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지원제도 영구적 법제화 절실"

[기협 인터뷰] 영남일보 배성로 사장

법정관리 졸업 2년…고통 감내해준 직원들에 ‘감사’ 
열심히 만든 신문도 독자 외면하면 소용없어…2년간 3만5천부 확장
경영 노하우 자부심 있지만 언론사 경영은 달라…철학적 사고 기반돼야





   
 
   
 
대한민국 언론역사에서 영남일보가 걸어온 길은 험난했다. 군사독재 시절 자행된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10여년의 세월을 흘려보냈다. 이어 2000년엔 언론사 가운데 처음으로 법정관리 대상이 돼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다. 법정관리를 갓 졸업한 지난 2005년 전문 경영인 출신으로 영남일보 사장에 취임한 배성로 사장은 2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회사정상화를 위해 뒤를 돌아볼 시간도 없었다고 술회한다.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2년이 흘렀다. 지난 2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사장에 취임하면서 직원들에게 3년만 고생하자고 당부했다. 정상적인 궤도에 올라서는데 3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2년동안 기업적 측면에서 이윤을 추구해 그것을 바탕으로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자평한다. 법정관리를 졸업하던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흑자경영을 달성했다. 직원들의 급여도 2006년에 29%, 올해 20% 가량 인상됐다. 대구 경북에서는 상위권 수준에 도달했다.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있었고, 노동강도도 높아졌다. 직원들이 같이 공감하고 노력해줬기에 가능했다.

-2년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3백명이 넘던 인원을 1백명 가까이 줄였으니 그 고통은 말로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직원들이나 불가피하게 회사를 떠나게된 사람들 모두가 법정관리의 어려움과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회사를 떠난 사람들도 “너희들이 열심히 뛰어서 회사를 살려달라”고 당부했다. 직원들은 업무가 50% 가까이 늘어서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2년동안의 성과는 모든 직원들이 고통을 감내해줬기에 가능했다. 직원들에게 감사한다.

-취임 이후 부수 확장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신문을 잘 만들어서 많은 독자들이 신문을 봐주고 그로 인해 매체 영향력을 키워야만 광고 등 수익이 동반되는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동안은 부수에 대한 신경을 쓰기보다는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급급함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양질의 콘텐츠를 담아 신문을 잘 만들어도 독자가 외면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부수 확장운동은 그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내가 먼저 뛰었다. 바쁜 일정 중에도 영남일보라는 상품을 권했다. 그리고 전 직원들이 함께 따라줬다. 2년동안 3만5천부 정도 늘었다.

-영남일보의 역사와 현재 인력현황에 대해 말해달라.
영남일보는 1945년 창간돼 올해로 창간 62년을 맞았다. 1980년엔 언론통폐합으로 인해 1989년 복간되기까지 암흑의 시기를 겪기도 했다. 언론사 최초로 법정관리를 겪으면서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대규모 구조조정도 했다.
2007년 4월 현재 전체 직원수는 2백6명으로 그 중 기자들의 수는 84명이다.
2005년 8월 석간에서 조간으로 전환했으며 본지 1백76면, 주말섹션 등 매주 평균 2백면을 발행하고 있다. 올 1월부터는 편집부를 해체하고 사실상 에디터제 형태로 편집국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엔 ‘웰빙센터’를 개설하고 기공·태극권 등 13개의 수준 높은 강좌를 열어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소를 제공하고 있다.



   
   
 
-올 경영수지는 어떻게 예상하고 있으며 연 매출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올해는 유독 어려운 것 같다. 아마 모든 매체들이 비슷할 것이다. 1분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20∼30% 정도 떨어졌다. 그렇다면 매입을 줄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신문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2분기까진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그러고도 어렵다면 다른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매출은 연 2백50억원 수준이다.

-사원평가제도의 운영이 철저하다고 들었다.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취임 당시 회사엔 마땅한 평가시스템도, 과거의 기준도 전혀 없었다. 인사의 기준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필요성만은 절실했다. 그래서 상하급자간의 평가시스템을 마련했다. 그것을 인사와 승진의 기준으로 삼았다. 하지만 기자들의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올해부터 독자들, 즉 외부인사에 의한 평가를 시작했다. 평가단은 영남일보 독자 가운데 언론에 식견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선정한다. 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시로 바꾼다. 그들로부터 매일 이메일을 통해 기사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 해당 기자들에게 보내준다. 잘한 것은 잘했다고, 아쉬운 점은 냉철하게 꼬집어 주고 있다. 물론 기자들로부터의 답변을 듣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른바 3단계 시스템인 것이다. 이 때문에 기자들이 한 번 볼 기사도 두세번 씩 보고, 취재원의 얘기도 보다 폭넓게 들으려고 한다.

-직원들과의 스킨십이 열려있다는 평가도 있는데.
직원들과는 개인적으로 자주 만난다. 취임 당시엔 하루에 10명 이상의 직원들과 만났다. 요즘은 일이 많아 그 정도까지는 못하고 있지만 틈나는 대로 식사도 같이하고, 등산도 함께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한다. 이메일을 통해서도 많은 접촉을 하고 있다. 지금은 서로간의 마음이 어느 정도 열렸다고 생각한다. 기자들이 수시로 내 사무실에 찾아온다. 하지만 그렇다해도 기자라는 조직이 일반적으로 마음을 열기 어려운 조직이기에 더욱 많은 노력을 하려 한다.

-그동안 일반 기업 경영만 해왔고 언론사 경영은 처음인 것으로 안다.
언론사는 공익을 우선 가치로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윤추구를 최우선시 하는 일반 기업의 경영과는 차이점을 지닌다. 건전한 여론을 조성한다는 공적인 부분을 고려하면서 이익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양쪽의 균형을 맞추는 점을 핵심이라고 생각하고 신경을 쓰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건설, 철강, 환경 관련 회사들을 경영했었다. 나름대로 경영에 대한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는데 언론사를 경영한다는 것은 그런 경험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공익을 추구하면서도 적자는 내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언론사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철학적인 사고가 기반돼야 한다고 실감하고 있다.

-지역신문협회 공동대표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언론통폐합 이후 살아남은 언론을 중심으로 ‘지방신문협회’가 결성됐고 여기서 배제된 신문들끼리 ‘지역신문협의회’를 발족했다. 지역신문 관련 단체가 두 갈래로 나뉜 것이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에서 지역언론을 도와주고 싶어도 두 개 단체가 있어 의사소통이 어렵다고 한다. 이를 보다 못한 직원들과 노조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지역신문협회’다. 앞의 두 단체가 경영자를 중심으로 형성된 반면 ‘지역신문협회’는 직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돼 지역신문 발전방안을 연구하는 모임이다. 침몰하고 있는 지역신문이라는 배 위에서 더 높은 자리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함께 힘을 모아 물이 새고 있는 배를 수리해야 한다.

-또다른 단체가 형성되면서 지역신문 관련 단체만 늘어난 것은 아닌가.
3개 단체가 존립하면서 이른바 ‘옥상 옥’이 됐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두 개 단체가 한 개의 단체로 통합하고 힘을 모은다면 ‘지역신문협회’는 제 역할을 했다고 보고 발전적인 해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매개 역할을 하고 싶다. 또 한가지 바람은 그때까지 ‘지역신문협회’가 직원들의 목소리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단체가 되는 것이다.

-지역신문이 난립하면서 지역언론시장이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지적이 있다. 대구·경북지역 신문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해달라.
신문시장 전체가 어렵고 그 중 지역언론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줄어든 파이 안에서 중앙지는 늘고 지역지는 더 줄어드는 이중의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매일과 영남 등 대구지역 신문도 점유율이 매년 중앙지에 비해 떨어지고 있다. 국내 정치 사회 구조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지역지를 외면하는 주민들을 원망할 수도 없다.
언론 시장의 진출과 퇴출에 엄격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얼마 전 광주·전남지역에선 기자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지 못하는 언론사는 퇴출시키자는 결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정부의 지역신문 발전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OECD에는 가입돼 있다고 하지만 신문만을 볼 땐 선진국 수준과 아직 거리가 있지 않은가. 지역신문 관련 정책이나 현주소는 더욱 뒤떨어져 있다. 이유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이 중앙 집중화 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후진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선진국일수록 지방분권이 체계적으로 형성돼 있다. 우리나라는 점차 선진화되고 있지만 지역균형발전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지발위의 지원 성과는 지극히 가시적인, 겨우 지원이라는 이름을 걸만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영구법’이 아닌 ‘한시법’이다. 영구적인 법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법의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다른 정책들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대선의 해다. 어느 때보다 대구·경북지역 신문의 공정보도에 관심이 쏠려있다.
대선을 공정하게 보도하는 것은 당연하다. 직원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어떤 승부라해도 공정치 못하면 뒷말이 많지 않은가. 기자도 사람이기에 ‘호불호’가 있겠지만 편집국장이 최전선에 서서 공정보도를 강조한다면 객관적 보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편집국내에서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와 별도로 이번 대선은 지역 신문 기자들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여긴다.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기자들의 역량을 높이라고 강조한다. 또 ‘지역신문협회’를 통해 대선주자들에게 지역신문을 발전시킬 의지가 있는지, 나아가 지역발전을 위한 복안이 있는지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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