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할당제 도입 등 지역신문 보호장치 마련 시급"

[기협 인터뷰] 매일신문 이용길 사장



   
 
   
 
지방신문협회 차원 대선 공동기자단 구성 논의 중

매일신문이 7일 창간 61주년을 맞는다. 광복 이듬해인 1946년 창간, 대구시와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매일 35만부를 발행하는 등 매일신문은 발행부수와 영향력, 신뢰도에 있어 대구지역 유력 일간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일신문의 대주주는 대구 가톨릭 교회다. 1999년 말부터 5년 8개월 동안 가톨릭신문 사장을 지낸 바 있는 이용길 신부가 지난 4월부터 사장을 맡고 있다.

-취임 3개월, 창간 61주년을 맞은 소감과 사장 취임 이후 편집국 분위기에 변화가 있다면.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고 마음은 바쁜 나그네 같은 심정이다. 누구든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내년 창간 기념일에는 밖으로 내보일 수 있는 성과물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다. 편집국 뿐 만 아니라 사내 전체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번져나가고 있다. 사장이 바뀌면 변화를 시도하는 듯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는 인식이 더 많아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변화에 대한 공감대가 더 확산될 것이라고 믿는다.

-기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해야 할 일과 본인의 사명을 다하라고 당부한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정확하게 판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한다. 기자는 사실에 정직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인 이상 완전히 중립적인 위치에서 바라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정직이라는 신념만 간직한다면 사회 바로 보기는 가능할 것이다. 또한 전문인으로서 근성을 가지고 끝까지 집요한 노력을 하자고 독려하고 있다.

-뉴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종이신문 등 기존미디어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통과 통신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비약적으로 발달한 분야다. 정보가 시간과 장소에 제약 없이 엄청난 속도로 전파되다보니 지방신문은 한 템포 늦은 전달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자칫 잘못하면 구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앙지의 물량공세와 지역 경기 침체로 인한 광고 시장 축소는 직접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대부분의 뉴스메이커가 중앙에 중점 배치돼 있는 것도 지역신문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이같은 난제들에도 불구하고 지역신문이 지역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해야 하는 일은 자명하다. 한 마디로 지역사회의 주민들에게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생각을 전체 구성원이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앞에서는 변하지 않은 채 팔짱만 끼고 있다면 아무리 좋은 전략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그 반대라도 마찬가지다. 정보와 함께 인식을 공유해야 변화에 대한 적응력도 생기고 변화를 이끌어 나갈 추진력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위기 타개책이나 대응 전략 마련은 그 다음의 문제다.


신문 난립은 지역만이 아닌 전국적 현상
정부·지자체·언론 모두 대책 마련 나서야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역신문발전위원회 등을 통해 지역신문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그럼에도 대다수 지역신문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참여정부는 서울·수도권 부동산시장을 잡으려다 엉뚱하게 지방의 부동산 시장만 초토화시켰다. 또한 지방분권을 기치로 내건 정부의 언론정책, 신문정책으로 정작 어려움을 겪는 것은 건전한 지역신문이다. 모두 서울과 지방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은 결과다.
적어도 정부나 공공기관의 광고 등에 대한 지역 할당제 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면 실효성 있는 지역신문 지원책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또한 사실상 약육강식의 정글 상황에 놓여 있는 신문시장에서 건전한 지역신문이 생존할 수 있는 보호장치가 황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지역신문의 ‘위기론’은 지역신문의 난립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서울에서 보면 잘 보이지 않겠지만 지역 신문 난립 현상은 일부 지역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급여도 못 주는 회사의 기자일수록 자동차는 대형이라는 웃지 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명색이 기자라고 하면서 기사는 한 줄도 안 쓰고 다른 일에 더 관심이 많다는 얘기도 종종 들린다.
최소한의 기본도 갖추지 못한 각종 사이비 언론의 난립은 건전한 언론을 짓밟는 결과로 돌아오고 있다. 사이비 언론이 활개를 치는 곳일수록 기자의 직업이미지가 바닥이고 언론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부정 일색이다. 정부차원의, 지자체 차원의, 그리고 언론계 스스로의 대책마련이 절실한 이유다.


온라인 중요성 인식하지만 수익성 불확실
자본 취약한 지역신문 선뜻 나서기 힘들어





   
 
   
 
-온라인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과 차별화 된 온라인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오프라인 시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성장은 어렵고 현상유지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때문에 온라인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자명하다.
하지만 온라인 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한다고 해도 수익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누구하나 분명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본이 취약한 지방신문이 선뜻 나서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정말 어려운 문제다.

-매일신문은 신부가 사장을 맡아오고 있다. 정통 언론인 출신이 아닌 사장으로서 회사 경영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극복해 가고 있는가?
사장은 신부지만 매일신문은 종교신문이 아니다. 독자들도 매일신문이 가톨릭 교회 소유라는 점을 잘 인식하지 못할 정도다.
신문사 경영에 대한 최종 책임은 신부인 사장에게 있지만 구체적인 분야는 수십년 동안 매일신문에 몸담아 온 정통 언론인들이 맡아서 이끌고 있다. 이같은 지배구조와 경영방식은 매일신문의 오랜 전통이다. 사장이 성직자라서 특정인이나 특정 기업, 특정 단체 그리고 권력 등의 입김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더 자유롭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것이 매일신문을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언론사로 자리 매김 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언론사 사장이 된 이후에 생긴 고민이 있다면.
매우 많다. 우선 우리 사회에 몸담은 이들과 재미있게 살자는 바람이 있었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고민이다. 또한 매일신문이 이끌어 온 60년이라는 세월과 역사를 저버리지 않도록 성실히 살아가야 한다는 걱정도 크다.
사람들에겐 하고 싶은 말, 해야하는 말, 안 해도 될 말이 있다.
하고 싶은 말은 굳이 하지 않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해야될 말은 반드시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것이 문제가 된다. 설령 큰 위기를 맞는다해도 삶을 담보로 한 채 할 말은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대구라는 도시에서 태어났지만 신부가 되기 위해 수학하는 기간을 제외하곤 1차 산업인 농사일을 손에서 놔 본적이 없다. 돈 들여서 할 줄 아는 운동은 한 가지도 없다. 여가시간은 생명을 가꾸는데 쓰고 있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인 성가양로원 담당 사제를 겸임하고 있는 이유로 양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기초수급대상자인 60여명의 노인들과 함께 살면서 양로원 부지 논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반 농사꾼인 셈이다. 땀의 소중함과 가치를 배우고 몸이 불편한 노인들의 말벗이 되어준다는 생각에 보람을 느낄 때가 많다.
성가양로원은 이사를 맡고 있지만 운영을 한다기보다는 60여명의 노인들과 같이 사는 이에 불과하다.



-대선의 해를 맞아 매일신문의 논조에 대해 관심이 높다. 기본적인 보도 방침이 있다면 무엇인가?
매일신문의 논조는 사실 한결 같았다. 특히 최근에는 더더욱 변한 것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없던 관심이 갑자기 높아지는지 이유를 알기 어렵다. 물론 독자들이 매일신문의 보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관심이 색안경을 낀 시선이거나 돌팔매여서는 곤란하다. 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일각의 치우침 우려는 매일신문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창간한 지 1, 2년도 아닌 61년이나 되는 신문사의 논조가 춤을 추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느 특정 후보에 부당하게 편향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방신문협회 등에서 공동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공동기자단을 구성하자는 논의를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얽매이지 말고 전국적인 취재망을 가동하고자 한다. 공정보도를 위해 모든 역량을 모을 것이다.
정호윤 기자 jhy@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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