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천 실잘 “동료·선후배 인정받는 기자 됐으면”
이유진 기자 “아버지처럼 ‘두 몫’ 하는 기자가 꿈”
기자사회가 한없이 각박해지고 있다. 버팀목이 됐던 선·후배, 동료들이 정든 회사를 떠났다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린다. 하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또 한 쌍의 현직 부녀 기자가족이 탄생해 화제다.
주인공은 CBS 이재천(57) 기획조정실장과 연합뉴스 이유진(27) 기자. 이재천 실장은 지난 1979년 CBS에 입사한 뒤 방송본부장 겸 보도국장 등을 거쳐 지난해부터 기획조정실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기자는 2년 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올 1월 연합뉴스에 당당히 합격, 현재 수습기자로 활약 중이다.
언론계 입문 반대했지만 이젠 가장 아끼는 ‘후배’
이재천 실장은 “다니던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기자를 하겠다고 했을 땐 반대를 심하게 했다”면서 “그러나 기자시험을 쳐서 합격한 이상 동료와 선배로부터 인정받고 기자사회에서도 인정받는 유능한 기자가 되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년 동안 정부산하기관에서 근무했던 이 기자 역시 처음부터 기자생활을 꿈꿔 왔던 건 아니다. 편하고 안정된 길을 걸었을 수 있었지만 삶의 방향을 180도 전환,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게 됐다.
이 때문에 학창시절부터 ‘기자의 딸’로 불리던 이 기자는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별명(두 몫)을 물려받았듯이, 자신 또한 두 사람 몫을 할 수 있는 기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비췄다.
이 기자는 “막상 사회생활을 해보니 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고 이 때문에 다시 한번 기자시험에 도전하게 됐다”며 “이젠 저 혼자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이름이 따라 붙이기 때문에 부담도 되지만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는 말을 듣게끔 열심히 기자생활을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특히 이들은 동종업계에서 함께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을 예전보다 볼 기회는 적어 졌지만 오히려 대화거리는 늘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이 기자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부터 아버지와의 대화거리가 풍부해졌다”며 “이제는 동료의식이 생겨, 취재방법이나 과거 무용담 등을 상담 받거나 경청하게 된다”고 밝혔다.
아버지는 든든한 조언자이자 집안의 또 다른 ‘일진’
이런 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는 최근 언론계에 회자됐던 ‘수습 일진놀이’.
이 실장은 “집에 와서 하는 얘기를 우연찮게 듣고 난 뒤 선배기자들에게 지난 향수를 불러일으킬 것 같아 딸에게 글로 쓸 것을 권했다”며 이 기자 또한 “선배를 풍자한 것이 아니라 선후배 간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글로 올렸는데 한 언론사 수습기자 폭행사건과 맞물려 호도된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기자에 있어 아버지는 든든한 조언자이면서 때론 집안에 있는 또 다른 ‘일진’이다.
이 기자는 “단순히 아버지의 딸로서 대할 때는 과보호하는 측면도 없지 않았지만 선배로서 아버지는 누구보다 공격적인 취재를 주문하신다”며 “특히 열정적인 기자가 될 길 주문하실 때는 아버지보다는 기자 선배로서의 느낌을 더 많이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기사에 대해선 가끔 엄격한 잣대로 조언을 한다”며 “언론사에 입문한 이상 유능한 기자, 열심히 하는 기자, 취재를 잘 하는 기자, 가슴이 따뜻한 기자가 되길 바란다”고 딸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