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지향적 진보로 강력한 신문 만들겠습니다"

강석진 서울신문 신임 편집국장


   
 
   
 
“강력한 신문을 만들겠습니다.”
지난 1일 취임한 서울신문 강석진 신임 편집국장의 마스터플랜은 거침이 없었다.
아담한 체구, 그러나 날선 눈빛의 강석진 국장. 사상 첫 완전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에서 3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을 치른 고단함은 이미 일기장 속에 묻어놓은 듯 했다.

강석진 국장의 지론인 ‘강력한 신문’이란 무엇일까.
“언론의 정도를 걷고 정의와 진실에 충실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신문을 말합니다.”
그는 소외받는 이웃에 대한 관심, 인권에 대한 옹호를 강조했다. 의제 설정을 선도하는 ‘전투력 있는 지면’을 가꾸겠다는 것도 강 국장의 구상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 쉽게 읽힐 수 있는 ‘소프트함’을 유지하겠다는 단서도 빼놓지 않았다.

그 바탕화면은 ‘미래지향적 진보론(論)’이다. 지난 10년간 집권했던 진보·개혁세력은 ‘과거지향적’이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진보는 과거의 잘못을 나무라기보다는, 스스로 모범을 보이며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가야한다.
“진보는 시장에 약했다”며 진보를 지향하는 언론들이 독자의 요구에 소홀했던 과거도 반성했다. 경영난에 직면한 실정상 서울신문의 화두 역시 ‘팔리는 신문’이다. 강 국장도 후보 시절 이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략이 궁금했다. 돌아오는 한마디. “비밀입니다.”

다만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난 영역이 될 것이며 기자들의 동의와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강석진 국장은 노조위원장을 거쳤다. 전국팀장이던 지난 2001년 서울신문의 민영화를 위해 적극 나선 경험도 있다. 최근 서울신문이 감·증자를 거쳐 다시 관영언론으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파다하다. 여기서 그의 입장은 주목을 끌기 충분하다.

“독립언론을 지키는 것이 맞다”고 입을 뗀 그는 민영화 이후 서울신문이 얻은 교훈을 ‘안정된 경영기반 확보’ ‘독립언론에 걸맞는 구성원들의 의식과 행동’으로 꼽았다. 그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 모두 실패였다. 강 국장은 구성원들이 “희망은 공짜로 오지 않는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언론의 대의가 훼손될지도 모른다는 회사 감·증자 논란도 “그만큼 우리에게 헌신적 자세와 용기를 한층 더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진은 협력의 파트너인 동시에 투쟁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를 살리는 길에는 전자를, 망치는 길에는 후자를 택하겠다며, 자신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NO’했던 사람”이라고 역설했다. 지난 사장 재임시절 경영진을 비판하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당했던 기억을 상기시키는 듯 했다.

신임 국장 밑에서 서울신문의 시니어 기자들은 고달파질 것 같다. 강 국장은 젊은 기자들이 회사를 떠나는 현실을 극복하려면 ‘젊지 않은 기자’들이 헌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에 따르면 헌신은 ‘몸으로 떼우는’ 것이 아닌 ‘정보화 사회에 걸맞는 쇄신과 노력’이다. 젊은 후배들은 선배들의 그런 모습에서 비전을 발견하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신문 앞에 놓인 천국의 계단은 아직 까마득해 보인다.
“물론 슬로건 몇 개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어렵기 때문에 땀과 노력이 더욱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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