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판형 전환이 본격 승부처 될 것"

창간 1백일 맞은 중앙선데이 오병상 편집장


   
 
  ▲ 중앙선데이 오병상 편집장  
 
포연이 자욱한 신문시장의 폐허 속에 ‘대안’을 자처하고 나선 중앙선데이는 올 상반기 신문업계의 최대 이야깃거리였다. 물론 평가는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자”라는 평가절하에서부터 “부자 신문의 호사스런 과소비”라는 비아냥까지 다양했다. 창간 이후 어느덧 1백일이 지났다. 그 아기는 얼마나 자랐을까. 혹시 안팎의 구박에 못이긴 발육부진 상태는 아닐까?

“순항하고 있다고 봅니다.” 오병상 치프에디터(Chief Editor)는 창간 1백일을 맞은 자평을 부탁하자 주저없이 말했다. 콘텐츠, 광고, 판매 모든 면에서 꾸준히 상승곡선을 긋고 있다는 판단이다. 단순한 ‘레토릭’으로 치부하기엔 그의 눈빛은 퍽 여유로웠다.

처음부터 아픈 데를 찌르기 멋쩍어 “사진과 디자인이 확실히 차별화되는 것 같다”고 애드벌룬을 띄우자 “훨씬 더 파격적이어야 한다”는 카운터 펀치가 날라왔다. “존재감을 알릴만한 결정적 특종이 없다”는 힐난에 대해서는 “아직도 워터게이트를 꿈꾸는가”며 반격을 가했다. 이제 사람들에게는 재벌 회장이 때렸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누가 특종 했는지는 관심 밖의 문제라며 “기자들은 특종을 안다, 하지만 독자들은 모른다”며 급소를 찔렀다. 결론은 이랬다. “일요판 신문은 한방 승부가 가능한 비즈니스가 아닙니다.”

뉴미디어의 세계 최전선, 대한민국에서 올드미디어(일요판 신문)로 돌파구를 삼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뜬금없어 했다. 그러나 중앙선데이는 다른 쪽을 짚었다. 21세기 미디어환경 변화의 키워드는 ‘다양화’다. 신문도 다양화돼야 한다. 그는 책상 위에 폭설처럼 쌓인 뉴욕타임스, 가디언, 옵저버 등 선진국의 퀄리티페이퍼들을 치켜들었다. “선진국 신문은 내용도 판형도 타깃도 다 다릅니다. 더 이상 국민들에게 똑같은 음식을 먹일 수 없습니다.”

시장의 개척은 좋지만 혼탁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앙선데이 창간 이후 경쟁지들의 주말판 론칭이 연이으면서 시작된 출혈 경쟁이 결국 신문시장의 공멸을 부르는 것 아니냐는 극단론까지 나온다. 이 대목에서 만큼은 조심스러워하던 그는 “경쟁지들도 차라리 정공법으로 일요판 신문을 창간하라. 그렇다면 소모적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파했다.

오 치프에디터는 중앙선데이의 깊숙한 히스토리를 소개했다. 중앙일보가 일요판 신문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2003년 그가 런던특파원으로 떠날 때도 “일요판 신문에 대한 케이스 연구를 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그가 귀국한 뒤, 국내 환경은 달라졌다. 주5일제가 실시됐다.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변하면, 정보의 소비 형태도 변하게 된다. 미래에 대한 확신과 더불어 신문쟁이로서 “왜 우리나라에는 일요일 신문이 없는가”라는 당위적 물음도 떠올랐다. 이것들이 모여 중앙선데이의 DNA가 형성됐다. 그는 “중앙선데이는 단기적 프로젝트가 아니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탄생했다”고 강조했다. 일요판 신문 시장의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국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은 바로 여기서 비롯된 것 같다.

중앙선데이는 내년 초 베를리너 판형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오병상 치프에디터는 “실질적인 재창간이 될 그 때가 본격적인 승부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선데이라는 로켓은 과연 대기권을 돌파해 우주로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신문업계는 계속 갑론을박을 벌여야 할 듯하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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