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이름 부끄럽지 않게 노력해야죠"
MBC 김규서 국장.김현경 기자
정호윤 기자 jhy@journalist.or.kr | 입력
2006.12.20 14:01:59
MBC 라디오뉴스부 김규서 국장 “저보다 낫다는 소리가 가장 듣기 좋습니다”
보도국 사회부 김현경 기자 “아버지 이름 부끄럽지 않게 더욱 노력해야죠”
부녀가 한 회사에 기자로 근무하고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MBC 김규서 국장(보도국 라디오뉴스부)과 김현경 기자(보도국 사회부).
1974년 신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김 국장은 1980년 언론통폐합 당시 MBC로 옮겨 지난해 6월 수원지국장으로 정년 퇴임할 때까지 한 우물을 판 언론인이다.
김 국장의 1남1녀 중 막내인 김현경 기자는 MBC 보도국 사회부 법조팀의 성원으로 현재 대검찰청을 출입하고 있다.
기자라는 직업이 지닌 험준함과 고독함을 잘 아는 김 국장은 딸이 대학시절 기자가 되겠다는 의사를 처음 밝혔을 때 극구 말렸다고 한다.
남달리 밝고 똑똑했던 딸이 좀 더 수월한 길을 택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경 씨는 기자로 뜻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굳건했고 2001년 중앙일보에 입사하면서 언론계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5년 8월 아버지 김 국장은 보도국 기자출신으로는 처음 촉탁직으로 MBC에 재입사했다.
라디오뉴스 편집업무를 맡고있는 김 국장이 다시 활기를 찾은 건 올1월 끔찍이 아끼는 딸이 아버지가 젊음을 바친 MBC에 입사하면서부터다.
김현경 기자가 지난해 말 MBC 경력기자 공채에 응시, 아버지와 한 배를 타는데 성공한 것이다.
MBC 창사이래 보도국에 가족이 함께 근무하기는 김 국장 부녀가 처음이다.
MBC로 회사를 옮긴 뒤 지난 4월 평생 배필을 만난 김 기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방송기자에 관심을 가졌다면서도 MBC 공채에 응시한 사실을 아버지는 물론 주위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아버지께 누가 된다거나 입사하는데 아버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구설에 오를까 부담됐기 때문이다.
김 기자는 “회사를 옮겼지만 어릴 때부터 뵙던 분들이 많아 적응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면서도 “솔직히 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딸이 주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아버지보다 낫다는 주위의 농담 섞인 말을 들을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보도국의 한 기자는 “출입처에서 돌아왔을 때 두 부녀가 다정히 얘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부럽다”면서 “얼마 전에 낳은 딸이 빨리 커서 MBC에 입사해 자신과 함께 근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치열하게 기자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가정적이고 자상하셨던 아버지를 보며 기자라는 직업이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다”며 “아버지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더욱 능력 있고 따뜻한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호윤 기자 jhy@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