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이면 정해진 길 포기할 수 있어야"
기자출신 경남대 북한대학원 박사 1호 SBS 안정식 기자
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 입력
2007.07.04 15:04:52
“갈수록 매체 수가 많아지고 언론환경도 다변하는 상황에서 평기자, 차장, 부장, 국장 순으로 기존 선배들이 밟았던 길을 모든 후배 기자들이 가기 어렵습니다. 여러 방면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석사를 거쳐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8년 하고도 6개월. 그 사이 3년차 햇병아리 기자는 12년차 중견기자가 됐다. SBS 정치부 안정식 기자가 바로 그다.
평화와 화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가 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냉전의 골이 깊어지는 롤러코스터 같은 남북관계는 항상 그가 알고 싶은 분야였다. 서점에서 북한 관련 서적을 뒤적이고 관련 기사도 유심히 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그는 학교를 택했다.
그는 경제학을 전공했지만 원해서 시작한 공부는 북한학 박사로 이끌었다. 그것도 북한학에 대해서는 가장 권위가 높다는 경남대학교 북한대학원의 박사다. 기자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안 기자는 ‘탈냉전기 한미 대북정책의 갈등과 협력’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김영삼·김대중 정부의 한미동맹 구조 변화 속에서 한국의 대북 정책은 점차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었지만 여전히 미국과의 공조체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안 기자는 “과거 냉전 시기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한국은 미국의 대북정책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며 “미국이 지지하지 않는 한국의 대북정책은 성공할 수 없지만 한국이 지지하지 않은 미국의 대북정책도 성공할 수 없다”고 자신의 논문을 요약했다.
취재와 공부를 병행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리포트며 발제, 시험은 취재로 지친 그에게 잠을 앗아갔다. 그러나 안 기자에게 오히려 그것은 동기부여였다.
그는 “어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가 있어도 굳이 학교까지 다니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한다”며 “그러나 공부는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 주기적인 리포트 제출, 발제, 시험 등의 과정은 나태해지는 나에게 채찍질이 됐다”고 말했다.
학교라는 틀을 이용하면 공부의 동기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박사라는 타이틀은 부수적으로 따라왔다.
입사 12년차인 그에게 너무 일찍 전문분야를 택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다.
안 기자는 “부장, 국장 순의 일반적인 길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며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코스를 제쳐둘 필요가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는 SBS에서 북한전문기자를 꿈꾸고 있다. 공부는 그에게 중심을 잡아줬다. 진실보다는 이념적 구도가 항상 앞서는 북한 관련 뉴스에서 SBS가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일조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 기자는 “북한 관련 뉴스가 이슈화되면 언론사마다 다른 견해를 내놓아 우왕좌왕한다”며 “논리적으로 데스크를 설득해 회사의 입장이 옳은 방향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