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0위권 통신사 만들겠다"

<기협 인터뷰> 김기서 연합뉴스 사장




  김기서 연합뉴스 사장  
 
  ▲ 김기서 연합뉴스 사장  
 
26일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신임 사장으로 김기서 사장이 취임했다. 김 사장은 1955년생으로 51세다. 언론사 사장으로 비교적 적은 나이로 꼽힌다. 김 사장도 인터뷰 도중 ‘젊은 CEO’를 강조했다.



그는 27년의 기자생활 끝에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1979년 동양통신에 입사해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을 거치는 동안 기자 한길만을 걸어왔다. 하지만 이제는 CEO로서 연합뉴스를 이끌어 가야 하는 새로운 길에 섰다. 뉴스통신진흥에 관한 법률의 연장 여부 및 한·미 FTA를 통한 통신시장 개방 압력, 뉴미디어 환경에서 연합뉴스의 생존 방향 등 그가 해결해야 할 많은 일들이 즐비해 있다.



그를 만나 연합뉴스 미래에 대한 비전, 사내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그리고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사장 취임을 축하한다. 사장 선임 소감을 말해 달라.

이번 사장 선임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언론사 CEO로서 자격이 있는지 자문을 많이 해봤다. 기자생활하면서 워싱턴특파원, 정치부장, 편집국장 등 요직을 거쳤고 기자로서 좋은 삶을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연합뉴스에는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내 모든 역량과 정열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마했는데 사장에 선임됐다.





앞으로 3년 동안 연합뉴스를 이끌게 됐는데 역점적으로 추진하려는 사업은 무엇인가.

취임사에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이 세계 10위권 G-10국가를 대표하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위상을 더욱 확실하게 다져야한다는 판단이다. 대외적으로 정보주권을 수호하고 특파원 망과 외국어뉴스 공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국제적 통신사로 키워야 한다. 중차대한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것이다. 또 뉴미디어 시대에 종합적인 멀티미디어 통신사로 자리를 잡아야 하는 것도 과제다. 물론 보도 부문에서 공정하고 품격 높은 뉴스로 국가와 언론발전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대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하고 신뢰 높은 콘텐츠를 개발하며 국내 뉴스의 중심축이 되는 것이 연합뉴스가 가야할 방향이다.



서울과 평양에 남북 상호지국 개설 추진



취임사에 보면 남북 통신사간 직접 교류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방안에 대해 말해달라.

최근 APTN이 평양에 지국을 개설했다. 나름대로 전략적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빨리 남북 통신사간 직접교류를 해야한다. 서울과 평양에 상호 지국을 만들고 특파원을 파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실 연합뉴스가 전에도 몇 번 요청했다. 앞으로 재임 중에 역점을 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에 협조도 요청하고 기회가 있으면 조선중앙통신과 제휴 등 여러 경로를 통해서 실현시키도록 하겠다.





한·미 FTA가 당면 과제다. 통신시장의 개방 압력도 거론된다. 연합뉴스의 대응방안은 무엇인가.

뉴스통신 시장 개방의 문제는 그 동안 로이터를 비롯해 서방 메이저통신사들이 줄기차게 제기해 온 사항이다. 이 문제는 결국 정보주권 수호와 직결되는 문제여서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약에 현재와 같은 여건에서 서방의 통신사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 직배를 한다면 국가적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이다. 하지만 외교통상부나 문화관광부를 보면 아직은 뉴스 통신 시장의 개방할 시기를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 정부는 2009년 이후에 검토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미 FTA뿐 아니라 도하개발어젠다(DDA)협상에 있어서도 제기해 왔다. 특히 언론 시장이라는 것이 한 나라의 국민 인식이나 정서, 문화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는 시장이어서 단순한 일반 제품 시장의 개방과는 궤가 다르다. 아직 국내 언론 여건이 서방 메이저 통신사와 연합뉴스가 대등하게 선의의 경쟁이나 게임을 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정부에 설득과 입장 전달을 통해 대비책을 세워 나갈 생각이다.





뉴스통신에 관한 진흥법률이 2009년에 만료된다. 법 연장 논의가 있고, 연장되지 않을 경우 연합의 자체 생존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견해를 밝혀 달라.

뉴스통신에 관한 진흥법률의 문제는 이렇게 봐 주면 좋겠다. 결국은 연합뉴스의 공익적 역할과 직결되는 문제다. 법 제정 당시 6년 한시법으로 정한 것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방송통신 융합 시대에 연합뉴스가 과연 어떠하겠느냐는 것에서 출발한 것이다. 정보주권의 필요성에 의해 시행해 보고 그 후에 한시법일지 상시법일지 아니면 연장할 것인지 추가로 검토하자고 한 것이다.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연합뉴스와 같은 역할, 즉 특파원이 우리의 시각으로 외국의 뉴스를 알려주고 우리의 목소리로 국내 소식을 외국에 보내 우리를 잘 이해하게 한다는 것 등은 연합뉴스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그 필요성은 당연하다.

현재 연합뉴스 국제뉴스국은 40명의 특파원이 세계 각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고, 안에서도 그만한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외국어뉴스부에도 50여 명이 있어 24시간 리얼 타임으로 보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도 24시간 워치를 한다. 이런 부분은 수지타산을 맞추는 것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국가기간통신사로서 해야 할 부분이다. 공익성에 대한 지출은 정부차원의 보존이 필요한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것 때문에 사사로운 회사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법 연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보면 좋겠다.

지금까지 공익을 위해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이런 역할을 계속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그런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합뉴스 내부 구성원의 불만이 조직 선·후배 간 결속할 수 있는 문화가 빈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사내 언로도 막혀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연합 내부 결속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통신기자들이 바쁘고 보름, 한 달이 지나도 얼굴도 마주칠 수 없는 환경에서 일하고, 부서별 혹은 팀별로 어울리다 보니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연합뉴스가 선후배간 긴밀한 대화나 스스럼없는 토론으로 방향을 잡아가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풍이랄지, 건설적인 의견교환, 창의성과 자율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시대정신이 넘쳐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편집국 들어가면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나 스스로도 스킨십을 강화하고 간부 및 기자들과 자주 대화를 갖을 생각이다. 그래서 취재 여건 개선이랄지 콘텐츠 강화 방안이랄지 회사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특임이사(박정찬 전 경영기획실장)라는 새로운 직제를 편성했다. 내부적으로도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의아해 하고 있다.

특임이사는 전반적으로 미디어 산업 자체가 개편되고 있는 상황에서 IPTV랄지, DMB등 뉴미디어에 대해 총괄하기 위해서 편성된 직제다. 새로운 뉴미디어 들이 출현을 하는데, 종합적인 대처가 전략적 차원에서 검토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와 더불어 법 연장 문제에 대해서도 전담해 두루두루 살피는 인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박정찬 선배는 편집국장도 역임했고, 뉴미디어 전략에 관한 일과 진흥법 제정에도 많이 관여하셔서 모든 문제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연공서열 배제한 신상필벌 인사로 조직 활력 부여



향후 연합뉴스 인사에 있어서 원칙은 무엇인가.

나는 언론사 사장으로서는 젊은 편이다. 젊은 CEO가 취임한 취지에 맞춰 젊고 활력 있게 할 생각이다. 연공서열이랄지 선후배를 따지다 보면 조직 전체가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회사를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수고한 사람들이 승진이나 보직 등에서 대우가 있어야 할 것이고 잘못이 있으면 신상필벌이 있을 것이다.

또 시니어 그룹들이 통신사의 경우 부장 마치면 이렇다 할 보직이 한정돼 있어 겉돌기 쉽다. 그래서 시니어 기자들이 나름대로 회사 발전에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 하고 있다. 편제 문제에 있어서 뉴미디어 및 외부 변화에 신속히 대응을 해서 탄력적으로 조직도 만들고 새로운 사람도 앉히는 시도를 할 생각이다. 활동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특파원들에게 많이 지원이 되다 보니까 인사 순환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특파원 지원 문제랄지 콘텐츠 강화 차원에서 부서별로 전문 인력이나 핵심인력을 육성하고 주니어 기자들은 순환인사를 통해 적성을 찾도록 조화롭게 할 생각이다.





연합뉴스 사장으로 재임기간 동안 꼭 해보고 싶은 사업이 있는가.

내가 워싱턴 특파원이던 1996년도에 G-7 정상회담이 열렸다. 그 때 미디어센터를 보니 방송사의 부스가 늘어선 가운데, AP와 로이터의 부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곳으로 TV 카메라 기자들이 드나들고 있었다. 이미 세계 각 언론사들은 AP와 로이터가 제공하는 비디오영상 뉴스를 받아서 쓰고 있었다. 10년이 지난 후 연합뉴스가 멀티미디어 본부에 영상취재부를 만들어 시작했다. 그 동안 연합의 여건이나 형편이 안돼 있었다. 그런 부분에서 재임 기간에 연합뉴스가 뉴스콘텐츠를 제대로 만들어 국가와 언론에 도움이 되고 국민들에게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 보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새로운 사업이라기보다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하자는 것이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해 통신사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종합적인 콘텐츠 프로바이더가 돼 텍스트는 물론 사진과 영상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외형도 커져야 한다. 매출 1천억 이상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른 신규 사업은 구상하는 것이 있지만 미디어 산업 동향 등을 봐 가면서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는 과반수 가까이 간부들로 구성돼 있다. 조직의 군살을 빼야 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다.

앞으로 내가 사장으로 있는 동안은 ‘연합뉴스가 법에 의한 정부의 구독료로 방만하게 경영한다’는 말을 듣지 않겠다. 간부들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사고과를 통해 새로운 인사평가 제도를 시행해 인력 여건에 맞춰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연합뉴스는 언론사 파트너이지 경쟁자 아니다



일부 신문사들은 연합뉴스에 불만이 많다. 포털에 대한 뉴스 공급에 대한 공동대응을 해야 하는데 연합뉴스 때문에 안된다는 것이 그 요지다. 연합뉴스가 전재료를 받고 포털에 뉴스 공급을 하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언론사에서 제값받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금은 시대가 변하고 미디어 산업도 큰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시기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 24시간 리얼타임 뉴스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고 이 역할에 충실하자는 것이 본분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언론사들이 우리의 주주이기도 해 언론사 및 언론계에 도움이 되자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지는 못한다. 포털에 뉴스를 제공하는 것이 언론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공하고 있다. 독과점에 해당하는 셈이지만 우리 뉴스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디에는 제공하고 어디에는 제공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연합뉴스는 언론계가 기존 언론사의 경쟁자로 보지 말고 파트너로서 생각을 해 줬으면 좋겠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저렴하게 제공하면 언론계에도 좋지 않겠냐는 생각이고 뉴스가 풍부해 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론계에서 연합뉴스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기보다는 연합뉴스를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으면 좋겠다.



대담=김신용 본보 편집국장

정리=이대혁 기자 daebal94@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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