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보도를 한겨레 도약의 계기로"
김종구 한겨레 편집국장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7.06.06 13:50:06
균형잡힌 보도가 진정한 ‘한겨레다움’
“한겨레는 앞으로 반드시 결론을 내고 지나가겠습니다.”
지난달 15일 창간 19주년을 즈음해 지면개편을 단행한 김종구 편집국장의 목소리에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종 현안에 대해 한겨레만의 똑 부러지는 결론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흐지부지 넘어가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이 때문에 최근 한겨레 편집국에는 토론 분위기가 물씬하다. 오전의 편집회의는 ‘팔할’이 현안에 대한 토론이다. “토론을 통해 한겨레만의 시각을 세운다, 언론의 정도를 지킨다, 그리고 힘있게 쓴다”는 게 김 국장의 철학이다.
‘파이팅있는 한겨레’를 상징하는 김 국장은 대선보도를 도약을 위한 디딤대로 삼겠다고 한다. 정치부장으로서 5년 전 대선을 치렀던 그는 “지금 언론 대선보도에는 기준이 없다”며 “특정세력의 이해를 떠나 뚜렷한 잣대를 갖고 대선 보도를 하겠다”고 말했다. 대선뿐 아니라 ‘갖가지 이슈로 요동치는 해’가 될 2007년은 한겨레에게 기회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를 위해서는 편집국 전체의 응집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김 국장은 ‘개방·소통·공유’을 모토로 내걸었다. ‘의사소통의 부족이 오해를 낳는다’는 뻔하지만 쉽지않은 문제에 대처하는 방식이다. 인사가 나면 ‘해설기사’를 써 전 편집국원에 이메일로 보낸다. 젊은 기자들에게는 손수 문자메시지를 보내 눈높이에 맞춘 소통을 꾀한다. “이해가 필요한 것, 알려야 할 것은 직접 다 설명한다”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한겨레는 “무뎌졌다”는 소리를 꽤 듣고있다. 특히 의제 설정 능력에서 그렇다. 사회에서는 보수적 의제가 더욱 설득력을 얻었다. 진보적 의제도 한겨레의 몫에서 많이 벗어났다. “현 정부가 큰 방향에서 옳은 것도 있었습니다. 보수진영의 (일방적) 반대를 지적하면서 변호한다는 인상도 준 듯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리고 있습니다.”
한겨레의 정체성 논쟁 역시 잠복 중이다. 진정한 ‘한겨레다움’이 무엇인지 한겨레 구성원은, 독자들은 묻고 있다. “‘너무 ‘답다’는 것의 노예가 되지말자’는 생각입니다.” 1980년대에는 한겨레는 존재만으로도 남달랐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다. 한겨레만의 차별성이 희미해졌다. 몇몇 현안에서의 판단 착오도 있었다. 곧장 한겨레가 변했다는 비난이 돌아왔다. 진보와 민주주의, 소외계층에 대한 애정은 그대로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김 국장은 더욱 언론 본연의 자세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한다. 공정하고 균형잡힌 보도가 바로 한겨레다움이라는 것이다.
사실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다. 전 편집국장의 잔여임기인 1년뿐이다. 하지만 임기는 숫자에 불과한 것일까. 그의 목표는 뚜렷했다. “공정성, 책임성, 정보량, 발랄한 감각에서 강력한 이슈 파이팅에 이르기까지 한겨레가 뒤떨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모든 면에서 최고의 신문을 만들고 싶습니다. 좋은 신문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편집국의 힘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가로막는 요소도 없습니다.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