의 만화가 출간돼 정치권의 시선은 달갑지 않다. 일각에서는 ‘범여권의 결집을 위한 것 아니냐’는 쓴 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백 화백은 “본의 아니게 그런 오해를 받고 있지만 현대사를 제대로 알리기 위한 소박한 동기에서 시작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3년 전 광주에 내려간 적이 있는데 한 초등학생에게 5.18에 대해 물으니 모른다고 답했다. 386세대가 부모일 광주의 그 아이가 5.18을 모른다는 것은 적잖은 충격이었다”고 밝혔다. 또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에서도 전두환에 대해 “물가를 안정시키고 올림픽을 유치한 대통령”으로 설명하고 있는데 이런 점들이 ‘만화 전두환’을 집필한 직접적인 동기가 되었다고 고백했다.

백무현 화백은 앞으로도 만화를 통해 현대사를 알리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그에게 만화 작업은 ‘1인 오프라인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다. 그는 “아직 생존하고 있는 인물, 특히 민감한 내용을 주제로 한 만화는 매체에서 다루기가 어렵지만 1인 창작물인 만화를 통해 역사를 가감없이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며 “만평은 이런 내용을 담기에 공간이 너무 작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만화 김대중’과 ‘만화 리영희’ 등을 준비 중이다. ‘만화 리영희’에서는 박약해지는 언론계의 시대정신을 꼬집으려 한다. 백 화백은 “언론계의 사표인 리영희를 통해 ‘언론과 지식인의 사명’을 말하고 싶다”며 “양심에 반하는 펜을 휘둘러서는 안 된다. 역사는 꾸준히 기억되고 재현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벌써부터 언론계에 따가운 일침을 가하게 될 차기작 ‘만화 리영희’가 기다려진다.
곽선미 기자 g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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