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에서 만난 소년 소녀, 사랑을 이루다
동아 첫 국제결혼 커플, 정재윤 기자-이노우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7.01.10 15: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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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아일보 김미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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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독일 연수중 만난 첫사랑
영화 같은 13년만의 재회…화촉 밝혀 열여덟의 나이에 낯선 이국땅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 13년의 이별 뒤 이뤄진 첫사랑.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상황이다. 동아일보 정재윤 기자(경제부)는 6일, 서울 정동 성 프란체스코 성당에서 고교시절 해외연수에서 만나 첫사랑을 속삭였던 이노우에 마오리(32세)씨와 화촉을 밝혔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드라마가 따로 없다”는 평이다. ‘동아일보 사상 최초 국제결혼 커플’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고등학교 시절, 독일어를 잘해 독일 정부의 초청으로 연수를 떠난 소년 정재윤. 그곳에서 얼굴이 유난히 하얀 소녀를 만났다. 이름은 이노우에 마오리. 전 세계에서 모인 학생 중 일원이었던 두 사람은 그 조우가 운명이 되리라고 짐작했을까. 첫 만남 뒤 다른 조에 속해 서로 마주칠 기회도 없던 어느날, 그녀가 독일어로 적힌 쪽지를 어렵사리 건넸다.
“너와 다른 그룹에 있는 게 슬프다.”
그뒤로 소년과 소녀는 예쁜 첫사랑을 쌓았다. 뮌헨의 유스호스텔에서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수줍은 추억까지 남겼다. 그러나 재윤은 한국으로, 마오리는 일본으로 돌아가야 했다. 둘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 고단한 일상. 재윤은 대학입시로, 마오리는 독일 유학으로 눈코 뜰 새 없었다. 현해탄에 부는 바람은 1년 남짓 편지로 어렵사리 이어오던 끈도 끊어버렸다. 세월이 흘렀다. 소년 재윤은 어느덧 꿈꾸던 기자가 됐다.
“둘 다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했어요. 하지만 다시 만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죠.”
동아일보 입사 후 2005년 12월, 독일로 취재를 가게 된 정 기자. 베를린은 첫사랑을 깊은 잠에서 깨웠다. 컴퓨터 앞에 앉은 정 기자는 무심코 검색엔진에 접속했다. ‘이노우에 마오리’를 치자 수많은 웹페이지가 떴다. 하늘이 도왔을까. 그녀가 지금 일본에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메일 주소도 있었다. ‘혹시 ‘오버’가 아닐까. 13년이나 지났는데….’ 망설임 끝에 메일을 보냈다.
그녀에게서 답장이 날아왔다. “다음에 도쿄에 오면 만나자”는 소식이었다. 마오리도 정 기자를 잊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2006년 2월28일,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13년의 벽을 허물었다. 그리고 4월 그녀가 서울을 찾았을 때 정 기자는 평생을 함께 하자고 고백했다.
두 사람은 서울 길음동에 보금자리를 꾸몄다. 소년 재윤이 기자가 됐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는 그녀. 그러나 “기자는 멋지고 재미있는 직업”이라며 기자의 바쁜 삶도 이해한다고 한다. 사랑하면 사랑하는 이의 직업까지 사랑하게 되는 걸까?
“저 하나 믿고 한국으로 와준 마오리가 고맙습니다.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정재윤 기자)
“가정이 가장 소중하잖아요.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이노우에 마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