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글 품격 살려야"

이재호 관훈클럽 신임 총무


   
 
  ▲ 이재호 관훈클럽 총무  
 
11일 관훈클럽 제 54대 총무로 취임한 동아일보 이재호 논설실장의 입술은 부르터 있었다.

“관훈클럽 총무로 지명됐다는 소식을 듣고 사실 놀랐습니다. 영광스러우면서도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고민이 되더군요. 그러다 입술까지 터지더라고요.”

관훈클럽을 빛낸 쟁쟁한 이름에 실린 묵직함 탓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올해로 관훈클럽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클럽의 꽃인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도 열린다. 1987년 처음 개최돼 명성을 얻은 관훈클럽 대선 후보 토론회는 해를 더할수록 공정성과 투명성을 한층 요구받고 있다. “전문가 10인 정도로 구성된 대선후보 초청토론회 패널 선정위원회를 꾸릴 것입니다. 패널 선정에서부터 만전을 기해 보수·진보가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죠.”

글로 먹고살아온 27년차 기자이기도 한 이 총무는 ‘우리 말·글의 제자리 찾기, 품격 찾기’를 위한 클럽 차원의 운동도 계획하고 있다. 50주년을 맞이한 관훈클럽이 우리 사회 말과 글의 ‘최후의 파수꾼, 수호천사’가 됐으면 한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디지털화 이후 사람들은 덜 읽고, 덜 쓰게 됐다. 지성의 공백 상태가 생겼다. 또 말과 글은 산소와 같다. 산소가 없으면 사물은 썩는다. 말과 글이 병들면 국가와 사회도 병든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관훈클럽이야말로 우리 말·글의 품격을 되찾을 수 있는 가장 우수한 자원입니다. 초중고 선생님, 학생들과의 교류 등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할 생각입니다.”

이 총무가 11일 관훈클럽 창립 제50주년 기념사에서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언론 불량상품론’에 한마디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 총무는 “언론과 정부가 긴장 관계를 갖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가 최고 지도자로서 공기(公器)인 언론에 대해서 신중히 말했어야 했다”며 언어의 품격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거듭 힘주어 말했다.

이 총무는 관훈클럽이 젊은 기자들과 소통이 부족한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젊은 기자들과 선배들과의 대화를 한 달에 한번 이상 정례화 시킬 계획이다.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등으로 전문분야를 나눠서 흥미도 갖도록 이끌겠다고 밝혔다.

이 총무는 이런 만남이 언론계가 반목을 딛고 통합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기를 원했다.

“사시, 이념에 따라 다른 논조의 기사를 쓸 수 있어요. 그러나 기자로서는 동지 아닙니까.”

생각이 달라도 기자로서 서로 이해하고 격려했던 예전의 분위기가 아쉽다는 이 총무. 다른 길을 걷더라도 직업인으로서 하나 될 수 있도록, 기자 사회의 벽을 허물고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여러 언론단체들, 선후배 기자들과 머리를 맞대겠다는 다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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