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대통령 만들기 있을 수 없다"
취임 1백일 맞은 조선일보 김창기 편집국장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7.03.14 16: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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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기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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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 정확성, 싱싱한 특종.” 김창기 편집국장의 취임일성이었다. 그러나 8일로 취임 1백일을 맞은 그는 여전히 굶주려했다. “현재까지 공정성 문제는 특별히 없었습니다. 정확성은 썩 만족스런 상태는 아닙니다.” 그가 평소 신문의 생명이라고 강조했던 특종에 대해서는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제196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김흥주 게이트’ 보도도 김 국장이 포만감을 느끼기에는 2% 부족했던 모양이다.
김창기 국장은 지난해 11월30일 취임한 이래 숨 가쁘게 달려왔다. 동영상 취재 강화, 섹션의 다양화, 크로스미디어 기획 ‘아워 아시아’ 등등. 모두 신문계의 주목을 끌었다. 동영상 취재는 초기 정착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최근 주춤하는 느낌이 있다”며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계기를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위클리비즈, 디지털비즈 등 호평을 받은 섹션에 이어 비장의 카드를 준비 중이다. 바로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는 주말섹션 ‘Why’(가칭). 2∼3주 후면 모습을 드러낸다. ‘아워 아시아’는 일단 ‘천릿길도 한걸음부터’라는 데 의미를 뒀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설 “크로스미디어 2탄”이 기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창기 국장의 취임 이후 달라진 것은 또 있다. 의제 설정에서의 유연한 변화다. 자극성이나 주관성, 선명성을 앞세운 의제는 줄었다. 좀더 균형의 중심 쪽으로 이동하려는 모습이다.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그의 설명은 간단했다. “우리는 보도기관이지 투쟁기관이 아닙니다.”
이 변화가 대선보도에는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거리다. 김 국장은 균형감각과 형평성을 대전제로 했다. 그러나 “단순한 물리적 균형은 초보적이고, 한편으로는 무책임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 바람직한 지도자가 선출되도록 하는 게 언론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특정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국가적으로 필요한 과제와 정책을 상기시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여러 노력이 무색하게도 조선 기자들의 이탈은 멈추지 않았다. 올해만 해도 이동진, 김재호, 최홍섭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했던 중견기자들이 태평로를 떠났다. “막을 수 있을까, 막을 필요가 있을까, 나쁜 일도 아니고 뜻밖의 일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유능한 기자들이 각계에 진출해 진가를 발휘한다면 오히려 언론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겁니다.”
“편집국장이 되니 생각보다도 더 시간이 없다”는 김창기 국장은 앞으로도 많은 일을 벌일 것 같다. 그의 가장 큰 욕심은 “독자와 더 가까운 신문을 만드는 것”이다. 기자들과 전문가들만 알아주는 기사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독자들에게 쉬운 기사, 친절한 기사를 써야한다. “그러려면 기자들이 자신의 취재 분야를 더욱더 정확하게 마스터해야 합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당분간 눈코 뜰 새 없을 듯하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