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생 위해 사옥매각도 고려"
노진환 서울신문 사장
박종선 부사장 CFO 역할에 큰 기대
정리=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06.07.12 13: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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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진환 서울신문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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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 끝에 서울신문의 신임 사장이 탄생했다. 민영화 5년째를 맞는 지금, 서울신문의 성적표는 그리 좋지 못하다. 신문사 안팎에서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듯 ‘가장 중요한 시기’에 프레스센터 6층 임원실에 들어선 노진환 사장.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더욱 더 묵직한 의미가 느껴졌다.
-서울신문이 힘든 시기에 사장으로 취임했는데 소감은.
처음 와서 느낀 것이 있다. 이렇게까지 서울신문의 상황이 악화된 줄 몰랐다. 와보니까 지난 3년간 5백억원이 넘는 적자가 기록됐더라. 전체 신문시장이 불황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5백억원이 넘다니 깜짝 놀랐다. 전임 사장이 전문경영인이셨는데, 시운이 안 따르고 여건이 어려운 속에서 노력을 많이 하셨을 줄로 안다.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
그래서 취임 첫마디로 말했다 “이 시간부터 비상경영이다.” 바로 이거다. 조금이라도 모범을 보이기 위해 회사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기로 했다. 오늘도 273번 버스를 타고 왔다. 집에 갈 때도 회사 앞에서 151번을 타면 된다. 퇴근 후에 공무로 약속이 있을 때만 회사 차를 쓰고 나머지는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이다. 사장부터 그렇게 안하고는 회생할 길이 없다.
-생존기반 마련을 위한 복안은 있는가.
서울신문이 중소신문들 가운데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우선 건물(사옥)이라도 깔고 앉고 있지 않나? 총부채에서 건물 가격을 상쇄하면 그래도 몇백억원이 남는다.
-그럼 사옥을 매각할 용의도 있나.
필요하다면 그럴 수도 있다. 회사를 살릴 수 있다면 사옥이 아니라 내 몸뚱이라도 팔 용의가 있다.
-취임 전부터 여러 가지 설이 많았다. 청와대 개입설 등이 그것이다.
내가 대통령 친척이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 않았나?(웃음) 청와대의 누구누구가 뒤를 봐 준다 소리도 들었다. 분명히 얘기하겠다. 우리 딸아이가 포스코를 다녔다(포스코는 서울신문의 3대 주주다). 아는 고위 간부께서 “아빠 요즘 뭐하시냐” 묻더란다. 유럽여행 가신다고 엄마하고 알아보고 있던데요, 그랬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신문 사장 모집 건을 전해 듣곤 내게 “아빠, 한번 해보시지 그래요”권하더라.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신문사 상황을 잘 몰라서 공부가 필요했다. 서울신문에 있는 선후배를 통해서 좀 알아봤다. 대부분 “형님, 골치 아플 걸요. 빚도 많고” 말리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런 데에서 사내다운 성취감도 맛볼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그리고 자본잠식 정도는 아니고 인프라는 갖춰 있다, 살리려면 충분히 살릴 수 있다는 희망적인 판단도 들었다.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는 거다. 내가 좀 마당발이다. “선배같은 소셜 커넥션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리가 바랄 수 있는 CEO”라고 용기를 주는 사람도 있었다. 여러 가지 회생 아이디어들도 제공받았다. 이런 것들을 토대로 경영기획서를 냈다.
-각 신문사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미디어융합시대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종이신문은 사양산업이다. 방송 통신 신문의 융합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신문법상 활자매체는 공중파를 갖지 못하게 됐다. 그럼 케이블TV라도 해보고, 인터넷 사업도 해보는 등 뉴미디어 쪽에서 손익을 못 맞추면 영원히 뒤쳐진다는 생각이다.
-그럼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가.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할 처지 아닌가? 앞으로 대주주와 상의하고 차근차근 해나갈 생각이다. 아무튼 그쪽으로 안가면 서울신문 제호를 유지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은 확고하다.
-경영 경험이 전혀 없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지난번 CEO는 전문경영인이셨는데 5백억원이 넘는 적자를 보지 않았나. 나는 일단 유능한 CFO(최고재무담당자)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장추천위원회에서 나를 추천하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솔직히 “큰일났구나” 생각도 들었다. 3~4일 잠을 못 잤다. 가까운 데서 찾아보기로 했다. 주거래 은행인 우리은행의 황영기 행장과는 원래 조금 아는 사이다. 주총 이틀 전인 28일에 황 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신들, 우리에게 빚 가져가려면 정상화시킬 능력있는 CFO를 추천해달라”고 말이다. 주총 전까지 부탁했다. 다음날 오전 9시에 정확히 전화가 오더라. 그리고 박종선 부사장을 추천받았다. 경영관계는 부사장에게 맡길 생각이다. 하지만 편집국에서 데스크 보듯이 내가 의견을 피력하고 상의할 것이다.
또 종근당 사외이사를 7년간 지냈다. 거기서 경영 공부를 참 많이 했다. CEO라는 게 이런 거구나, 종근당 이장한 회장한테 정말 많이 배웠다.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장, 부사장과 회의하면서도 단번에 휘어잡더라. CEO라는 게 저렇구나, 의사결정을 저렇게 하는 거구나. 정말 많은 걸 알았다.
한국일보 주필 시절에도 경영회의에 항상 참여했다. 사람들이 나를 주필하면서 칼럼 썼던 기자출신으로만 생각들 하는데, 한국일보 33년 기자 생활 동안 어깨너머로 경영 전반을 항상 살펴봤다. “내가 만약 CEO라면”하는 복안이 있었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리는 박 부사장의 등용에 따라 구조조정은 필연적인 것 같은데.
조직 기구에서 중복된 기능을 조정하는 것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원들에게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말했다. 꼭 필요한 중복 기능 기구의 통폐합은 하겠다, 놀고먹는 사람은 어쩔 수 없다고는 했다. 기구 개편의 큰 틀은 일단 짜고 있는 중이다.
-사원들 사이에 불안감도 있는 듯하다.
불안해할 필요 없다. 박 부사장은 구조조정을 해서 대우그룹을 살린 사람이다. 서울신문에 그간 비효율적 기구와 방만한 경영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유사 기능 기구는 통폐합해야 한다. 잉여인력에게는 또 다른 임무가 생길 것이다. 특별 기구를 만들든가, 광고업무에 투입하든가 해서 말이다. 솔직한 얘기로 기자 수는 부족하다. 경향신문을 봐도 4백명 정도 되는 사원 가운데 기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게 정상이다. 우리 신문은 역삼각형 구조다. 아래를 형성할 견습기자가 충원이 안 되고 있다. 간부들은 엄청 많다. 가장 나쁘다는 역삼각형, 노령화 사회 모델이다. 축구로 치면 미드필드가 약하고 수비진은 없고, 포워드만 있는 셈이다. 골 넣을 사람만 있으니…. 하부구조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앞으로 견습기자를 뽑아서 조직 연속성을 도모하겠다. 정기적 채용을 통해 충원을 해서 조직을 젊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당장은 어렵지만 점차 내가 있는 동안 견습기자를 꼭 뽑을 생각이다.
-공보지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
서울신문이 어디서 제일 강한지 아는가? 신림동 고시촌에 제일 강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층이 많이 보는 거다. 그 부분을 특화해서 행정뉴스 중심으로 지면을 짜볼 생각이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찾는 신문이 되는 거다. 그럼 가정에서 억지로 친분관계로 하나 봐달라고 할 필요가 없다. 행정공무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찾아보는 신문이 됐으면 한다. 그들이 오피니언 리더이고, 가장들이며 구매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닌가?
-예전같은 ‘관보’로 회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을 수 있다.
관보는 아니다. 종합지답게 균형은 갖춰야 한다. 특화된 행정뉴스면에 자세한 정보를 담겠다는 뜻이다.
-편집국장 직선제, 사장중간평가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장 중간평가가 제도적으로 있는 건 아니다. 전임 사장이 약속했던 거다. 다른 신문사들에서도 다 없어졌다. 폐단도 많았다. 노조, 사주조합, 국장, 간부들과 밥을 먹으면서 얘기했다. “당신은 논 몇 마지기 팔아 됐냐”고(웃음). 물론 현 국장은 인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 압도적으로 됐다.
-서울신문은 대체로 진보적인 색깔로 분류된다. 앞으로 논조의 변화는 없는가.
서울신문은 그렇게 진보도 아니고 아주 보수도 아니다. 극좌와 극우를 끝에 두고 10을 놓는다면 4~4.5 정도 된다고 할까. 조금 개혁 성향 쪽이다. 열린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게 내 생각이다.
-요즘 잡음이 많이 일고 있다. 스포츠서울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CFO, 노조와 대화해서 상생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구체적인 얘기는 안하겠다. 자회사 모회사는 서로 양보하고 상생, 공생해야 한다.
-임기 중 꼭 달성하고 싶은 목표가 있는가. 한가지만 꼽는다면.
한 가지만 꼽아야 하나?(웃음) 임기 끝날 무렵에는 흑자로 된 회사를 후임사장에게 물려주고 싶다. 흑자 신문을 넘겨주려 한다. 최소한 브레이크 이븐 포인트(break even point)는 되게 할 것이다.
대담=김신용 편집국장 trustkim@jounarlist.or.kr
정리=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