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혁신 통해 조직역량 배가시키겠다"

<기협인터뷰> 정순균 KOBACO 사장




  정순균 사장  
 
  ▲ 정순균 사장  
 
지난달 25일 3년 임기의 한국방송광고공사(이하 KOBACO) 사장에 정순균(55) 전 국정홍보처장이 취임했다.

언론인 출신으로 중앙일보 편집국 부국장과 대통령 인수위원회 대변인, 국정홍보처장 등을 역임한 정 사장은 국내 방송광고업계의 현안으로 등장한 ‘한·미 FTA’와 ‘민영미디어렙’ 설립 논란 등이 한창 불거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이를 원만하게 해결해야할 중대한 임무의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또 공기업 및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체질개선이 요구되는 시점에 경영혁신과 개혁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막중한 책무도 지게 됐다.

본보는 신임 KOBACO 정 사장을 만나 방송계와 광고계,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과 그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KOBACO 사장으로 취임하신 걸 축하한다. 새로운 역할을 맡았는데 소감을 말해 달라.

이번에 공모를 통해서 최초로 KOBACO 사장으로 취임하게 돼 기쁘고 새 일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슴 설레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막상 취임하고 보니 어깨가 무겁다. 방송, 광고계는 현재 산적한 현안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막중한 책임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사장으로 일하는 3년 동안 방송과 광고업계의 목소리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며 KOBACO와 방송광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소신껏 일할 각오다.





오랜 기간 동안 중앙일보의 기자로 일해 왔다. 그 뒤 국정홍보처장 등 공직을 거쳤는데, 기자로서 일할 때와 정부의 고위공무원으로 일할 때의 차이점은?

25년 동안의 언론인 생활을 거치며 다양한 사안에 대한 균형감각을 갖추는 훈련을 한 것이 공직생활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어떤 조직에서나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자 한 것이 나의 소신이라면 소신이다. 그래서 특별히 공조직이나 민간부분을 구분해서 예단하고 싶지는 않다. 조직으로서의 지향점은 비슷하다고 본다.



무릇 모든 조직은 생길 때부터 개혁의 대상이라는 얘기가 있다. 특히나 공공부분이 민간에 비해 효율성 측면에서 떨어진다는 세간의 평가도 있다. 변화의 속도가 날로 빨라져가는 시대에 변화와 개혁을 중요한 화두로 삼고 생활해야겠다는 점을 조직의 리더로서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한 변화와 개혁의 의식으로 조직을 정비하고 주변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했을 때, 공공에 봉사하는 기업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 수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지론이다.





언론관련 일은 했지만 광고분야의 전문적인 업무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KOBACO의 최고 경영자로서의 경영철학은 무엇이며, KOBACO의 비전을 어떻게 세우고 추진할 계획인가.

방송광고 판매와 방송은 분리해서 말할 수 없는 밀접한 관계이다. 특히 방송이 광고주의 입김에서 벗어나 언론 본연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방송광고 판매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공사의 업무도 공적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국민과 고객에게 인정받고 공사에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개혁과 혁신을 통해 조직역량을 배가시키고 경영효율성을 높여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저는 공공성, 개혁성, 효율성을 경영의 화두로 삼을 것이다.



정확한 자기진단과 변화 위한 의지·실행력 중요



우리 KOBACO의 비전이 방송과 광고를 키워가며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공익기업이다.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는 현실에서의 정확한 자기진단과 함께 변화를 위한 의지와 실행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부분에서 CEO로서의 나의 책무를 다할 것이다.





정부의 공기업,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체질개선의 요구로 인해 경영혁신과 개혁변화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말해 달라.

정부의 경영혁신에 대한 요구는 공기업의 경영혁신, 체질개선을 바라는 국민들의 의지를 담은 것이기도 하다. KOBACO의 경우, 방송광고시장 내부에서도 케이블 방송 및 각종 뉴미디어 등 경쟁매체의 도전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처럼 대내외적으로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할 때, 어느 조직이나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변화를 당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KOBACO가 방송광고 판매조직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추고, 국민들이 인정하는 공익기업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나는 바로 지금이 공사의 미래를 위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전 직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하나하나씩 없애나갈 것이며, 공사가 미래지향의 혁신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KOBACO는 지난 25년간 관련 이해단체, 정계, 학계로부터 정체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현실적으로 방송의 다양성 확보 측면에서 종교방송,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에 대한 방안이 없으면 경쟁체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경쟁체제 도입을 논할 때 우리가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시장의 수용력과 한국의 방송구조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이해다. 당장 하나의 제도가 옳다고 해서 갑자기 시행한다면 시행착오와 더불어 많은 사회적인 문제점을 야기할 것이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절차와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KOBACO를 둘러싼 이해단체들의 인식의 차이를 보편타당하게 좁히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방송환경은 급격한 변화의 시기에 직면하고 있고 방송통신 융합의 거대한 흐름 속에 놓여있다.

지금까지 공공성과 매체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현 체제와, 시장경제를 가치로 하는 완전 경쟁 체제등 미디어렙제도와 관련하여 다양한 견해들이 있어 왔다. 모든 주장은 그 나름의 일리를 가지고 있겠으나 국가사회를 위한 바람직한 모델의 구축, 방송산업과 광고산업의 건전한 발전이라는 명분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거대한 틀 속에서 KOBACO체제에 대한 신중하고도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하겠다. 당장 경쟁체제로의 전환은 모든 내외여건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논의와는 별개로 KOBACO는 대내외적으로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을 충실히 수행하여 재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영업제도의 도입과 개발, 각종 인프라의 구축 등을 통해 방송광고 산업의 발전을 위한 변화에 앞장서야 하며, 뉴미디어의 출현에 따른 시장 환경의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과 구성원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최근 방송계와 광고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관광부가 방송광고 대행수수료 제도를 ‘피(fee) 방식’으로 바꾸는 ‘한국방송광고공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지난 8일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방송계와 광고계 일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현재 방송광고 관련 업계에서는 개정 입법안을 추진하기 전의 충분한 의견수렴과정이나 시뮬레이션의 부재에 대한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있다. 제도의 시행으로 얻어지는 효과를 정밀하게 분석하여 시장에 도입할지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 충분한 고민과 토론 속에서 공감대를 이루어 내야 한다. 이해당사자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일 수도 있기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고 합의가 필요하다.



‘fee 방식’ 시행 광고산업 발전 저해할 수도



현재 일부 대형 광고주를 제외한 모든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fee제도 도입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fee 방식의 시행은 광고회사의 존립기반을 상실하게 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광고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직접적인 피해는 광고회사 뿐만 아니라 매체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방송매체가 광고주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할 경우 생기는 폐단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대행수수료를 시장의 기능에 맡겼을 경우에 얻어지는 이익과 손실을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한·미 FTA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방송광고 판매제도에 관하여 FTA협상시 미국 측의 문제 제기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데, KOBACO체제에 변화가 생기면 대형 지상파 방송사 외에는 거의 생존이 불투명하며 KOBACO 자체의 공적인 역할도 기대할 수 없다고 보는데.

한·미 간의 본격적인 협상이 개시되었다.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방송광고 판매 제도를 개방촉구의 쟁점분야로 거론할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의 ‘암참(AMCHAM)’보고서는 KOBACO체제의 순기능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KOBACO 독점 해소시 야기되는 요금급등에 따른 광고비 인상문제와 방송광고 참여에 대한 접근성 보장 및 공적기능 수행을 목적으로 하는 KOBACO의 역할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미국측 인사들과의 사전 면담를 통해 들은 결과와 현재 분위기를 종합해볼 때, 협상의 쟁점사안으로 부각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협상과정에서 미측이 KOBACO의 독점해소를 요구한다면 KOBACO 체제에 대한 순기능과 특수성, 장점 등을 설명해서 오해가 있었다면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방송광고 분야는 방송 분야의 하부구조다. 방송분야는 공공성 확립이라는 방송이념에서 보듯, 문화주권적 가치개념이다.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하겠지만, 결론적으로 KOBACO의 독점해소가 미국기업의 이익증진이나 실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



우리 미디어렙시장의 연간 수익 규모는 6백∼7백억 정도이며 만약 민영미디어렙 한 개가 생긴다면 불과 2백∼3백억 수익에 머무르는 수준으로 한국시장내 자체 경쟁력을 얻기가 어려운 수준이다. 그리고 방송광고 서비스 분야는 이미 대외적으로 전면 개방된 상태로 외국계 광고대행사나 외국광고주의 국내시장 진입에 따른 제한이 전혀 없는 분야다. 외국계 광고대행사나 외국광고주의 방송광고 매출의 추이를 보면 그들이 한국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KOBACO체제가 그들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오히려 많은 외국기업들이 KOBACO체제의 안정적인 요금체계와 시간구매의 형평성 보장 등으로 현재의 체제를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을 종합해 보면 KOBACO의 독점해소로 인한 미국 측의 실익이 전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잠실의 광고문화회관 운영문제가 한동안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광고문화회관은 그 건립비용에 쓰인 KOBACO의 이익잉여금이 결국 광고주가 KOBACO에 지급한 돈이라는 점을 내세워 광고단체 연합회가 운영권의 일부를 요구했었는데, 현재까지의 상황과 KOBACO의 해법은 무엇인가.

KOBACO의 공익적 기능 가운데 중요한 기능 하나가 광고산업진흥에 대한 기여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KOBACO는 광고문화회관의 설립취지를 살리면서 광고문화회관을 명실상부한 광고의 전당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광고문화회관의 소유 및 운영과 관련하여 일부 단체와 이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KOBACO는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광고계의 합리적인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해 나가고 있으며 같이 ‘윈·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도출해 나갈 것이며 이를 통해 향후 광고문화회관이 광고계 전체를 위한 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다.

대담=김신용 편집국장 trustkim@journalist.or.kr

정리=이종완 기자 korea@jiurnalist.or.kr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